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 /로이터=뉴스1최근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 시장직에 30대 진보 정치인이자 인도계 무슬림인 조란 맘다니가 당선됐다. 뉴욕 시장에 무슬림이 당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임대료 규제 아파트의 임대료 동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뉴욕 시민들의 표심을 얻었다.
이런 가운데 뉴욕의 극심한 임대료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17세 고등학생 두 명이 직접 '저렴한 아파트 탐색 플랫폼'을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로 AI(인공지능) 코딩을 독학한 이들이 만든 서비스는 출시 몇 달 만에 방문자가 2만 명을 돌파했다. 뉴욕의 새로운 시장 당선 소식과 맞물려, 두 청년의 서비스가 향후 임대료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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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저렴한 아파트 자동탐색…투자·후원도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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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케트 자헤디와 데릭 웹스터 주니어가 개발한 부동산 탐색 플랫폼 '리얼러 에스테이트' 화면/사진제공=리얼러 에스테이트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17세 고등학생 베케트 자헤디와 데릭 웹스터 주니어는 공공 데이터와 매물 정보를 결합해 저렴한 시세의 아파트를 찾는 플랫폼 '리얼러 에스테이트'(Realer Estate)를 개발했다.
뉴욕의 중위 임대료는 약 4000달러(약 588만 원)로, 가구 중위소득의 절반을 넘는다. 핵심 주거 안전망인 임대료 규제 아파트는 약 100만 가구 규모지만, 정보가 분절돼 세입자가 직접 기록을 요청해야만 규제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리얼러 에스테이트는 베케트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출발했다. 베게트는 초등학교 5학년 시절 가족이 고생하며 저렴한 아파트를 찾아다니던 기억을 토대로 여름방학 두 달동안 유튜브로 AI 코딩을 독학했다. 학교 친구인 데릭과 함께 시세 이하·임대료 규제 아파트를 자동으로 탐색·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베케트는 "한 달에 한 두 개밖에 저렴한 아파트를 찾지 못했다"며 "이런 식으로 몇 년을 더 허비할 바엔 그냥 AI 알고리즘을 만드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현재 리얼러 에스테이트 방문자는 2만7000명을 넘었다. 알고리즘은 매물 스캔 후 임대료 규제 건물 목록과 비교해 적정 가격을 분석하며, 시세 대비 15% 이상 저렴한 매물은 '언더밸류'로 표시한다. 민간에서도 관심이 커져 한 부동산 중개인이 1000달러를 후원했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오두스가 2만5000달러(약 3700만원) 투자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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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만에 기업가치 2배 '껑충'…'온라인 도박판'에 투자금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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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얼마나 떨어질지를 두고 베팅을 벌이고 있는 칼쉬 플랫폼 화면. /사진제공=칼쉬
20일(현지시간) 테크크런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예측시장 플랫폼 '칼쉬'(Kalshi)가 최근 10억 달러(1조4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기업가치 110억 달러(16조원)를 인정받았다. 두 달 전 50억 달러 가치에서 몸값이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칼쉬는 사용자가 정치·스포츠·경제 등 다양한 이벤트 결과를 예측하고 베팅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비롯해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두고도 베팅을 벌인 바 있다. '타임지 2025 올해의 인물', '영화 위키드의 로튼토마토 점수' 등 베팅을 벌이는 이벤트도 다양하다.
거래량도 폭증하고 있다. 칼쉬의 연 환산 거래량은 10월 기준 500억 달러를 돌파해 지난해 대비 1000배 이상 성장했다. 급성장한 예측시장에 투자 열기도 과열되고 있다. 칼쉬의 경쟁사인 폴리마켓도 지난달 기업가치 120억~150억 달러를 목표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투자유치에 성공하면 기업가치는 반년도 안 돼 10배 이상 상승하게 된다. 미국 대선과 뉴욕 시장 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를 정확히 예측하며 두 회사는 지난해부터 높은 대중적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예측시장이 전통적 금융상품과 도박의 경계에 놓여있어 법적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칼쉬는 지난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의 소송에서 승소해 미국 내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일부 주 정부와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폴리마켓은 2022년 이후 미국 서비스가 금지됐으나 올해 파생상품 거래소와 청산소 인수를 통해 시장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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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위조품 방지 스타트업 인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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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19일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월마트는 온라인 마켓 내 사기·위조품을 잡아내는 스타트업 'R&A 데이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R&A 데이터는 지난해부터 월마트 플랫폼의 수억개 상품 품목을 선제적으로 스캔하고 규정 위반, 위조품 여부를 탐지해왔다.
R&A 데이터는 이스라엘 방위군 정보부대 출신 노암 라비노비치와 라즈 아브라모프가 2022년 설립한 기업이다. AI(인공지능) 기반 자동 검수, 위조 탐지 기술을 제공한다. 두 창업자는 과거 온라인 플랫폼에서 위험 판매자, 자금세탁, 위조제품 등을 탐지하는 기술을 제공하는 '에버C'(EverC)'를 설립한 바 있다.
월마트의 인수 추진은 월마트가 온라인 마켓 사업을 핵심 성장엔진으로 삼으면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월마트는 이커머스 매출이 약 25% 성장하면서 플랫폼 내 수억개 신규 상품의 검증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과제가 있었다. 일부 외신에서는 아마존과 플랫폼 입점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품과 판매자 검증이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위조상품을 선별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마크비전은 AI를 기반으로 위조상품, 무단판매, 불법콘텐츠, 브랜드 기업 사칭 등을 탐지, 분석 및 제재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월 7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으며,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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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기기 유행…스마트 월경컵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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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이 개발한 스마트 월경컵/사진제공=엠18일(현지시각) 테크크런치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영국 여성 헬스테크 스타트업 엠(Emm)은 최근 900만 달러(약 13억2300만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엠은 여성의 생식, 월경 건강을 정확하게 측정해주는 '스마트 월경컵'을 개발한다. 제니 버튼 엠 창업자는 기존 웨어러블 기기로는 생리·생식 건강을 담아내기 부족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스마트 월경컵을 기획했다.
스마트 월경컵은 기존 생리컵처럼 혈액을 '흡수'하지 않고 '저장'한다. 월경컵의 의료용 실리콘 내부에 '초박막 센서'를 내장해 사용자의 월경 흐름, 컵 사용량, 주기 변화 등 데이터를 파악하고 앱에 연동시킨다. 버튼은 "해당 기술은 월경 및 생식 건강 질환의 연구·진단·치료를 혁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엠은 내년 영국 시장 출시에 이어 2027년 초 미국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정식 출시 전임에도 불구하고 대기 명단은 3만명을 돌파했다. 투자금은 제품 상용화 및 임상 개발, 데이터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버튼은 "월경 건강은 엠의 출발점일 뿐"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진단 및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확장해 궁극적으로 여성 건강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