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2024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 X 우리금융 디노랩 공동 PR 데이'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은 핀테크 스타트업을 선발, 사내 부서와 함께 솔루션을 개발하는 '인-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스타트업은 JP모간의 인프라, 데이터, 테스트베드를 활용하고 은행은 필요한 기술을 빠르게 내재화한다. 동남아 최대 규모은행인 싱가포르 DBS은행에는 스타트업과 현업부서 간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스타트업 엑스(X)체인지' 프로그램이 있다. 성공한 PoC(기술실증)는 DBS의 실제 서비스에 연동된다.
국내에도 이런 사례가 탄생하고 있다. 우리은행 원(WON)뱅킹 앱 이용자들은 전세 물건의 위험도(리스크)를 측정하는 '전세지킴이' 메뉴를 이용할 수 있다. 주소지 등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면 각종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예측 기술을 통해 이른바 '전세 사기' 위험이 가능하다. 스타트업 테라파이의 '세이프홈즈' 기술을 우리은행에 접목했다.
최근 금융권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했다. 인구구조 변화, 디지털금융의 파도에 은행 지점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수익을 내는 만큼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고객은 단순한 입출금, 대출 등 금융 거래를 넘어 생활의 각종 편의에 도움되는 '플랫폼'이 될 것을 요청한다. 은행들이 기업투자, 그 중에서도 국내 경제의 중추인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육성·투자에 주목하는 이유다.
우리금융지주 '디노랩'은 국내 금융권에서 돋보이는 시도를 해왔다.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선발, 인프라·브랜드 파워를 통해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한 사무공간 대여나 일회성 투자를 넘어 지속적 투자관계를 이어가고 그룹 내 사업부서와 협업을 연계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올 초 디노랩 서울 강남센터 개소식에 직접 참석하며 힘을 실었다.
그 결과 핀테크 스타트업 캐시멜로의 멜로링크 서비스가 원뱅킹 앱에 반영됐다. 외화를 앱에서 환전한 다음 현지 ATM(현금인출기)에서 체크카드 없이 QR 인증으로 출금하는 서비스다. 여행시 환전 불편이라는 해묵은 화두를 은행이 풀어주려는 시도다. 스타트업 '택스비'의 기업 세무장부 간소화 기능, 머니스테이션의 투자분석 솔루션 '시그널엔진'도 같은 맥락이다.
스타트업을 키우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은 사회공헌 차원이 아니라 금융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실현하는 전략적 투자로 봐야 한다. 미국 유럽 주요국 금융기관은 사내 벤처,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영국 바클레이즈는 뉴욕·텔아비브 등 세계 6개 도시에 핀테크 엑셀러레이터 '라이즈'를 설치해 글로벌 스타트업과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도 이와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지만 디노랩처럼 협업 결과를 만들어 낸 사례는 드물었다. 은행이 AI(인공지능),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면 "은행이 그런 일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앞으론 "은행이니까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로 인식이 바뀌기를 기대한다. 각 은행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에 금융당국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