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액시엄 매스(Axiom Math)'를 설립한 중국계 미국인 카리나 홍/사진=소셜미디어 링크드인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박사과정을 중단하고 AI(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창업한 24세 여성 창업가가 세계적인 수학자 및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출신 연구진을 잇따라 영입하며 AI(인공지능)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액시엄 매스(Axiom Math)'를 설립한 중국계 여성 카리나 홍(사진)이다.
이 회사는 인간이 수십년간 풀지 못한 수학 난제를 해결하는 'AI 수학자' 개발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선 액시엄 매스가 고급 수학 문제 해결 기술을 보유하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검증, 암호학 등 정밀 추론이 필요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을 걸로 내다봤다.
홍 CEO의 경력도 눈에 띈다. 그는 미국 MIT(메사추세츠공대)에서 3년만에 수학과 물리학 학위를 마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미국으로 돌아와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AI 연구를 해 왔다. '수재'란 말이 지나치지 않은 그가 캠퍼스를 나와 창업에 이른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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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난제 풀자" 인재·뭉칫돈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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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과제를 제시해 놓은 액시엄매스 홈페이지/사진=액시엄매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액시엄 매스는 설립 1년도 되지 않아 최근 6400만달러(약 920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직원 17명 중 다수가 메타의 AI 연구조직 'FAIR' 또는 구글의 딥러닝 AI 연구팀 '딥브레인' 출신이다.
카리나 홍은 '수학적 초지능'이라는 비전에 집중했다. 액시엄이 개발 중인 AI는 언어모델과 달리 정답이 명확한 수학 영역에서 환각을 제거하고 정확한 추론을 수행하는 게 목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고난도 수학 모델이 일반인공지능(AGI) 달성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까다로운 목표임에도 빠른 시간 안에 최고급 인재를 끌어들인 데 이유가 더 있다. 메타가 구조조정을 겪던 시기, 메타의 AI조직 FAIR 인재들이 새 직장을 모색했는데 마침 액시엄이 매력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메타를 떠나기로 한 AI석학 얀 르쿤 교수와 함께 일하던 수학자 일부도 액시엄에 합류했다.
액시엄 매스는 영화 '굿 윌 헌팅'의 수학 자문으로 알려진 켄 오노 버지니아대 교수가 합류해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오노 교수는 그동안 수학 영역에서 AI의 실력에 의문을 가졌지만 최근 생각이 달라졌다. 오노 교수는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영역에서는 이미 AI가 자신을 앞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홍 CEO는 "해결할 문제가 어려울수록 인재의 수준은 높아지고, 이는 또 다른 거물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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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홀푸드가 낙점 "음식물 쓰레기가 데이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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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하탄 홀푸드마켓 /사진=엄성원아마존이 보유한 미국 신선식품 체인 '홀푸드'가 2027년부터 모든 매장에 한 스타트업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설치한다. 미국 스타트업 밀(Mill)이 아마존과 그 자회사 홀푸드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테크크런치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로써 밀은 가정용 음식물 처리기를 넘어 상업용 폐기물 시장에 진출했다.
밀의 장비는 홀푸드 농산물 코너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쇄·건조해 매립 비용을 줄이는 데 쓰인다. 폐기물 일부는 양계 사료로 활용된다. 이를 통해 홀푸드는 운영 비용과 환경 영향을 동시에 낮춘다는 구상이다. 더 중요한 건 데이터다.
