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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색일까" 벤처투자 유혹한 빙하호수 영롱한 빛의 정체

김성휘 기자 기사 입력 2025.09.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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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타트업씬]9월 4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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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록키산맥 밴프의 루이즈 호수(레이크 루이즈)/사진=SNS
캐나다 록키산맥 밴프의 루이즈 호수(레이크 루이즈)/사진=SNS
#캐나다 록키 산맥, 그린란드 등 빙하 지형에선 아름다운 호수 물빛이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짙은 파랑 또는 에메랄드, 청록색 등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색채가 인상적이다. 빙하가 바닥의 암석을 깎으면 미세한 돌가루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빙하 암분(돌가루)'이다. 빙하암분은 빙하가 녹은 물에 섞이고 이 물이 고인 호수가 신비한 빛을 띠는 이유가 된다.

빙하암분이 자연 경관을 만드는 것을 넘어 벤처투자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린란드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록플라워(Rock Flour) 컴퍼니가 이산화탄소 제거(CDR) 솔루션으로 710만달러(610만유로, 약 100억2000만원)의 시드 투자유치를 이달 마무리했다.

시드 펀딩은 덴마크 수출투자기금(EIFO)과 덴마크의 글로벌 제약기업 노보홀딩스가 이끌었다. 노보홀딩스는 비만약 '위고비'를 만든 노보노디스크의 모기업이다. 그린란드의 날리크벤처스, 그린란드연금기금(SISA) 등도 참여했다. 이들은 투디그리스(2degrees), 풋프린트펀드, 플랜터리임팩트벤처스(PIV) 등 기존 투자자 및 엔젤투자자들과 함께 록플라워에 투자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위고비' 모회사도 시드 투자 참여한 '빙하 돌가루'


그린란드 빙하 항공사진/사진=그린란드빙상-해양기구(GISOI)
그린란드 빙하 항공사진/사진=그린란드빙상-해양기구(GISOI)

북유럽의 연기금과 주요 펀드가 앞다퉈 자금을 넣은 록플라워는 두 가지 방면으로 주목된다. 첫째 빙하암분을 활용해 농경지 토양 상태를 개선한다. 전문 매체에 따르면 빙하암분은 빙하 침식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극히 미세한 분말로, 영양이 풍부한 토양 강화제 역할을 한다. 농경지의 질소 이용 효율을 향상시킨다. 일종의 천연비료 역할을 하면서 인공 비료의 사용 필요성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탄소감축과 저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광물을 활용한 탄소저감(CDR), 이른바 EW 기술이다. EW는 암석을 아주 잘게 부숴서 뿌리면 대기중 이산화탄소와 반응, 탄소를 1000년 이상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그린란드 빙하암분은 미네랄 함량이 많고, 입자크기가 미세해 이 같은 작용에 유리한 걸로 알려졌다.

그린란드에서는 이처럼 다양하게 활용되는 '빙하 돌가루'가 대량 분포한다. 록플라워가 그린란드에 자리잡은 이유가 있는 셈이다. 록플라워는 지질학자인 미닉 로징 교수, 기후테크 투자사인 투디그리스가 함께 설립했다. 그린란드의 풍부한 빙하 암석 자원을 활용해 CDR을 확장한다는 비전이다.

회사 측은 "새로 확보한 자금으로 사업을 확장, 전 세계 농경지를 거대하고 영구적인 탄소 흡수원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에 참여한 EIFO 측은 "더 푸른 세상을 만들고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록플라워 컴퍼니의 비전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코히어, 투자금 초과유치로 실탄 채워…'오픈AI' 추격할까


AI 모델 개발기업 코히어와 반도체기업 AMD 협력 발표/사진=코히어 트위터
AI 모델 개발기업 코히어와 반도체기업 AMD 협력 발표/사진=코히어 트위터
기업용 AI모델을 개발하는 코히어(Cohere)가 8월에 발표된 투자 라운드를 연장, 1억달러(1400억원)를 추가로 유치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캐나다 기업개발은행(BDC), 넥서스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이 라운드에 신규 참여했다.

코히어는 지난달 68억달러의 기업가치로 5억달러 투자를 받았다. 1억달러를 추가조달함으로써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기업가치는 70억달러로 치솟았다.

또 코히어는 투자자 중 하나인 AMD와 계약을 맺고, 자사의 AI모델 '커맨드'가 AMD의 인스팅트(Instinct) GPU에서 구동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코히어가 경쟁자이자 후발주자인 오픈AI나 앤스로픽(Anthropic)과 겨루는 'AI 대결'도 흥미로워졌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코히어는 AI 경쟁의 선두주자였다. 2019년 코히어를 설립한 에이단 고메즈는 생성형AI를 최대 이슈로 끌어올린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이다. 6년만에 기업가치가 70억달러로 늘어난 것은 분명 성과다. 하지만 오픈AI나 앤스로픽에 비하면 초라하다. 오픈AI는 지난달 50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고 앤스로픽만 해도 이달 초 183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달성했다.

