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2026년 스타트업 생태계 전망과 기대

원대로 윌트벤처빌더 대표 기사 입력 2025.12.29 06:00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UFO 칼럼]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원대로 윌트벤처빌더 대표
원대로 윌트벤처빌더 대표
1962년 출간된 토마스 S 쿤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엔 '패러다임 쉬프트'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과학은 조금씩 발전하는 게 아니라 기존 공식들이 통째로 깨지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지금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딱 그 지점에 서 있다. 2026년은 그저 또 다른 '변화의 해'가 아니다. 과거 20년 넘게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기존 문법 자체가 무너지는 해가 될 걸로 예측해본다. AI(인공지능)라는 기술적 돌파구가 투자자, 스타트업, 창업자 모두를 완전히 다른 '게임의 룰'로 밀어 넣고 있다.

먼저 벤처투자업계는 AI 올인과 양극화 현상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 통계에 따르면 챗GPT가 처음 등장한 2022년 20% 이하였던 AI 분야 VC(벤처캐피탈) 투자는 2025년 50%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런 자본의 AI 집중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투자 방식은 새로워질 전망이다. 비효율을 걷어내고 여러 기업을 통합하는 AI 롤업이나 가업승계를 대체하는 서치펀드 등 VC와 PE(사모펀드)의 경계에 있는 새로운 투자 방식이 한국 VC에서도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액셀러레이터(AC)업계에는 벤처 스튜디오처럼 처음부터 창업을 공동으로 진행해 승률을 높이는 전략도 확산할 전망이다.

일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요즘 투자업계는 새로운 실험 중이다. AI를 활용한 백오피스 자동화는 기본이고 딜소싱이나 1차 심사까지 AI가 한다. 임팩트 액셀러레이터 엠와이소셜컴퍼니(MYSC)는 최근 자체 개발한 AI 심사역 '메리'를 정식 채용하고 사번까지 부여해 실제 심사에 투입했다. 이런 식의 'AI-드리븐 워크'가 투자업계에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외형적으로는 VC업계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위에는 조 단위 메가 펀드들이 있고 아래는 전문성을 갖춘 마이크로 VC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중간 어디쯤 서 있던 차별성 없는 중소형 VC들은 설 자리가 급속도로 좁아지고 있다. 살아남은 VC들은 아예 헬스케어, AI, 로봇 등 특정 영역에 집중하는 식으로 전문화·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의 창업 방정식도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예전엔 개발자 수십 명을 모아놓고 밤새 코딩하는 게 정석이자 낭만이었다. 지금은 AI가 코딩부터 디자인, 마케팅까지 다 해버리니 시니어급 3명만으로도 유니콘급 결과물을 뽑아낼 정도다. 과거와 뒤바뀐 역피라미드 조직이 돼야 산다. 또 작은 규모의 '인수 창업'이 늘어날 걸로 보인다. 0에서 1을 만들기보다 기존 비즈니스를 사서 매출을 늘리고 AI로 효율화하는 게 빠르고 확실하다. 금융 스타트업 딥서치의 경우 AI 기반 매칭 플랫폼을 만들어 소규모·지역 기반 M&A(인수·합병)를 활성화하고 있다. 시장 확대 전략도 극단으로 간다. 아예 처음부터 글로벌을 노리거나 반대로 지역 특화로 시장을 좁혀야 생존 확률이 올라간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사람이다. 미국에서만 1인창업자(솔로프러너)가 3000만 명에 육박한다. 기술 장벽이 사라지면서 누구나 '일상의 기업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1인창업자가 AI 툴 몇 개로 연매출 수억 원씩 만드는 사례가 한국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의 스타트업이 노 젓는 사람 수십 명이 필요한 거대한 범선이었다면 2026년 스타트업은 고성능 AI 엔진을 단 소형 쾌속정이다. 누구나 페라리급 엔진을 달고 바다에 나갈 수 있다. 엔진이 평등해졌다면 성패는 선장의 판단력에 달린다. 어디로 갈지, 언제 속도를 낼지 결정하는 건 사람의 몫이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차라리 그 흐름에 빨리 올라타는 게 현명하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윌트벤처빌더' 기업 주요 기사

  • 기자 사진 원대로 윌트벤처빌더 대표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