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제공=ms디자이너IPO(기업공개)는 단순한 기업의 자본조달 창구가 아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겠다는 기업의 약속이다. IPO는 시장으로부터 기업의 성장성과 신뢰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다.
하지만 IPO 후 주가가 지지부진한 이른바 '좀비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IPO가 성장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서다. 하지만 이는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시장 전체의 신뢰도 또한 흔들리게 된다. 일본 규제당국이 상장 후 주가가 지지부진한 기업에 칼을 빼들었다.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은 상장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
그 결과 일본 스타트업들은 IPO 대신 인수합병(M&A)으로 회수 전략을 선회하면서 스타트업 M&A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수시장 활성화에 따라 해외 벤처캐피탈(VC)도 일본 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IPO 문턱이 높고 M&A가 저조한 한국 벤처시장도 '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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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스타트업 M&A 역대 최대…해외 VC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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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스타트업의 IPO 및 M&A 현황/그래픽=이지혜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TSE)가 시가총액이 작은 상장기업을 정리하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일본 스타트업의 M&A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고 있다.
앞서 TSE는 2030년부터 시가총액 100억엔(약 950억원) 이하 기업의 상장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TSE 성장시장(Growth Market)에 상장된 약 600개 기업 중 60% 이상이 이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24년 일본 스타트업 M&A는 199건으로 4년 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92건이 M&A가 이뤄진 반면 IPO는 같은 기간 21건에 그쳤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상장사 대표'가 사회적 지위와 신용을 상징했다. 기업 대출, 신용 한도, 심지어 명문 골프클럽 입회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 결과 상장이 '성장의 수단'이 아니라 '목표 그 자체'로 굳어진 관행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일본 스타트업 창업자들 역시 M&A를 주요 회수 방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가케하시의 공동창업자 나카가와 다카시는 "IPO가 항상 행복한 결말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 창업자들이 늘고 있다"며 "가케하시도 성장을 위해 M&A를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MUFG 이노베이션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 다카시 사노는 "유망한 창업자들의 등장과 규제 변화가 맞물리면서 일본 스타트업이 해외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일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사들이 늘고 있다. 가케하시는 올해 6월 골드만삭스가 주도한 9700만달러(약 139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으며, 스마트HR도 지난해 KKR 등으로부터 1억4000만달러(약 2000억원) 투자를 받았다. MUFG와 미즈호은행 등 일본 대기업들도 스타트업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벤처시장도 M&A를 촉진해 회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최근 국정감사 정책자료에서 "국내 M&A 시장규모는 2023년 2조5000억원으로, 벤처투자 활황기(2021년) 18조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중견기업 대상 M&A 인센티브 확대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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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달러 도박판 여는 기업 몸값 21조?…4달만에 10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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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수십억 달러의 베팅금을 유치하며 주목을 받은 폴리마켓이 기업가치 120억~150억달러(약 17조2000억~21조5000억원)를 목표로 투자유치에 나섰다. 투자유치에 성공하면 기업가치는 4개월 전보다 10배 이상 상승하게 된다.
폴리마켓은 지난 6월 피터 틸의 파운더스펀드(Founders Fund)로부터 2억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인정받았다. 이달 초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80억달러(약 11조4700억원)의 기업가치로 20억달러(약 2조8600억원) 를 투자해 셰인 코플런 대표는 최연소 억만장자로 등극한 바 있다.
폴리마켓은 사용자들이 정치, 금융, 스포츠 등 현실 사건에 대해 예측하고 토큰을 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지난해 미 대선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여부를 놓고 80억달러(약 11조4700억원) 이상의 베팅이 이뤄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침입해 왕실 보물을 훔쳐간 도둑의 검거 시기를 두고 15만달러(약 2억원)의 베팅이 진행되기도 했다.
경쟁사인 칼쉬도 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을 목표로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이전 투자 라운드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두 회사의 몸값 급등은 도박과 금융시장이 융합되는 '예측시장'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보여준다. 미국 월가 금융기업과 주요 도박 기업들도 이들 기업과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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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자비스' 안경 탄생하나…AI 안경에 3600억 뭉칫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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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세서미스마트 안경을 개발하는 세서미(Sesame)가 2억5000만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고 21일(현지시각) 밝혔다.
세서미는 오큘러스의 공동창업자인 브렌던 아이리브와 증강현실(AR) 스타트업 유비쿼티6의 전 CTO(최고기술책임자) 안킷 쿠마르가 공동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대화하는 개인 AI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며, 이를 초경량 스마트안경에 탑재할 예정이다.
세서미는 지난 2월 음성 AI 데모모델인 '마야'와 '마일스'를 공개했다. 이번 라운드에 투자한 세콰이아캐피탈에 따르면 데모모델 공개 몇주 만에 100만명 이상이 500만분이 넘는 대화를 생성했다.
세콰이아캐피탈 관계자는 "세서미의 대화형 AI는 기존 시스템과 확연히 다르다"며 "단순히 LLM의 텍스트 출력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의 리듬·감정·억양을 그대로 재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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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오픈AI 투자한 美 VC, 14조 펀드 결성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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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각) 파이낸설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탈(VC)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가 최대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신규 펀드 결성에 나선다. 이 펀드는 AI와 방산·제조 기술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a16z는 성장 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약 60억달러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성장펀드 규모의 두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AI와 AI 인프라 펀드에 각각 15억달러씩, 국방·제조 기업 투자 펀드에 10억달러 이상을 조성할 계획이다. 총 100억 달러 규모를 조성할 예정으로, 이는 a16z 설립 이래 최대 규모다.
a16z는 지난해 72억달러(약 9조6300억원)의 펀드를 조성했다. 글로벌 AI 투자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존 펀드가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자 예상보다 빨리 펀드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a16z는 지난 18개월간 오픈AI와 xAI 등 주요 AI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
a16z는 운용자산(AUM) 기준 460억달러(약 66조원)에 달하는 미국 실리콘기반의 VC다.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스카이프와 메타(구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트위터, 코인베이스, 리프트, 로블록스, 클럽하우스, 오픈AI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