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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중복 넘어선 협력, 스타트업 지원 정책의 전환점

이태훈 서울경제진흥원(SBA) 미래혁신단장 기사 입력 2025.09.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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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우리 사회에서 스타트업은 혁신의 원천이자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다소 씁쓸할 때가 있다.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스타트업 당사자들은 비슷한 프로그램이 중복되고 제각각 운영되는 것으로 느껴 오히려 혼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사업화 자금, 전시회 참가, 멘토링, 해외 진출 등 항목만 달리할 뿐 실질적으로는 유사한 방식의 지원이 여러 기관을 통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중복은 자칫 소중한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한정된 재정을 더 많은 기업에게 효과적으로 쓰기보다, 비슷한 지원이 쪼개져 각 기관의 '성과'로 포장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지원 받으려는 기업 입장에서도 서류와 심사 절차를 반복하면서 정작 사업에 집중할 시간을 빼앗긴다. 문제의 본질은 협력 부족이다. 기관마다 스타트업 지원의 취지는 같지만 협업과 조율이 부재한 채 경쟁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면 효율성은 떨어지고 현장은 피로해진다.

최근 미국 CES 서울통합관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과거에는 서울시 산하기관과 대학, 민간기관이 제각각 부스를 운영하며 기업을 모집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기관을 통해 참가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고 각 부스의 규모도 작아 국제 무대에서 눈에 띄기 어려웠다. 2023년부터는 달랐다. 서울시 창업정책 기관들이 힘을 모아 하나의 '서울통합관'을 만들었다.

서울통합관은 중복되던 부스를 하나로 묶고, 공동 브랜드 아래 스타트업을 집약적으로 지원했다. 참가기업들은 절차를 간소화해 보다 편리하게 지원을 받았고 해외 바이어와 투자자들은 '서울'이라는 강력한 도시 브랜드를 각인하게 되었다. 작은 부스들이 흩어져 있을 때보다 훨씬 큰 파급 효과를 얻은 셈이다.

서울통합관의 성공은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준다. 첫째, 스타트업 지원도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다. 예산과 자원을 모으면 더 큰 홍보와 지원이 가능하다. 둘째, 기업 중심 편의성을 강화할 수 있다. 복잡한 절차 대신 원스톱 지원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인다. 셋째, 정책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파편화가 아닌 통합과 협력을 지향하는 서울시의 정책 철학을 대내외에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협력 모델이 CES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서울시의 창업정책 전반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해외진출 프로그램을 통합하여 하나의 '서울 글로벌 플랫폼'을 운영한다면 기업은 더 넓은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고, 기관들은 각자의 강점을 살려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또한 투자유치, 기술 상용화, 인재 매칭 등 주요 스타트업 지원 분야에서도 통합 플랫폼을 마련해 중복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은 속도가 생명이다. 지원 정책이 중복되어 행정 절차에 발목이 잡히는 순간, 글로벌 시장의 기회는 사라진다. 이제 우리는 공공 지원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질적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CES 서울통합관은 그 첫걸음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서울시 창업정책 기관들이 협력의 문화를 정착시킨다면 서울은 '지원이 중복되는 도시'가 아니라 '지원이 통합돼 기업이 성장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협력이 쉽지만은 않다. 각 기관은 나름의 전문성과 고유한 사업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성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스타트업 지원의 궁극적인 목적이 기업 성장과 산업 생태계 발전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관의 성과보다 기업의 성과가 우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거버넌스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기관 간 조율을 맡는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하고, 정책 기획 단계에서부터 협력을 제도화해야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는 이 같은 협력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복을 넘어 상호 보완적 협력으로 나아갈 때 진정한 혁신의 싹이 자랄 것이다.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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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이태훈 서울경제진흥원(SBA) 미래혁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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