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AI 시대, VC업계의 분화와 새로운 기회

원대로 빌트벤처빌더 대표 기사 입력 2025.05.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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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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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로 빌트벤처빌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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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를 통해 5분만에 100페이지 넘는 회사 소개서 검토는 물론 요약까지 완료했다. 그런데 동일한 AI로 동일한 결론을 다른 VC(벤처캐피탈)들도 도출한다면, 누구의 판단이 차별화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현재 VC업계가 직면한 근본적 딜레마를 함축하고 있다.

AI는 VC의 투자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AI 혁신은 업계 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동시에 소형화와 다양화를 촉진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VC 시장에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벤처펀드 결성액은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동시에 벤처투자 건수는 오히려 28% 감소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1억 달러(1400억원) 이상 '메가 라운드'가 전체 펀딩의 70%를 점유하는 현상이다. 소수 스타트업이 시장 자금을 독점하는 '자본 블랙홀' 현상이다. 확장에 한계가 없고 승자독식이 뚜렷한 AI 기술의 영향으로 투자자본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VC 시장은 두 가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펀드 운용 규모를 초대형화해 운용수수료 수익을 확대하는 '자본집적형' 모델과 상위 0.05%의 엘리트 기업에만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선택집중형' 모델이다. LP(출자자)들 또한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검증된 트랙레코드(투자실적)를 가진 소수 대형펀드에만 자금을 집중 출자하는 '퀄리티로의 도피' 현상을 보이면서 이런 모습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AI는 VC업계의 모습마저도 급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대규모 애널리스트 팀이 수개월간 준비하던 시장 및 투자분석을 이제는 AI가 수 시간 내에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업체간 정보 비대칭성이 급격히 붕괴됐다. 대형펀드가 구축해온 정보 우위 장벽이 무너진 것이다. 이제 모든 시장 참여자가 유사한 품질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핵심 경쟁력은 '자본 규모'나 '정보 독점'이 아닌 '의사결정의 질적 차별화'가 되어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는 VC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현재 글로벌 VC 활동 인력은 3만~4만명에 달한다. 더 이상 VC산업이 과거처럼 '엘리트 클럽'이 아니게 된 것이다. AI 기술이 투자심사 프로세스 및 관리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진입장벽은 더욱 더 낮아지고 있다.

국내 VC업계도 AI 도입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SBVA는 AI 심사역 '알파미'를 도입하여 투자검토 효율성과 객관성을 강화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자회사로 똑똑을 설립해 AI 기반 ERP(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투자부터 회수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했다. 더벤처스 역시 'AI 심사역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투자심사 일부를 자동화하고 심사역 1인의 심사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현하고 있다.

이처럼 AI 기술이 보편화되는 상황에선 VC들 간 차별점은 무엇이 될까. 정량적 데이터가 아닌 정성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이 희소가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는 과거 데이터와 패턴을 기반으로 분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전례 없는 혁신적 아이디어나 창업가의 잠재력, 비전과 같은 정성적 요소를 평가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존재한다.

VC 투자의 본질은 예측 가능한 패턴이 아닌 '아웃라이어(outlier)'를 발굴하는 데 있다. 이는 데이터 분석을 넘어선 인간 고유의 '직관'과 '통찰력'을 기반으로 한다.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이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최대 투자성과는 오히려 AI가 포착하지 못하는 예외적이고 '비정형적' 판단에서 창출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VC 산업은 AI 기술 발전으로 투자 프로세스의 효율성이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벤처투자가 정량적 데이터에 의존하면서 일부 기업들에만 쏠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투자에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를 발굴하고 강화하는 여정이 존재한다. 이런 역량이 여전히 VC 경쟁력의 핵심으로 남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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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원대로 빌트벤처빌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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