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달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료계는 당연히 반발했는데 이번엔 산업계도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행 시범사업보다 오히려 후퇴한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현재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의 초진대상을 18세 미만, 65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18세 이상, 65세 미만 청장년층의 경우 한 번이라도 대면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약배송 문제는 아예 건들지도 않았다. 사실상 반쪽짜리도 아닌 "안 하느니만 못한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연령대별로 비대면진료 초진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다. 2020년 11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통해 진행된 약 270만건의 비대면진료 이용자의 90% 이상이 18세 이상, 65세 미만 청장년층이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초진이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재진 중심 비대면진료는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내원한 병원이 비대면진료에 참여하지 않거나 플랫폼에 해당 병원이 연계돼 있지 않으면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 바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이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발품을 팔고 자신이 이용하는 플랫폼과 연계됐는지 확인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가능한 것인데 의료접근성 개선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다. 무엇보다 현행 시범사업으로도 가능하고 별 탈 없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제도화 이후 금지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원격의료산업협회의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비대면진료 초진 전면허용 이후 140만건 이상의 진료요청이 이뤄졌고 680만명가량의 이용자가 플랫폼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24년 3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월별 진료요청 건수는 8만177건에서 18만9946건으로 137% 급증했다.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비대면진료 수행실적 평가연구' 보고서를 보면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환자의 94.9%가 비대면진료에 대해 '보통 이상으로 만족'했으며 91.7%는 '앞으로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82.5%는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만큼 안전하다'(50.1%)거나 '대면진료보다 불안하지 않다'(32.4%)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검증하고 그 실효성을 입증했음에도 시범사업보다 후퇴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새 규제를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렇게 좌고우면하는 동안 중국은 우리를 추월해 저만치 앞서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년마다 발간하는 '보건의료산업 기술수준 평가 전문가 설문 및 결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비대면진료 기술은 미국, 유럽, 중국에 이은 4위로 조사됐다. 2022년만 해도 한국은 최고의 기술보유국인 미국과 기술격차가 2년으로 중국(3.3년)을 앞섰다.
그러나 한국이 2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에 중국은 기술격차를 1.5년으로 단축했다. 의료·IT(정보기술) 강국으로 더 잘할 수 있는 미래산업 분야임에도 좌고우면하면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비대면진료뿐만 아니라 모든 미래산업에서 이류국가로 전락하지 않을까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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