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12대 신산업' 분류 맹점 이용해 딥테크로 '재포장'
공인된 법적 기준 정리해 시장 혼선 줄일 필요성 제기돼
원천기술 강조하는 글로벌 딥테크 정의…국내에선 '카테고리'로 분류
딥테크는 10여년전 인도계 벤처투자자 스와티 차투르베디(Swati Chaturvedi)가 처음 정의내린 개념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5년 링크드인 기고에서 "딥테크놀로지란 과학적 발견 또는 의미 있는 공학적 혁신에 기반해 설립된 기업"이라고 밝혔다. 개념을 정의한 배경으로는 "유니콘만 좇는 투자자들이 놓치고 있는 '생명과학·에너지·청정기술·컴퓨터과학·소재·화학' 등을 묶을 카테고리가 필요해 동료들과 장시간 토론 끝에 만든 용어"라고 설명했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17년부터 발간하는 딥테크 리포트에서 딥테크의 핵심 특징으로 △과학·공학 기반 원천기술 △긴 사업화 기간 △막대한 초기 자본 △물리적 제품·복잡한 시스템 결과물 등을 꼽았다.
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는 "딥테크의 본질은 R&D에 수년씩 걸리는 원천기술 확보로, 이 기술 자체가 진입장벽이 되는 것"이라며 "과거 플랫폼 스타트업들과 달리 자본이나 시장 리스크 대신 기술 리스크가 성공을 가르는 결정적인 기준"이라고 바라봤다.
특허 하나 없이 "우리도 딥테크"
헬스케어 역시 재포장이 쉬운 분야로 지목된다. 의료기기 허가나 임상실험 없이도 웰니스 앱을 내놓고 '디지털 헬스케어'로 내세울 수 있다. 전동킥보드와 같은 서비스는 모빌리티 카테고리로, 웹툰 플랫폼은 콘텐츠 카테고리로 들어가 '딥테크'라는 이름을 부여받는다.
업계에서는 카테고리에 따른 분류 대신 △원천기술에 기반한 특허 등록 여부 △창업 전 R&D 이력 △기술 라이선스 또는 B2B 기술 판매에 따른 매출 구조 여부 등으로 '가짜 딥테크'를 걸러낼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딥테크 워싱'을 막기 위해 공인된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소비재 플랫폼으로 알려진 기업이 딥테크라며 투자를 받기에 알아보니 '전자상거래업'이던 사업 목적에 어느새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추가해놨더라"며 "카멜레온처럼 회사 색깔을 바꾸는 게 투자유치를 위한 스타트업 CEO의 능력일 수도 있지만 정작 장기간의 R&D와 정책자금 수혜가 필요한 실질적 딥테크의 파이를 갉아먹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의 '딥테크' 개념 정리 필요"
딥테크 계정을 대상으로 한 넥스트유니콘프로젝트 중 스케일업 및 기업승계 M&A 분야는 '지역투자 의무'에서도 제외된다. 모태펀드는 올해부터 모든 펀드에서 약정 총액의 20% 이상을 비수도권 소재 기업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한 바 있다.
한 투자심사역은 "'너도나도 딥테크' 현상은 딥테크에 쏠리는 투자 트렌드, 자금이 절실한 스타트업의 입장, 펀드 결성을 쉽게 하고픈 VC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며 "명확한 딥테크 개념을 중기부 또는 공인된 기관에서 내려주기 전까지는 이 같은 혼란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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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최우영 차장대우 young@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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