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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호 아르고스 아이덴티티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진=최태범 기자한국을 방문하거나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의 수가 점점 늘고 있지만 현재 외국인에 대한 '신원 인증'에는 다양한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여전히 여권·비자 등 서류 기반의 검증에 의존하는 가운데, 최근 신분증 위·변조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진위를 정확히 판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각국이 발행하는 문서의 보안 수준도 제각각이라 일관된 검증이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사용자 인증에 특화된 기술을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AI(인공지능)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분증 인식 및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해 eKYC(전자 고객확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르고스 아이덴티티'(아르고스)다.
아르고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의 이름이다. 눈이 100개이며 그 많은 눈으로 세상을 감시해 '모든 것을 보는 자'라고 불린다. 손성호 아르고스 공동창업자(이사)는 "아르고스처럼 잘 감시하면서 인증을 확인해 주겠다는 의미로 사명을 지었다"고 했다.
손성호 이사는 현재 최고전략책임자(CSO) 직책을 맡고 있다. 지난해 미국으로 플립(Flip, 본사 이전)함에 따라 북미 지역 사업과 글로벌 확장은 이원규 대표가 주도하고, 손 이사는 국내에서 미국 본사를 지원하며 오퍼레이션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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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인증에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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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선정손 이사는 창업 동기에 대해 "원래 금융은 국가 내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으로 글로벌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 예상했다. 해외 사용자를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인증이 필수적일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경우 국가 간 거래가 활발해 이미 국경을 넘어선 사용자 인증이 많이 발전했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내수 시장에 갇혀 있어 국내 기업이 해외 사용자를 직접 인증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손 이사와 이 대표는 한국에서도 금융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가 글로벌화하기 시작하면, 국내 기업이 해외 사용자를 직접 인증해야 할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창업 전선에 뛰어 들었다고 한다.
손 이사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 서비스 확산과 맞물려 해외 사용자에 대한 인증 수요가 증가했다"며 "최근에는 디지털 자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신분 위조, 자금 세탁 등 보안 리스크가 부각했고 이를 줄이기 위한 검증 시스템 도입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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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check, 195개국 4000종 신분증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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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KYC(고객확인) 방식은 주로 종이 기반의 수동 신원 확인에 의존한다. 고객이 직접 사무실이나 지점을 방문해 신원 증명을 할 수 있는 실제 문서를 제출하는 식이다. eKYC는 물리적 문서나 대면 상호 작용 없이 온라인 채널을 통해 신원 확인을 수행한다.
eKYC 관련 아르고스의 핵심 제품인 'ID check'는 전세계 195여개국에 있는 4000종 이상의 신분증과 문서를 인식할 수 있다. 해외 사용자 인증 시 필요한 각 국가의 로컬 프로토콜(신분증 정보 구조 등)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노하우가 기술적 강점이다.
국내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때, 또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로 진출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업할 때 유용한 솔루션이다. ID check는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분증 진위 확인, 얼굴인식, OCR(광학문자인식) 등을 활용해 빠르고 정확한 신원 인증을 지원한다.
아울러 개발자 없이 5분 만에 도입 가능한 노코드 및 URL(인터넷 주소) 기반으로 공급돼 운영 리소스를 최소화하고, 자동화된 서비스로 사용자 인증 절차를 간편하게 제공함으로써 고객사는 운영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 이사는 "고객이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과 비교해 총 운영 비용을 약 50% 절감할 수 있다"며 "얼굴인식 같은 기술을 다루는 곳은 많지만 해외 신분증 등을 각 국가별 로컬 프로토콜 기반으로 처리하는 곳은 아르고스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휴대폰 본인 인증처럼 하나의 인증 수단에 모든 것을 기대고 있을 때, 그 하나가 뚫리면 그것에 의존하는 모든 것이 뚫리는 문제가 있다"며 "어떤 기업이든 해킹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인증을 하는 기업 입장에선 위험을 분산시켜 놓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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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자 중심으로 프리A 투자유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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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스의 수익 모델은 트랜잭션(인증 건)을 기준으로 한다. 사용자가 인증을 완료할 때마다 고객사가 아르고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다양한 산업군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 고객 비중이 약 80%로 높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티켓 예매 플랫폼 '멜론티켓'을 비롯해 국내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들, 글로벌 퍼블리싱을 하는 게임사들이 고객사로 유입됐다.
사업 초기에는 중소·중견기업(SMB)을 타겟으로 했다. 지난해부터는 엔터프라이즈(대규모 기업) 대상으로 사업을 집중했고,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손 이사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성과를 내 올해 매출액은 전년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 외국인 증가,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 디지털 자산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 속에서 아르고스의 비대면 인증 기술은 계속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미국 투자자를 중심으로 프리시리즈A 투자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손 이사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IR을 진행하면 기술 이해도가 높은 투자자들에게 더욱 효과적인 어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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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AI가 소통하는 'A2A'가 새로운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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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스의 사업 확장 계획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ID check를 더욱 고도화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것, 두 번째는 미래 시장을 겨냥한 신규 사업이다. 머지않아 'AI 에이전트'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이 분야로의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이다.
손 이사는 "AI가 사람을 대리해 활동하는 시대가 오면 그 행위가 사람에 의한 것인지 기계에 의한 것인지 인증하는 '사람 인증' 기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AI 에이전트 간 소통(A2A)이 일반화됐을 때 사람임을 인증해 주는 것은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게임·티켓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레퍼런스를 축적하고 글로벌 게임 퍼블리셔들과의 관계를 활용해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의 IT 서비스들이 글로벌로 진출할 때 브릿지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솔루션을 더 쉽게 적용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주겠다. K팝, K뷰티처럼 'K-IT'가 성장하는 데 기여하는 첨병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