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하커스쿨 고등학생인 리아나 저우와 탄비 시바쿠마르는 주로 하커스쿨 동문이 창업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사진제공=하커스쿨 인스타그램#미국 실리콘밸리의 명문 사립학교 하커스쿨(Harker School)에 재학 중인 리아나 저우는 수업과 동아리 활동, 입시 준비뿐 아니라 벤처투자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우는 지난 6개월간 수십 개의 투자 후보 기업을 검토한 끝에, 최근 캐나다의 인공지능(AI) 금융 스타트업 '파인'에 2만5000달러(약 3600만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저우의 투자금이 개인 자금이 아닌 학교가 운용하는 벤처펀드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1893년 설립된 하커스쿨은 빅테크 거물들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학생들에게 실전 투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10대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육성하는 학교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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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CEO 자녀 재학…저커버그 부인도 교사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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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있는 하커스쿨 전경/사진제공=하커스쿨 홈페이지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커스쿨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12학년)까지의 교육 과정에서 선발된 일부 학생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벤처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투자대상은 주로 동문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투자 금액은 건당 2만5000달러로, 펀드 재원은 벤처캐피털(VC) 그린옥스캐피털 창업자이자 하커스쿨 동문인 닐 메타가 출연한 1000만달러(약 148억원) 규모의 학교 기금 일부다.
하커스쿨은 미국 빅테크 창업자와 최고경영자(CEO)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로도 유명하다. 로빈후드 마켓츠의 CEO 블라드 테네프의 아들이 재학 중이며, 줌 창업자이자 CEO인 에릭 위안의 딸은 지난해 졸업했다.
테크 업계 거물들이 학교를 찾는 일도 드물지 않다. 마크 저커버그의 부인인 프리실라 챈은 이 학교 과학 교사로 일할 당시 남자친구였던 저커버그를 학교 소풍에 데려온 적도 있다.
하커스쿨은 지난해부터 실전 투자 프로그램인 '메타 스칼러(Mehta Scholar)'도 운영하고 있다. 선발된 학생들은 학교가 제공하는 기업 재무와 벤처캐피털 수업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이들은 펀드의 운용 파트너 역할을 맡아 투자 후보 기업 검토, 실사, 전문 투자자들로 구성된 자문단과의 협의를 직접 수행한다.
조 로젠탈 하커스쿨 전략 이니셔티브 총괄 디렉터는 "투자로 발생한 수익은 모두 학교로 귀속되며 학생 개인이 금전적 지분을 갖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이 펀드는 다섯 건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 같은 벤처 특화 교육의 결과, 하커스쿨 졸업생들은 세쿼이아캐피털, 그레이록파트너스, 안드리센호로위츠 등 글로벌 VC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도어대시나 AI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 같은 유망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공동 창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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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특화 금융 공략…옥테인, 1억달러 투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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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크런치베이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대형 레저·라이프스타일 제품에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옥테인(Octane)이 1억달러(약 1480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라운드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3억달러(약 1조9200억원)다.
옥테인은 오토바이, ATV, 스노모빌 등 파워스포츠 차량 구매자를 위한 담보대출 서비스로 출발했다. 이후 RV(레저용 차량), 해양, 잔디깎기 기계, 트랙터, 트레일러, 자동차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화이트라벨 전용 금융 플랫폼도 도입했다. 이는 옥테인이 대출 심사, 운영, 자금 조달 등 금융 전 과정을 맡고, 유통사나 제조사는 자신의 브랜드로 금융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B2B(기업 간 거래) 금융 인프라다.
2014년 설립 이후 옥테인이 취급한 대출 총액은 75억달러(약 11조900억원)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6억달러(약 2조3700억원) 이상의 대출을 실행했으며, 올해는 21억달러(약 3조10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이슨 거스 옥테인 CEO는 "많은 VC들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은 기술에만 집중해야 하고, 금융사는 대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최고의 기업은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상품과 결합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단순히 더 싼 돈을 파는 것을 넘어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발라 벤처스의 공동 창업자 제임스 피츠제럴드는 "소프트웨어와 금융 상품을 결합한 옥테인의 사업 모델은 독보적"이라며 "기존 시장은 물론 새롭게 진입하는 시장에서도 장기간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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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서 장보는 시대…도어대시-오픈AI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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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채팅 창에서 도어대시를 활용해 주문을 한 서비스 화면 예시/사진제공=도어대시17일(현지시간) 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어대시는 오픈AI와 협력해 챗GPT에서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앱을 선보인다.
이번 제휴를 통해 이용자들은 챗GPT에 식사나 레시피 추천을 요청한 후, 해당 레시피에 필요한 식재료를 도어대시 앱을 통해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할 수 있다. 이용자는 챗GPT 채팅 화면에서 장바구니를 담고 도어대시를 통해 주문까지 진행할 수 있다.
도어대시는 "이번 파트너십이 고객들이 이미 레시피 영감을 얻고 있는 공간(챗헷)에서 자연스럽게 (서비스로) 연결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챗GPT 내 도어대시 앱은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먼저 제공되고 있으며 향후 몇 주 안에 모든 이용자로 확대될 예정이다.
최근 챗GPT를 통한 쇼핑 기능을 위해 오픈AI와 협력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인스타카트는 이달 초 챗GPT 내에 구동하는 자체 앱을 출시, 식료품 분야 최초의 챗GPT 파트너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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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바이브코딩 러버블, 또 투자유치·기업가치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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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AI 코딩 스타트업 러버블이 3억3000만달러(약 48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라운드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66억달러(약 9조7600억원)로, 지난 7월(18억달러) 대비 3배 이상 급등했다.
러버블은 자연어 명령만으로 웹사이트와 앱을 만들 수 있는 이른바 '바이브코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어도 대화하듯 AI에 지시해 코딩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방식이다.
러버블은 지난해 말 제품 출시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연간 반복 매출(ARR)은 2억달러(약 2960억원)로, 7월의 1억달러(약 1480억원)에서 두 배로 늘었다. 유료 고객 수는 약 32만 명이다. 무료 요금제 외에 개인용월 25달러(약 3만7000원), 기업용 월 50달러(약 7만4000원)의 구독 상품을 제공한다.
고객의 상당수는 창업자들이다. 이들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실험하거나 기존 사업의 제품 라인을 확장하는 데 러버블을 활용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고용하지 않고도 몇 시간 또는 며칠 만에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러버블은 이번 투자금을 스트라이프, 노션 등 외부 소프트웨어와의 연동 강화와 엔지니어링 역량 고도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안톤 오시카 러버블 CEO는 "새로운 회사가 모든 것을 러버블 위에서 구축하는 것이 100% 가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향후 1년간 120명 규모의 인력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