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조용우 토모로우 대표가 자사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토모로우"외국인 친구들이 배달음식을 시켜달라고 여러 번 부탁하길래 처음엔 무심코 도와줬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죠."
조용우 토모로우 대표는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창업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 대표는 외국인들과 교류하는 커뮤니티 활동 중 불편을 몸소 겪었다. 그는 "(외국인 친구들에게)배달 주문, 온라인티켓구매사이트 예매, 택시 호출까지 자꾸 부탁을 받았다"며 "신용카드도 있고 스마트폰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국 온라인 서비스에 직접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본인 인증' 시스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대부분의 온라인 서비스는 'PASS' 등 통신사 기반의 본인 인증 절차를 요구하는데, 이는 한국 통신사에 등록된 내국인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외국인은 주민등록번호가 없거나, 국내 통신사에 가입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 인증 시스템을 통과하지 못한다. 결국 외국인들은 결제를 포기하거나 주변 한국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다.
조 대표는 이 현상이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허점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외국인의 카드 결제는 본국 귀국 후 '도난카드'로 신고해 환불 처리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러면 카드사는 고객에게 먼저 환불을 해주고 페널티를 PG사에 전가한다. PG사는 다시 가맹점에 책임을 돌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결제 사업자들은 외국인 고객을 기피하게 되었고, 외국인의 온라인 접근권은 지속적으로 제약을 받아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조 대표는 직접 해결책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핵심은 외국인을 위한 본인 인증 시스템, 즉 '외국인용 KYC(Know Your Customer·고객확인제도)' 체계 구축이다. 토모로우는 각국 통신사 및 인증기관과 협력해, 해당 국가의 신분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동하고 대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신분증을 스캔하거나 얼굴을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해외 데이터베이스(DB)와 직접 연결돼 사용자의 신원을 검증한다. 한국의 PASS가 통신 3사의 DB를 기반으로 작동하듯, 토모로우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인증 DB를 실시간으로 활용해 인증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술적 구조는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신원증명(DID)' 기술 위에 구축됐다. 이는 개인정보를 중앙 서버가 아닌 사용자 단말기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분산 저장함으로써 보안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사용자의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실시간 인증 과정에서도 높은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토모로우는 최근 몇몇 PG사와 이커머스 기업들로부터 도입 의사를 받은 상태다. 조 대표는 "벌써 납기를 맞추라는 요구가 들어와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빠른 사업화가 가능했던 배경엔 조 대표의 독특한 이력도 한몫했다. 그는 미국 공인회계사(CPA)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 전산 감사 및 채권 평가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금융과 기술 구조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었기에 복잡한 인증·결제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용우 토모로우 대표/사진=토모로우
토모로우는 본인 인증에 머무르지 않고, 향후 은행 계좌 개설, 외국인 등록증 발급 등 '디지털 신원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조 대표는 실제로 한 시중은행과 협력 논의를 진행 중이며,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제도 진입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기술보증기금의 '기보벤처캠프' 16기, 우리금융 디노랩 전북센터 1기 등에 선발돼 멘토링·투자연계·국내외 네트워크 지원 등 다양한 성장 기반도 확보한 상태다.
조 대표는 "외국인들이 온라인에서 결제하지 못하니 브로커에 의존하거나 비합리적인 가격을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시장을 제도권으로 양성화하고 사용자 중심의 디지털 진입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의 소비가 곧 한국의 경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토모로우가 그 흐름을 연결하는 디지털 가교 역할을 해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