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경훈 한패스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디지털 금융강국'이다. 결제, 인증, 모바일 금융 서비스 등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편의성과 확장성 면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이미 K콘텐츠 못지않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국형 핀테크가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 특히 엔데믹 이후 재한 외국인과 방한 관광객이 급증한 현시점에서, 한국을 경험한 글로벌 이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수요는 단순한 '관광 편의' 차원을 넘어 우리 경제의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국 디지털 금융의 혁신적인 편리함을 체감한 뒤, 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요구하게 된다. K푸드와 K팝이 글로벌 파급력을 가졌듯 K금융 역시 세계로 확장될 수 있다는 신호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소비·거주·근로를 병행하는 '신유목민적 특징'을 지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금융 생활은 한 국가의 규제 안에서만 작동해서는 안 된다. 국경 간 계정 연동, 완벽한 다국어 지원, 일관된 결제·송금 체계 등 '글로벌 표준'의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이 지점에서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개별 기업의 기술 도입이 아닌 국가 차원의 제도적 준비다. 예컨대 스테이블코인 기반 정산 시스템은 국제 송금의 속도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이를 실제 서비스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명확한 가이드라인, 감독 체계, 그리고 국제 공조 모델이 필수적이다. 제도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K핀테크의 글로벌 확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지방의 인구 감소와 지역 상권 약화는 구조적 문제지만 외국인 관광객과 글로벌 이동층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수요층이다. 단, 이를 실현하려면 각 지자체의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방정부-중앙정부-민간기업' 간의 공동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별 교통·숙박·결제 인프라를 표준화하고, 외국인이 언어장벽 없이 지역을 편리하게 이동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AI(인공지능) 기술 또한 중요한 도구다. 다국어 AI 에이전트는 외국인의 언어 장벽과 정보 격차를 즉시 해소하고, 금융·관광·생활 전반의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개별 기업의 과제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데이터 접근성 확대, 공공 API 통합, 표준 서비스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해 한국 전체가 '외국인 친화적 디지털 국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결국 K핀테크의 세계화는 특정 기업의 성장 전략이 아닌 국가적 산업 전략에 가깝다. 한국 경제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제조업이나 콘텐츠 수출만이 아니다.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생활금융의 세계화', 그 흐름 속에서 K핀테크는 충분히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이제는 한국의 디지털 금융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장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 그리고 현장의 연결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