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창업생태계 갉아먹는 도덕불감증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5.12.2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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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브레인 대표 출신이라는 화려한 이력으로 주목받으며 창업 2개월 만에 100억원의 시드투자를 유치한 김일두 오픈리서치 대표의 불법 도박 의혹이 최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앞서 시각장애인을 돕는 사회적 기업 센시의 서인식 대표가 200억원대 투자금을 횡령하고 미국으로 잠적했다는 뉴스에 이은, 또 하나의 대형 사건이라는 점에서 업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창업자 일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대규모 투자를 받은 어떤 스타트업 대표가 이탈리아의 슈퍼카를 법인차로 뽑았다든가, 모 스타트업 대표의 배우자가 법인카드로 한 달에 수천만원을 긁었다는 등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동안 스타트업 생태계는 '창업과 혁신'을 한 묶음으로 생각하며 '도전에는 실패가 따른다'는 말로 창업자에게서 비롯되는 리스크의 많은 부분을 용인해 왔다. 그러나 사업 실패에 대한 용인과 도덕적 결함에 대한 용인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

사업이 실패한 것은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것으로 주변에 타산지석 사례로 남을 수 있지만 부정부패는 특정 인물의 취약한 윤리의식이라는 문제를 넘어 생태계 전체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들이 반복될수록 기술과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스타트업의 선언과 비전은 의심의 대상이 된다. 투자자에게는 불신을 남기고 성실한 창업자에게는 더 높은 문턱을 안긴다.

한 번 금이 간 신뢰는 생태계 전체를 경직시킨다. 실제로 VC(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일련의 사건 이후 투자심사 시 창업자의 평판 조회와 내부통제장치 마련을 우선순위로 두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도덕적 가치도 혁신만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동안 유니콘 탄생이라는 거대한 지표에만 열광했을 뿐 창업자가 어떤 철학과 태도로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무관심하지 않았나 돌아볼 때다.

창업자에게 있어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 도전이 누군가의 신뢰 위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자신을 믿어준 이들의 신뢰를 지켜내겠다는 무거운 책임감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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