밀의 쓰레기통은 어떤 음식이 얼마나, 왜 버려지는지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는 매장의 진열과 발주, 손실 관리에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똑똑한 쓰레기통' 개발에 AI 기술의 발전도 역할을 했다. 대규모 엔지니어와 막대한 비용을 들이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적은 인력으로 빠르게 상용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사진=밀(mill) 회사는 AI와 센서를 활용해 아직 판매 가능한 식품이 폐기되는 상황을 줄이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 기술과 데이터를 결합해 식료품 매장의 효율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밀은 가정용 시장에서 먼저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뒤 기업고객으로 넓혀갔다. 홀푸드와 협상 당시 홀푸드 구성원 상당수가 이미 밀의 제품을 가정에서 사용해 본 경험이 있었다. 밀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맷 로저스는 B2C(기업-고객거래)를 넘어 B2B(기업간 거래), 공공영역 즉 B2G(기업-정부 거래)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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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의 실패, 두번은 없다" 마리사 메이어 재기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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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 메이어 야후 전 CEO/사진=머니투데이 DB'야후'의 문을 닫은 CEO로 알려진 마리사 메이어가 새로운 AI 스타트업으로 재도전에 나섰다. 메이어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대즐(Dazzle)'을 설립하고 내년 사업화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대즐의 구체적인 기술 모델은 베일에 가려 있지만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소비자용 서비스다.
대즐은 기업가치 약 3500만달러(505억원)로 평가받으며 800만달러(115억원)의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시드 라운드는 벤처캐피탈(VC) 포러너 벤처스의 커스틴 그린이 주도했다. 커스틴 그린은 차임, 달러쉐이브클럽 등 소비자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성공시켜 왔다. 그의 참여가 '청신호'인 이유다.
메이어의 재도전 성공 여부도 관심이다. 인터넷 초창기 시대를 주도했던 '야후'는 2017년 미국 버라이즌에 인수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메이어는 그 전만 해도 승승장구의 아이콘이었다. 구글 초기 멤버로 구글 부사장까지 올랐고, '구글' 하면 떠오르는 단순한 초기화면을 디자인하는 데에도 그의 손길이 닿았다.
위기의 야후는 2012년 메이어를 구원투수로 영입했지만 그는 야후를 되살리지 못했다. '텀블러' 인수 등 몇 차례 결단이 연거푸 실패하면서 야후는 더 수렁에 빠졌다. 결국 메이어는 야후의 문을 닫은 마지막 CEO로 역사에 기록됐다. 그는 이후 사진 공유·연락처 관리 서비스 '선샤인'을 론칭하면서 재기를 꿈꿨다. 하지만 창업자의 유명세에 비하면 선샤인의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사진 공유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논란도 있었다.
AI의 급팽창을 바라보던 메이어와 선샤인 팀은 지난해부터 대즐의 프로토 타입(초기형태)을 만들기 시작했다. 메이어는 대즐에 대해 "이전 (선샤인) 프로젝트보다 훨씬 큰 가능성을 느꼈다"며 "다시 한번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명예회복을 노리는 과거의 스타 CEO가 재기할지 미국 벤처업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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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유턴, 스타트업은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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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버그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과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의회 상임의장이 11월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념촬영 현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11.22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요하네스버그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EU(유럽연합)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려던 정책에서 후퇴하는 조짐이다. 전기차 관련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EU에 등장한 개정안은 일정 시점에 100% 무공해 차량만 신차로 팔아야 한다는 조항 대신 일정 비율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허용하되 탄소 배출권 거래로 이를 상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른바 정책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명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및 안보 불안,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 탓이다.
기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 시간을 벌 수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자동차 산업은 EU 전체 고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유럽 각국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분야다. 반면 전기차 관련 스타트업들은 위기감이 역력하다. 일관된 정책이 흔들리면 투자와 기술 개발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전기차 관련 기업과 스타트업은 "2035년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지켜야 한다"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하지만 전통적 자동차 산업계의 영향력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유럽의 유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어쨌든 전기차 전환은 대세이니 앞으로도 충전 인프라 투자를 늘리겠다는 완성차 기업도 있다. 반면 정책 변화가 장기적으로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일의 전기차 충전 플랫폼 스타트업 '카리카'를 경영하는 이삼 티자니 CEO는 "(EU가 말하는) 유연성은 (전기차) 규모 확대를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대표적 기후테크 VC 월드펀드의 크레이그 더글러스 파트너는 중국이 이미 전기차 제조에서 앞서 있는데 유럽이 명확한 목표를 잃으면 또 하나의 핵심 산업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