코히어는 이번 자금유치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소버린AI 개발 시장으로 눈을 놀린다. AI 데이터와 모델을 외국 기업에 맡기는 대신 자국 기업이 직접 관리하려는 곳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친다는 복안이다. 캐나다가 투자자로 참여한 데다, 넥서스 캐피탈은 싱가포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한편 코히어와 손잡은 AMD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도전자 격이다. 엔비디아와 오픈AI는 최근 대규모 투자 합의를 발표했다. 코히어는 다만 "엔비디아 GPU를 배제하고 AMD만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머스크·나델라 같은 인물 막을라" VC 전설, 美 비자정책 우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 참가했던 마이클 모리츠/사진= SNS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 참가했던 마이클 모리츠/사진= SNS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숙련 인력에 대한 H-1B 비자 제한조치를 내리자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유력 벤처캐피탈(VC) 세쿼이아캐피탈 대표를 지낸 투자자 마이클 모리츠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H-1B 비자 수수료를 급격히 올린 조치가 너무했다고 비판했다.

베테랑 벤처투자자이자 자선가인 모리츠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술 기업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유를 근본적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고용이 "미국인을 대체하거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기술과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동유럽, 터키, 인도의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한 엔지니어는 미국인 엔지니어와 마찬가지 자격을 갖췄다"며 "이 정책은 기업들이 미국에 사업장을 두는 대신 터키 이스탄불, 폴란드 바르샤바, 인도 방갈로르 등으로 이전하도록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츠는 H-1B 비자를 제한하는 대신 비자 발급 규모를 2~3배로 늘리거나, 외국인이 미국 주요 대학에서 STEM(수학·과학·엔지니어링) 박사 학위를 받으면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같은 외국 출신 CEO를 H-1B 프로그램의 성공 사례로 꼽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 인스타그램 공동 창업자 마이크 크리거도 마찬가지다. 미 정부가 이 같은 벤처·스타트업 투자 인재영입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1954년 영국 웨일즈 출신인 모리츠 자신도 1979년 H-1B의 옛 버전에 해당하는 비자를 받았으며 "나를 받아준 나라에 감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정부는 H-1B 신규 비자 수수료를 연간 10만달러로 올린다고 밝혔다. H-1B 비자는 매년 8만5000명의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가 미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피봇지옥' 빠진 청년들..10여차례 바꿔서 대박난 아이템


소셜 대화앱 '캔들' 화면/사진=캔들
소셜 대화앱 '캔들' 화면/사진=캔들
지난해 미국의 대표적 액셀러레이터(AC) 와이콤비네이터(YC)가 지원하는 청년 창업가 중 알렉스 루버, 파스 초프라 등도 있었다. 애플 출신 루버, 트위터의 엔지니어였던 초프라는 대화형 AI 쇼핑 도구 '앙코르'(Encore)를 함께 개발했고 이를 계기로 YC에 합류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이들은 2024년 가을 YC 배치프로그램에 합류한 후 패션, 스포츠 등 10여개 아이디어를 고민했는데 정작 뚜렷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게다가 창업 자금은 바닥나고 있었다. 기술은 좋았지만 경제적 성과를 내는 건 다른 문제로 보였다. 피봇(사업전환)의 무한 굴레에 빠진 셈인데, 미국 스타트업씬에선 '피봇 지옥'(Pivot hell)이라 부른다.

루버는 미국 매체 테크크런치에 "4~5개월 동안 10개가 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해 봤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스트레스가 커지자 창업멤버들은 친구나 연인과 관계에도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바로 이 점이 반전 계기가 됐다. 우정이나 연애 유지를 돕는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게임 형태의 대화 서비스 '캔들'(Candle)을 출시했다. 초기버전은 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질문 모음이었다. 한 인턴 직원이 이 앱에 대한 틱톡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자 이것이 널리 퍼지면서 입소문을 냈다. 캔들은 특히 유럽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다운로드가 늘고 피드백이 증가했다.

창업팀은 커플과 친한 친구들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돕는 가볍고 게임화된 앱으로 캔들을 고도화했다. 캔들은 일상적인 작은 메시지와 게임을 통해 기존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또 사진을 공유하는 등 Z세대와 젊은 밀레니얼 세대에 맞는 모바일 참여 방식이다.

캔들은 출시 6개월 만인 9월 현재 15만쌍의 커플을 포함, 30만여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매달 활동하는 사용자는 25만명 이상이다. 월 매출은 최근 15만달러를 넘었다. 이는 연간반복매출(ARR)이 100만달러가 넘는다는 뜻이다.

'소비자 소셜' 앱 분야에선 꽤 빠른 성과라고 테크크런치는 평가했다. 이 매체는 "(창업에 대한) 압박감은 친구 및 파트너와 관계에도 부담을 주고, 이는 많은 초기 창업자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라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긴장감이 마침내 딱 맞는 아이디어를 낳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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