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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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이 전 세계 비상장 스타트업 중 4번째로 비싼 회사가 됐다./로이터=뉴스1챗GPT 개발사 오픈AI의 대항마로 알려진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이 전 세계 비상장 스타트업 중 4번째로 비싼 회사가 됐다. 미국 빅테크 기업과 대형 투자사는 물론 싱가포르·카타르 등 각국 국부펀드가 앞다퉈 투자에 나서며 기업가치가 5개월 만에 3배 치솟았다.
6일 블룸버그통신·크런치베이스·테크크런치 등 외신을 종합하면 앤스로픽은 최근 진행한 시리즈F 라운드에서 130억달러(약 18조원)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1830억달러(약 255조원)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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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5개월 만에 3배 껑충…세계 4번째 비싼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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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닉캐피털이 주도한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피델리티매니지먼트, 라이트스피드 벤처파트너스, 인사이트 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GIC), 카타르 국부펀드(QIA) 등도 투자했다.
당초 계획은 50억달러(약 7조원)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었으나 세계 각국에서 수요가 몰리며 100억달러(약 14조원)로 금액을 높여 잡았다. 최종 모인 투자금은 수정된 기준보다도 30% 많은 수준이다.
지난 3월 615억달러로 평가됐던 몸값이 5개월 만에 3배 높아지면서 글로벌 비상장사 기업가치 순위도 종전 7위에서 4위로 껑충 뛰었다. CB인사이츠·크런치베이스 등 집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 세계에서 엔스로픽보다 비싼 비상장사는 스페이스X(3500억달러), 바이트댄스(3000억달러), 오픈AI(3000억달러) 3곳 뿐이다.
앤스로픽은 2021년 다리오 아모데이 등 오픈AI 전 직원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다./로이터=뉴스1앤스로픽은 2021년 다리오 아모데이 등 오픈AI 전 직원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다. 오픈AI가 빠른 AI 개발과 적용에 방점을 찍었다면 엔스로픽은 AI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영 철학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워 창업 초기 아마존·구글 등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전 세계 투자금이 앤스로픽으로 향한 배경에는 전례 없는 성장 속도가 있다. 대표 서비스인 AI 챗봇 '클로드'가 컴퓨터 코드 작성, 글쓰기 분야 등에서 챗GPT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미 30만개의 기업고객을 확보했다. 올 2월 공개한 AI 코딩 도구인 '클로드 코드'는 사용량이 10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회사 측은 공식성명을 통해 "이번 투자는 앤스로픽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라며 "기업과 개발자, 파워유저를 위한 선도적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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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시즌 투자도 멈췄다…8월 글로벌 벤처투자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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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한달간 전 세계 벤처투자 규모가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크런치베이스 갈무리지난 8월 한달간 전 세계 벤처투자 규모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드 단계 초기 투자는 씨가 말랐다.
크런치베이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총 170억달러(약 24조원)로 전년 같은기간(194억달러) 대비 약 12% 감소했다. 이는 2017년 이후 동월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달(306억달러)과 비교하면 44% 급감했다.
투자자들이 휴가를 떠나는 여름시즌엔 펀딩 규모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난달엔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크런치베이스는 짚었다. 올 상반기 AI 스타트업에 대규모 뭉칫돈이 몰리며 투자 규모가 급증했지만 하반기 들어 속도가 확연히 둔화됐다고 봤다.
투자 단계별로는 시드 라운드 자금이 1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가까이 줄며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후기 라운드 자금은 7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5억달러)보다 15% 정도 줄었다.
분야별로는 AI(28.2%), 헬스·바이오(23.5%) 금융(11.7%), 에너지(11.7%) 등 순으로 투자가 많았다. 개별 기업 중에선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융합에너지 스타트업인 커먼웰스퓨전(Commonwealth Fusion)이 8억6300만달러 투자를 받으며 가장 많은 자금을 확보했다.
콜로라도주에 본사를 둔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퀀텀(Quantinum)은 5억9380만달러를 유치했다. 캐나다 AI 스타트업인 코히어(Cohere)와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코딩 스타트업 코그니션(Cognition)은 각각 5억달러 투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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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장 상사는 떡잎 알아봤다…유니콘이 된 '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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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닷컴 공동창업자인 리처드 소처(왼쪽)와 브라이언 맥캔(오른쪽)/사진=유닷컴미국 AI 스타트업 유닷컴( You.com)이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15억달러 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유닷컴은 시리즈C 라운드에서 1억달러(약 1400억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았다. 이번 라운드는 미국 미디어그룹 콕스엔터프라이즈가 주도했으며 기존 투자자인 조지안, 노르웨스트, 세일즈포스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유닷컴은 세계 최대 기업용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업체인 세일즈포스에서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하던 리처드 소처와 브라이언 맥캔이 2020년 공동 설립한 회사다. 스탠퍼드대학교 동문인 두 사람은 세일즈포스에서 함께 근무하며 전 세계 검색시장을 장악한 구글을 잡겠다는 창업 의지를 다졌다.
이들은 AI와 LLM(대규모언어모델)을 기존 검색 환경에 내장한 기술로 사업 첫 발을 뗐다. 사업 초기에 전 직장 상사였던 세일즈포스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가 펀딩을 주도해 2000만달러(약 260억원) 자금을 지원했다. 유닷컴이 사용하고 있는 도메인 'You.com'도 베니오프가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웹주소를 넘겨준 것이다.
유닷컴의 핵심 사업모델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들의 AI 채택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이 회사의 수익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이 서로 통신할 수 있는 기업용 검색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판매에서 나온다. DPA·텔레그래프 등 언론사와 하베이AI 등 법률스타트업 등이 주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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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키우는 오픈AI, 스타트업 또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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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로이터=뉴스1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유치한 오픈AI가 공격적인 M&A(인수합병)로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에 이어 2개월 만에 또 다시 거액을 투자해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오픈AI는 최근 소프트웨어 테스트 전문 스타트업인 스탯시그를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거래는 전액 주식교환 방식으로 이뤄진다. 스탯시그의 공동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인 비자이 라지는 오픈AI 애플리케이션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영입됐다.
스탯시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새로운 기능을 시험하고 점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를 개발하는 업체로 2021년 설립됐다. 오픈AI는 이 회사의 고객사였다.
이번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더라도 스탯시그 팀을 기존 시애틀 사무소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오픈AI는 성명에서 "스탯시그와의 통합은 신중하게 접근할 사안"이라며 "기존 고객들에게 연속성을 보장하고 팀이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픈AI는 올 들어 대규모 M&A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전 애플 디자인 책임자였던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AI 기기 스타트업 아이오(io)를 지난 7월 65억달러(약 9조원)에 인수했다. 이후 AI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Windsurf)를 30억달러에 인수하는 작업도 벌였으나 무산된 바 있다.
시장에선 오픈AI가 수년에 걸쳐 막대한 투자금을 조달한 만큼 유망한 AI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해 기업가치 평가액을 더 높이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