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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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조셉 클립북 CEO(왼쪽)와 유명 투자자 마크 큐반/사진=소셜미디어"투자만 받으면 성장할 수 있는데, 아는 투자자가 없네"
클립북(Clipbook)은 AI 기반으로 소셜미디어, 뉴스 등을 모니터링하는 기업용 PR 플랫폼이다. 창업자 겸 CEO 애덤 조셉은 지난해 회사가 궤도에 오르자 투자가 절실하다고 느꼈다. 막막하던 그는 무작정 유명 투자자 5명을 떠올리고 투자 제안서를 썼다. 하지만 연락처도 모르고 추천서도 없었다.
그랬던 클립북은 지난 2일(현지시간) 300만달러(약 44억원)의 시드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억만장자이자 '브로드캐스트닷컴' 창업자, 방송인이기도 한 마크 큐반이 라운드를 이끌었다. 놀랍게도 큐반은 조셉이 '알지도 못하면서' 떠올렸던 투자자 5명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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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바꾼 메일 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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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반의 블로그 '샤크탱크' 등에 따르면 조셉은 투자제안서를 써놓고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에게 무작위로 보내는 이른바 '콜드메일'이기 때문이다. 조셉은 어느날 용기를 내려고 맥주를 조금 마신 다음, 5명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며칠 후 조셉은 이메일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5명 중 큐반이 답장을 보낸 것이다.
알고보니 큐반은 수많은 포트폴리오를 지닌 억만장자임에도 여전히 이메일을 직접 열어보고, 여기서 투자대상을 찾곤 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큐반의 답 메일은 무척 까다로운 질문 20개로 가득했다. 조셉이 압박면접같은 이 질문에 우물쭈물했다면 투자기회는 날아갔겠지만 그는 모든 질문에 자신있게 답했다.
조셉의 답변은 큐반의 관심을 끌었다. 큐반은 자신이 소유한 온라인 약 배송기업 '코스트플러스드럭'에 대해 미디어 모니터링 보고서를 만들어보라고 했다. 클립북은 코스트플러스드럭을 다루는 팟캐스트가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는데 이는 큐반이 미처 몰랐던 일이었다.
결국 큐반은 투자를 결정하고 이 라운드를 직접 주도했다. 시드 라운드에는 커먼윌 벤처스, 카펜터 캐피털 등 다른 VC도 참여했다. 조셉은 용기있게 보낸 이메일 덕에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2023년에 등장한 클립북은 AI를 활용, 기업과 관련된 미디어 활동을 모니터링한다. 특히 경쟁사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는지 파악한다. 회사 측은 100만개 이상의 소스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며 컨설팅회사와 홍보대행사 등 수백개 기업이 고객이라고 밝혔다.
올해 67세인 큐반은 재산이 45억달러(6조원)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소프트웨어 기업과 브로드캐스트닷컴 등을 설립하고 매각해 큰 돈을 벌었다. NBA 구단을 인수해 구단주가 됐고 스타트업 피칭 방송프로그램인 '샤크탱크'를 만들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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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10년 더" 생명연장 기술기업 '뭉칫돈'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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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베츠 라크루아 레트로바이오 대표/사진= 소셜미디어 X오픈AI CEO 샘 올트만이 지원하는 생명연장 기술 스타트업 레트로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트로바이오)가 10억달러(1조4000억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유치를 앞두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라운드의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레트로바이오는 이를 통해 5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한다. 이 정도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비상장사) 수준을 몇 배 뛰어넘을 뿐 아니라 올해 제약업계 최대 규모의 투자 라운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2021년 설립한 레트로바이오는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으나 후성유전학, 세포 대체 요법, 그밖에 첨단기술을 동원해 젊고 건강한 세포를 만드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 후성유전학이란 DNA 유전자 발현 메커니즘을 연구한다.
