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고속도로'…한국도 우주 광통신망 구축해야

최우영 기자 기사 입력 2026.05.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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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주포럼 - 새로운 미래, 다가오는 기회 '우주광통신']
매일 위성 데이터 1만PB 생산, 전파 통신으로 전송 한계
새로운 전송기술로 우주광통신 주목, 글로벌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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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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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8000년'

현재 지구 궤도상의 위성 1만여기가 매일 생산하는 데이터는 1만PB(페타바이트)에 달한다. 매일 전 세계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동영상(1PB 규모)의 100배 가까이가 우주에서 만들어진다. 4K 고화질 영화로 따지면 무려 2500만편 용량이다. 쉬지 않고 평생 영화만 본다 해도 6만8000년이 걸린다.

재사용 발사체가 보편화되면서 위성을 저비용으로 대량 발사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린 덕분에 더 이상 '하늘로 보내는' 건 문제가 아니다. 이젠 하늘에서 만들어진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를 지상에서 받아오는 게 관건이다. 기존 전파 통신의 한계를 딛고 우주 광통신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게 된 배경이다.


5분만에 4.8TB 전송…보안도 월등


2023년 11월 지상 광통신 실증에 성공한 스페이스빔의 우주 광통신 지상국. /사진=류준영 기자
2023년 11월 지상 광통신 실증에 성공한 스페이스빔의 우주 광통신 지상국. /사진=류준영 기자
전파와 광통신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차원이 다르다. 현재 위성의 전파통신 속도는 5~10Gbps(초당 기가바이트)다. 적외선 레이저를 이용한 광통신은 이론적으로 1초에 수 TB(테라바이트)를 전송할 수 있다. 실제 NASA의 기술 검증에선 5분만에 4.8TB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순간 최대속도는 200Gbps에 달했다.

우주 광통신은 해저 광케이블의 유리 섬유보다도 빠른 전송이 가능하다. 빛을 가로막는 장애가 없는 우주의 '진공 상태' 덕분이다. 에너지를 좁은 면적에 집중시켜 전송하기에 송신기를 소형화할 수 있고 전력 효율도 높다. 빔 면적이 워낙 좁아 사실상 도청이 불가능하다.

레이저가 구름을 뚫지 못하는 기상 의존성은 극복 과제다. 다만 여러 지상국 네트워크를 분산 배치해 날씨가 좋은 곳을 선택해 연결하는 방식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또 초속 7㎞로 움직이는 위성에서 0.01도의 정밀도로 상대를 조준해야 하는 지향성 문제도 있다.

최지환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AI 기반 기술들로 실시간으로 위성망 위치를 최적화해 지향성 난제를 극복할 수 있다"며 "위성들이 레이저로 촘촘히 연결되면 우주 인프라 자체가 거대한 신경망이 돼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하는 '우주 분산 AI 네트워크'로 거듭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젠 위성이 단순한 통신 중계기가 아니라 관측, 센싱, 컴퓨팅, 캐싱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우주 데이터 센터'가 된다"며 "위성 간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면 굳이 모든 데이터를 지상으로 내려보낼 필요 없이 우주에서 처리하고 결과값만 보내는 '우주 엣지 컴퓨팅'이 실현된다"고 내다봤다.


시작된 변화, 발빠르게 움직이는 글로벌 시장


지난 6일(현지시간) 스타링크 인터넷 위성 25개를 탑재한 스페이스X 팰컨 9 로켓이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후 상승하는 모습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사데나에서 보이고 있다. /사진=파사데나 AFP=뉴스1
지난 6일(현지시간) 스타링크 인터넷 위성 25개를 탑재한 스페이스X 팰컨 9 로켓이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후 상승하는 모습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사데나에서 보이고 있다. /사진=파사데나 AFP=뉴스1
우주 광통신은 이미 소비자들의 곁에 와 있다. 카타르항공 등 일부 항공사는 스타링크를 도입해 전 좌석 무료 고속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세계 최대 크루즈 선사 로열 캐리비안도 전 함대에 이를 설치했다. 국내에서도 KT SAT이 무궁화위성과 스타링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해양 위성통신 서비스 '엑스웨이브원'을 출시했다.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미국은 스타링크와 아마존 카이퍼 등 민간 부문 외에도 군 차원에서 전술 군집 위성 체계(PWSA)를 매년 수백기 단위로 확장하고 있다. 중국 역시 궈망·치엔판 프로젝트로 맞불을 놓는 중이다. 유럽은 전략적 자율성과 디지털 주권을 내걸고 민관 협력 모델로 IRIS2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광통신의 빠른 송수신 속도에 착안한 사업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스페이스X의 협력 모델은 이미 군사·재난 대응 현장에서 과거에 500ms(1000분의 1초) 이상이던 지연 시간을 20~40ms로 끌어내렸다.

위성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스펙스의 이강환 CSO(최고전략책임자)는 "광통신 속도의 우월함은 0.01초의 지연도 허용하지 않는 자율주행차 관제나 금융권에서 쓰는 고빈도 매매(High-frequency trading) 서비스에서 엄청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국형 스타링크 "쉽지 않지만 가야 할 길"


지난 24일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진행된 '2026 키플랫폼' 특별세션4 '제1회 K-우주포럼: 뉴스페이스 시대 기회와 도전'에서 패널들이 한국형 소버린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지난 24일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진행된 '2026 키플랫폼' 특별세션4 '제1회 K-우주포럼: 뉴스페이스 시대 기회와 도전'에서 패널들이 한국형 소버린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우주 광통신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독일, 미국, 중국 등은 이미 우주 광통신 터미널을 상용화해 양산하는 단계에 진입했지만 국내는 아직 지상 실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스타트업 스페이스빔이 2023년 경북 영천 보현산 천문대에서 20㎞ 를 잇는 광통신에 성공해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건 고무적이다.

주도권이 외국에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잰걸음을 시작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안보와 디지털 주권 차원에서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소버린 광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저궤도 위성망을 임대해 신속히 활용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국내 독자 기술을 개발해 완전한 보안성을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이 제기된다. 독자 개발을 위해선 EU의 IRIS2처럼 정부가 초기 수요를 선계약으로 보장하고 민간이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민관 협력 모델이 현실적인 선택지다.

한국이 경쟁력을 지닌 반도체와 ICT 역량을 활용해 특화된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도 추진된다. 이미 KT샛, KAI,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8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는 K-LEO 산업협의회가 2032년 실제 운용을 목표로 한 단계적 로드맵을 밟고 있다.

최경일 KT SAT 대표는 "정부가 마중물 역할로 위성통신 서비스 수요를 민간에 선계약해 안정적인 초기 시장을 보장하고 민간은 R&D 투자와 인프라 구축으로 정부에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며 "추후 정부가 사용하지 않는 잉여 용량을 민간 시장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기술 고도화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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