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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코스닥이 살아야 벤처도 산다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기사 입력 2025.08.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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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불확실성과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얼어붙었던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서서히 회복되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투자액은 2조6225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벤처펀드 결성규모도 3조741억원으로 20.6% 늘었다. 투자집행, 펀드결성 모두 1분기 기준 2022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특히 2022~2024년 연속 감소한 업력 3년 이하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개선된 점이 눈에 띈다. 1분기 초기기업 벤처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7% 늘어난 7252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체 투자 가운데 초기기업 비중도 27.7%로 전년 20%보다 커졌다. 초기기업에 돈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창업생태계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정부가 벤처투자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어서다. 이미 2차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을 통해 벤처투자 시장의 마중물인 모태펀드 예산을 3000억원 늘렸다. 이로써 올해 모태펀드 예산은 본예산 5000억원에 추경까지 합쳐 8000억원이 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연내 펀드결성 및 투자가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최근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간 벤처모펀드의 최소 결성액을 10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낮췄다. 아울러 전문개인투자자 등록요건을 최근 3년 1억원 투자에서 5000만원 이하로 낮춰 개인들의 벤처투자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해외자금 유입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가 별도 환전 없이 달러로 개인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지난달엔 처음으로 연기금 투자풀의 벤처펀드 출자를 심의·의결했다. 여기에 BDC(기업성장집합기구) 도입, 퇴직연금 벤처투자 허용 등 벤처투자업계의 숙원과제들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벤처투자가 늘고 시장의 역동성이 살아나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투자만 늘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선순환 벤처생태계를 위해선 투자만큼 중요한 것이 회수다. 회수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시중에 돈이 있어도 투자를 주저하게 되고 자금경색이 심해지는 돈맥경화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국내 벤처투자의 주요 회수수단은 코스닥 IPO(기업공개)다. M&A(인수·합병)나 세컨더리(구주거래) 등 다른 회수수단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대부분 코스닥 IPO를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

문제는 코스닥 시장이 혁신기업의 젖줄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코스닥 시장은 1996년 미국 나스닥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성장주 시장으로 출발했지만 2000년대 IT(정보기술) 버블 이후 지금까지 성장이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현재 코스닥지수는 출범 당시보다 20% 이상 낮은 800선에 머물러 있다. 반면 IT 버블 이후 1100선까지 주저앉았던 나스닥지수는 2만선을 내달린다. 시장이 정체되니 본연의 기능인 자금공급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7조6000억원으로 24년 전(2000년 7조10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선순환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무엇보다 코스닥 시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 성장 가능성 중심의 질적 심사체계로 전환해 여전히 높은 고성장 기업의 상장문턱을 낮춰야 한다. 아울러 상장폐지 규정을 강화해 시장진입과 퇴출이 활발한 역동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단기 투기성 시장구조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늘리고 전용펀드를 마련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코스닥이 살아야 벤처도, 경제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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