레트로바이오의 비전은 "인간 수명 10년 연장"이다. 무엇보다 샘 올트만으로부터 1억8000만달러의 초기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다. 올해 말 알츠하이머병 해결을 위해 개발한 신약의 첫번째 임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레트로바이오는 투자사들에게 보낸 자료에서 회사의 시장가치가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릴리나 비만약 '위고비' 제조사 노보노디스크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수(Longevity)는 역사상 가장 큰 제약 시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유치가 성사되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알토스랩스와 본격 경쟁구도가 될 수 있다. 알토스랩스는 이미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 조 론스데일의 벤처캐피탈 등을 통해 30억달러 이상 투자를 받았다. 이는 지금까지 실리콘밸리의 장수·바이오테크 분야 최고 투자 규모다.
레트로바이오 또한 실리콘밸리에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고령화 방지에 대한 VC업계와 투자시장의 관심을 반영한다고 현지매체는 분석했다. 물론 긍정적 임상자료를 확보해야 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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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투자 받았어? 美 리걸테크 유니콘 기업가치 8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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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6000만달러를 투자받고 기업가치는 80억달러라고 밝힌 미국 스타트업 하비/사진= 하비미국의 리걸테크(법률+기술) 스타트업이 1억6000만달러(약 235억원)를 투자유치하고 기업가치는 80억달러로 평가됐다. 유니콘(10억달러) 진입단계의 8배에 이르는 규모다.
법률문서의 검색, 초안 작성 등에 특화된 '하비'(Harvey)는 4일(현지시간)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주도한 시리즈F 라운드를 통해 1억6000만달러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미 EQT, 세쿼이아, 엘라드 길 등 유력한 투자자들이 하비에 투자하고 있다.
하비는 앞서 2월, 세쿼이아가 주도한 시리즈D 라운드에서 기업가치 30억달러로 평가됐다. 6월 시리즈E 라운드에서 3억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평가액은 50억달러로 뛰었다. 이후 6개월만에 또 한 번 덩치를 키운 셈이다.
2022년 설립된 하비는 고객 확보 규모나 기술력 전반에서 경쟁사보다 앞선 상태다. 특히 법률 영역은 대형언어모델(LLM)이 적합한 분야로 평가된다. 엘라드 길은 하비의 도약에 대해 "간단하다. 그 기술이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테크크런치에 밝혔다.
하비는 미국의 100대 로펌 중 50곳을 고객으로 뒀으며 다양한 기업의 법률조직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테크크런치는 요즘 VC들이 될 만한 스타트업에 자금을 쏟아부어 육성하는 '킹메이킹'을 하고 있으며 하비가 그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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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찬스일까…트럼프주니어 투자한 스타트업, 정부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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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4월 방한, 출국하는 모습. (공동취재) 2025.04.30. /사진=뉴시스 미국 희토류 자석 스타트업 벌칸엘레멘츠가 미국 국방부와 6억2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벌칸 측에 따르면 미 정부가 자국내 자석 공급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업계에선 다른 의미로 이번 계약을 주목한다.
벌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가 일하는 벤처캐피탈(VC) '1789캐피탈'의 투자를 받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1789캐피탈에 파트너로 합류했다. 1789캐피탈은 그 후 벌칸엘리먼츠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벌칸은 이어 지난 8월 65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번 계약은 미 국방부 전략자산실(OSC)이 그동안 체결한 것 중 최대규모 계약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활동한 뒤 벌칸의 투자유치와 정부사업 수주가 이어진 셈이다. 1789캐피탈은 미국 정부에 기술공급 등 방산 납품 관계가 밀접한 스페이스X, 안두릴(Anduril) 등의 투자사이기도 하다.
다만 벌칸 측은 트럼프 주니어가 계약 협상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대변인도 "(트럼프 주니어가) 1789캐피탈의 포트폴리오사를 대신해 정부와 협상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FT에 밝혔다.
보통 자석은 단순해 보이지만, 희토류 원소를 섞어 만드는 고성능 자석은 구하기 어렵고 첨단산업 제품의 부품으로 중요하게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