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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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S 디자이너AI(인공지능) 산업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면서 'AI 스타트업'에서 신흥 억만장자들이 배출되고 있다. 올초 블룸버그는 기업가치 1~4위 비상장 AI 기업에서 최소 15명의 억만장자가 탄생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창업자들만 억만장자 반열에 오르는 건 아니다. 비상장 AI 기업들의 빠른 성장으로 창업자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큰 부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최근 AI 스타트업들이 직원들의 보유 주식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등 차익실현 기회를 적극 제공하고 있어서다. 기업의 고속 성장 성과를 직원과 공유하는 벤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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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븐랩스, 66억달러 가치로 직원 구주 매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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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음성 AI 스타트업 일레븐랩스는 직원들의 주식을 66억달러(약 9조1700억원) 가치로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투자유치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의 2배에 달한다.
이번 거래는 최소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만 가능하다. 이들은 최대 1억달러(약 1390억원) 상당의 주식을 투자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 직원들의 주식 구매단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해 초 기업가치 대비 2배 높은 수준에서 매각이 이뤄지는 만큼 상당한 차익이 예상된다.
일레븐랩스는 AI를 활용해 인공 음성을 생성하는 클라우드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AI는 인공 음성 합성을 위해 실제 음성을 복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기업 LG도 올해 초 일레븐랩스에 투자한 바 있다.
회사는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직원 수는 1년 만에 77명에서 331명으로 늘었으며, 서비스 출시 1년 반 만인 지난해 10월 연간반복매출(ARR) 1억달러를 달성했다. 올해 연말 ARR 목표는 3억달러(약 4100억원)다.
마티 스타니셰프스키 일레븐랩스 CEO(최고경영자)는 "ARR은 회사의 성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일레븐랩스는 꾸준히 헌신해온 직원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경영진도 다른 회사에 매각하기보다 회사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IPO(기업공개)나 매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초기 투자자와 직원에게 구주 매각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국 핀테크 기업 레볼루트는 최근 750억달러(약 100조원) 가치로 직원 구주 매각을 진행했으며, 이는 이전 450억달러 평가액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오픈AI도 현재 5000억달러(약 684조원) 기업가치로 전·현직 직원들의 구주 매각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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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껍질로 비료 생산…친환경 기술에 VC도 700억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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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니트릭시티의 창립자인 조슈아 맥에너니 최고기술책임자, 제이 슈왈베 최고전략책임자, 니콜라스 핑크오스키 최고경영자/사진제공=니트릭시티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친환경 비료 스타트업 니트릭시티는 최근 미국 프랜차이즈 요식 기업 치폴레 멕시칸 그릴, 코슬라벤처스로부터 5000만달러(약 69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이 창업한 니트릭시티는 아몬드 껍질을 활용해 친환경 비료를 개발한다. 주력 제품 '애쉬 티(Ash Tea)' 는 아몬드 껍질을 태운 뒤 물에 끓여 만든 액체 비료로, 농부들이 희석해 토양에 뿌리는 방식이다.
기존 합성 비료는 화석연료에 의존해 생산되며, 이 과정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가 발생한다. 과다 사용 시 질소 유출수로 인한 수질·대기오염 문제도 뒤따른다. 이에 비해 애쉬 티 등 니트릭시티가 개발한 비료는 탄소배출량을 최소 92% 줄이고, 작물 수확량을 최대 30% 높인다는 것이 회사측 주장이다.
니트릭시티는 세계 최대 아몬드 생산지인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연간 85만톤의 아몬드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미국 전역과 유럽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편 친환경 비료 스타트업은 니트릭시티만이 아니다. 오피오가닉스는 사람의 소변을, NPK리커버리는 곤충과 해초를 활용해 비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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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 세계 최초 AI 챗봇 규제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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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라멘토=AP/뉴시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8월 21일(현지 시간) 새크라멘토 주지사실에서 주 의회를 통과한 선거구 재조정안과 특별 선거에 관한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2025.08.22. /사진=권성근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미성년자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AI 챗봇 규제법 'SB 243' 을 통과시켰다.
테크크런치 등 외신을 종합하면 관련 법안은 다음달 12일까지 개빈 뉴섬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최종 통과되면 AI 챗봇 운영사에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첫 사례가 된다.
이 법안은 AI 챗봇이 자살·자해·성적 대화 등 자극적 대화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미성년자에게는 3시간마다 AI와 대화 중임을 고지하고 휴식을 권고해야 한다.
아울러 관련 기업에 강력한 법적 책임도 묻는다. 기업들이 규제 사항을 위반할 경우 피해자는 최대 1000달러(약 13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과 변호사 비용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오픈AI나 캐릭터닷AI 등 주요 기업은 2027년 7월부터 매년 투명성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SB 243 법안은 애덤 레인이라는 10대 청소년이 챗GPT와 장시간 죽음과 자해에 대해 대화를 나눈 뒤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본격 논의됐다. 또 메타 챗봇이 아동과 부적절한 대화를 나눴다는 내부 문서가 유출되면서 규제 필요성이 부각됐다.
해당 법안은 초안보다 완화된 상태로 통과됐다. 초안에는 AI 챗봇 운영사들이 사용자가 자극적인 콘텐츠를 올리도록 유도하고 이용자의 몰입도를 높이는 '가변적 보상'(variable reward)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AI 챗봇이 이용자와 얼마나 자주 부적절한 대화를 했는지 추적하고 보고하는 조항도 삭제됐다.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AI 챗봇 사용을 규제하는 움직임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AI 챗봇이 아동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텍사스 법무부는 메타와 캐릭터닷AI를 상대로 정신건강과 관련해 잘못된 주장으로 아동을 오도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착수한 상태다.
파딜라 상원 의원은 "혁신과 규제는 상호배타적이라는 전제를 거부한다"며 "기술의 이점을 살리는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합리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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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달래는 AI 서비스, 수천만달러 투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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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이 개발한 가상 AI 애완동물 키우기 게임 '펭구'/사진제공=본
외로움을 달래주는 AI 서비스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특히 SNS(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을 통해 다수와 빈번한 소통을 하지만 진정한 유대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Z세대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들이 주목받고 있다.
테크크런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AI 게임 스타트업 본은 최근 15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은 2500만달러다.
본은 사용자가 펭구(Pengu)라는 귀여운 가상 애완동물을 다른 사람들과 키우는 미니게임을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 혼자서 캐릭터를 키우는 다마고치게임과 달리 친구나 연인 등 다른 사람과 함께 키우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15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파비안 캄베리 본 대표는 "기존 AI 챗봇은 일대일 대화를 통해 사용자를 고립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는 외로움을 더 부추기고 사용자에게 더 큰 재미와 삶을 개선하는 기회를 앗아간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이벤트를 검색하는 소셜 플랫폼 '클릭스'도 14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블리츠스케일링 벤처스가 리드투자자로 나섰으며, 벤모 공동 창립자 이크람 마그돈-이스마일, F1 드라이버 출신 투자자 니코 로즈버그 등이 참여했다.
클릭스는 티켓마스터·틱톡 등에서 이벤트 정보를 수집해 지역 내 참여 가능한 행사와 장소를 추천한다. 또 연락처를 업로드하면 친구가 참석하는 이벤트를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출시 이후 활성사용자 수는 5만명에 달한다.
알릭스 반 데르 보름 클릭스 대표는 "집에서 스마트폰을 스크롤하는 것만큼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쉬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건강해지며 진정한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