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칼럼]

AI는 창업 방정식을 완전히 바꿔 놨다. 한 팀이 할 일을 한 두 명이 AI 코딩 도구로 뚝딱 처리하면서 MVP(최소 기능 제품) 개발비용은 과거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창업 비용이 줄면서 1인 창업자와 초소형 팀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AI 코딩 도구를 개발한 스타트업 커서(Cursor)나 프레젠테이션 자동 생성 AI 스타트업 감마(Gamma)는 20~30명 규모로 수천·수억달러의 매출을 일으켰다.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선 패러다임 전환이다. 누구나 아이디어 하나로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일상의 기업가(everyday entrepreneur)'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변화는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창업이 쉬워질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법이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수많은 유사한 아이디어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크로스보더 창업이 자연스러워지는 시대인 만큼 시장 진출, 특히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창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액셀러레이터의 '범용 프로그램' 방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3개월간 표준화된 교육과 멘토링으로는 AI 시대의 급속한 변화와 개별적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확장이다. AI로 제품 개발은 빨라졌지만, 현지 시장 이해와 네트워크 구축, 규제 대응 등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그러나 기존 액셀러레이터들은 충분한 해외 네트워크와 운영 경험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런 변화 속에서 주목받는 모델은 '벤처 스튜디오(컴퍼니빌더)'다. 외부 팀을 선발하는 액셀러레이터와 달리, 아이디어 발굴부터 팀 구성, 사업화까지 처음부터 직접 참여하며 스타트업을 함께 만드는 공동창업 모델이다. AI 시대의 창업에서 기술적 실행력뿐만 아니라 시장 검증, 팀 매칭, 자본 조달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탄탄한 '창업 운영시스템(OS)'으로 성공률을 높인다. 여기에 직접 사업화를 위한 해외 현지 전문성과 네트워크들을 갖추고 있어 해외 진출의 어려움도 해소해준다.
이미 전 세계에는 천 개가 넘는 벤처 스튜디오가 존재한다. 실제 이들의 평균 내부수익률(IRR)은 일반 벤처펀드의 두 배가 넘고, 실패율도 일반 스타트업보다 현저히 낮다. 달러쉐이브클럽, 스노우플레이크 같은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들이 벤처 스튜디오에서 탄생한 게 우연이 아니다.
필자가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인 벤처 스튜디오 윌트벤처빌더는 올해 한국 스타트업 세 곳과 '국외 창업' 구조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특히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국가의 전문성을 결합할 수 있었다. 금융투자 규제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하는 싱가포르에서 법인을 설립해 자금 관리와 글로벌 AI 전략을 세우고, 베트남에서 오퍼레이션 관리를, 한국에서 핵심 개발을, 인도네시아에서 개발 지원을 담당하도록 했다. AI가 언어장벽과 시공간 제약을 허문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벤처 스튜디오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계속 늘 것이다. AI가 기술적 진입장벽을 낮춘 만큼, 이제는 글로벌 확장 여부가 스케일업과 더 큰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다행히 한국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AC가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했다. 벤처 스튜디오를 허용한 것이다. 또 지난해 8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개정해 국외 창업 기업도 국내 스타트업과 동일한 지원을 제공하게 했다. 이같은 제도변화는 창업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촉진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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