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올해 초 미국의 한 30대 여성이 반려견 덕분에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한 사연이 화제가 됐다. 이 여성은 반려견이 자신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고 냄새를 맡는 행동을 반복하자 병원을 찾았고, 당시 삼중음성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2023년 영국에서도 반려견이 주인의 엉덩이 냄새를 계속 맡았고, 실제로 견주에게 3기 항문암이 발견됐다. 2022년 또다른 반려견의 반복된 행동으로 유방암을 진단받은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후각이 발달한 개가 마약탐지견처럼 암을 '냄새로 찾아낸다'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물론, 사업화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스팟잇얼리(SpotitEarly) 는 개의 후각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암을 조기에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된다.
━
반려견 덕분에 암 진단…"개 후각과 AI로 조기 검진"
━
사용자가 보낸 호흡 샘플을 맡고 암을 탐지하는 비글견/사진제공=스팟잇얼리2020년 설립된 스팟잇얼리는 개의 후각 데이터를 AI로 학습시켜, 사람의 호흡만으로 암을 감지하는 가정용 조기 암 검진 키트를 개발 중이다. 슐로미 마다르 스팟잇얼리 대표는 "개가 인간의 질병, 특히 암을 냄새로 감지하도록 훈련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의 후각이 암 진단에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는 2004년 영국 과학자 클레어 게스트 박사 연구팀이 방광암 환자를 구별해낸 논문을 발표한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개는 사람의 호흡·땀·소변·혈액 등에서 방출되는 미량의 휘발성 화합물(VOCs)을 감지할 수 있어 대장암·폐암·전립선암·유방암·난소암 등 다양한 암을 높은 정확도로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팟잇얼리의 검진 과정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가정에서 호흡 샘플을 채취해 회사로 보내면, 훈련된 비글 18마리가 암 특유의 냄새를 구별해내고, 그 행동을 AI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분석·검증한다.
네이처 산하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된 회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팟잇얼리의 훈련된 개들은 94%의 정확도로 호흡 샘플에서 초기 암을 탐지했다. 1400여 명이 참여한 이중맹검 임상연구는 유방암·대장암·전립선암·폐암 등 4대 암 조기 검진에 초점을 맞췄다.
스팟잇얼리는 최근 2030만 달러(약 28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회사는 이 자금을 통해 임상 연구를 확대하고, 우선 유방암 검사를 시작으로 다른 암종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내년부터 병원 처방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가정용 키트의 예상 가격은 단일 암 검진 기준 약 250달러(약 35만원)다. 혈액을 기반으로 최대 50종의 암을 진단하는 그레일(Grail)의 '갈레리(Galleri)' 테스트(약 135만원)보다 저렴하다.
━
스테인리스 한 장으로 교량 수명 획기적 연장
━
알리움 엔지니어링의 기술이 적용된 캘리포니아 멘도시노 카운티의 101번 고속도로 교량 데크 교체 공사 현장/사진제공=알리움 엔지니어링교량 건설에 쓰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평균 수명은 약 30년이다. 콘크리트 내부 철근이 물과 염분에 노출되면서 부식되기 때문이다. 미국 전체 교량의 약 3분의 1은 현재 수리나 교체가 필요한 상태로, 향후 10년간 관련 비용만 약 4000억달러(약 5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엔지니어들은 철근이 녹지 않도록 에폭시 코팅을 입히거나, 물이 스며드는 시간을 늦추기 위해 콘크리트를 더 두껍게 타설하는 방식을 써왔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철근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 모든 교량에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미국 스타트업 알리움 엔지니어링(Allium Engineering)은 일반 철근의 외부를 얇은 스테인리스강 층으로 덮는 기술 '스테인리스 클래딩'을 개발했다. 이 방식은 한 장의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철근의 수명을 기존 30년에서 최대 100년까지 연장시킬 수 있다.
새뮤얼 맥앨파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표면 전체를 균일하게 덮기만 하면, 얇은 스테인리스층으로도 수백년 동안 부식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움의 스테인리스 코팅 철근은 최근 캘리포니아 멘도시노 카운티의 101번 고속도로 교량 데크 교체 공사에 적용됐으며, 매사추세츠주의 91번 주간고속도로 공사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플로리다 키웨스트의 상업용 보트 야드 건설에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
"밤에도 태양광을?" 거울위성 추진에 천문학계 '발끈'
━
우주로 발사된 리플렉트 오비탈의 인공위성이 야간에 태양광 발전소에 빛을 비추고 있는 가상 이미지/사진제공=리플렉트 오비탈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우주에서 햇빛을 반사해 밤에도 태양광 발전소를 가동하는 기술을 추진하자, 천문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6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리플렉트 오비탈(Reflect Orbital)은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2026년 시범위성 발사 허가를 신청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우주 궤도에 위성군을 띄워 특정 지역으로 태양빛을 재전송하는 '우주 반사 태양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첫 단계다. 회사는 향후 2년간 수십개의 위성을 추가로 발사할 계획이며 2030년까지 약 4000개 위성을 궤도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의 운영시간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지만, 천문학자들은 연구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천문학회가 지난 8월 회원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대다수가 리플렉트 오비탈의 위성 계획이 자신의 연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앤서니 타이슨 루빈천문대 수석과학자는 "밝은 위성 4000개가 밤하늘을 비추면 최첨단 지상 광학 천문학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루빈천문대를 비롯한 대형 망원경은 어두운 하늘을 전제로 관측 설계가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야생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간 인공 조명이 나방, 개구리, 박쥐 등 야행성 곤충이나 양서류, 박쥐 등의 행동 패턴을 교란하고 먹이사슬과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어서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천문학계와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리플렉트 오비탈 관계자는 "짧고, 예측 가능하며, 표적화된 방식으로 빛을 재반사하겠다"며 "과학자들과 위성 궤도 정보를 공유해 관측 일정을 조정하고, 관측소 인근에서는 반사 빛을 피하겠다"고 밝혔다.
━
"진료는 의사, 차트는 AI가 척척" 호주 스타트업 930억 투자유치
━
호주 의료 AI 스타트업 하이디헬스가 최근 6500만달러(약 93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에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4억6500만달러(약 6620억원)로 이전 투자유치 때보다 6배 상승했다.
하이디헬스의 솔루션은 진료 내용을 자동으로 받아쓰고 요약하며, 환자 맞춤형 진료 요약문을 생성하고, 해야 할 업무를 추적해 메모 없이도 관리할 수 있게 돕는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 서비스 출시 후 누적 7300만건 이상의 환자 진료 데이터를 처리했다. 매주 200만명 넘는 의료진이 110개 언어로 하이디를 사용하고 있다.
토마스 켈리 대표는 외과 레지던트 시절 수십 장의 스캔과 문서를 검토해야 했던 경험에서 착안, 2021년 하이디헬스를 설립했다. 그는 "의사들은 수백 명의 환자를 짧은 시간에 진료해야 하는데, 실제로 환자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짧다"며 "AI가 행정 업무를 대신하면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번 투자금으로 제품 고도화와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한다. 현재 싱가포르와 홍콩 시장 진입을 추진 중이며, 미국·영국·캐나다 법인 인력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에는 의사를 대신해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후속 진료를 안내하는 AI 상담 에이전트도 출시했다.
켈리 대표는 "의사에게 AI 도구를 더 많이 제공해 의료진의 역량을 높이고 업무 과중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전쟁 지역, 난민캠프, 기후재난 지역 등 의료 사각지대에서도 하이디를 통해 더 많은 환자를 돌보고, 더 나은 의료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