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데 더 정교한 'K-로봇손' 뜬다…삼성 '특허 4대천왕'의 창업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5.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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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하영열 씬그립 대표

하영열 씬그립 대표 인터뷰
하영열 씬그립 대표 인터뷰
로보업계의 화두는 '로봇손'이다. 물체를 제대로 조작할 수 있어야 로봇을 활용한 완전 자동화가 가능해서다. 그러나 경로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로봇팔'과 달리 로봇손은 대상과 직접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만큼 상용화 속도가 빠르지 않다.

손가락이 두 개뿐이어서 단순해 보이는 '그리퍼'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산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종류의 로봇손이지만, 아직 정밀한 동작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스타트업 씬그립은 이같은 그리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영열 씬그립 대표는 "부품을 최소화한 전동식 그리퍼 설계로 정밀한 힘 조절과 낮은 힘의 오차를 구현한다"며 "화학적 결합 수준으로 최적화된 그리퍼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부품 최소화 설계...가격·고장률 낮추고 정확도 높여


씬그립 개요/그래픽=이지혜
씬그립 개요/그래픽=이지혜
그리퍼는 통상 압축공기 실린더를 활용해 구동하는 '공압식'과 전기모터를 활용하는 '전동식'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정밀한 조작이 가능하고 에너지 효율도 높은 전동식 그리퍼가 주목받고 있지만 전동식 그리퍼는 단점도 명확하다. 기어, 센서, 브레이크 등 부속품이 많아 가격이 비싸고 고장률도 높다.

씬그립은 '직접구동모터제어기술' 등을 기반으로 이런 단점을 극복했다. 하 대표는 "기어, 센서 등 부품의 역할을 소프트웨어 기술로 대체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통상 7가지 이상 들어가는 전동식 그리퍼의 부품을 4가지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설계 덕에 씬그립의 그리퍼는 외산 그리퍼들보다 20% 이상 가격이 저렴하다. 부품이 적으니 고장률 역시 낮다. 무게와 부피도 3분의 2 수준으로 줄여 활용도를 높였다.

또 다른 장점은 정밀도 향상이다. 하 대표는 "기어 등 부품이 많아지면 윤활 여부, 구동 환경 등에 따라 오차가 발생한다"며 "씬그립 그리퍼는 입력과 실제 구동되는 힘의 차이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의 오차가 적으니 다루는 대상에 따라 또 다른 그리퍼를 준비하지 않고, 하나를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도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23년 차 삼성重 엔지니어의 창업…"피지컬 AI 솔루션으로 확장"


하영열 씬그립 대표 인터뷰
하영열 씬그립 대표 인터뷰
씬그립의 설계 기술력은 하 대표의 경력에서 비롯된다. 하 대표는 삼성중공업에서 23년간 근무하면서 선박 제조 로봇 및 자동화 업무를 담당해온 엔지니어다. 재직 도중 로봇 관련 특허만 117건을 출원해 장영실상을 받기도 했다. 삼성그룹 사보는 2011년 하 대표를 '특허 4대 천왕'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리퍼 시장이 지멘틱, 페스토, 충크, 로보티크 등 유럽·북미 기업들이 대부분을 점유하는 시장이지만, 씬그립은 일단 의미 있는 시작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독일의 한 자동화 장비 제조 기업에서 납품 요청을 받은 것이다. 하 대표는 "1억5000만원 수준의 납품 규모로 액수는 적어 보이지만, 단순 샘플 요청이 아니라 정식 납품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앞으로 로봇팔이 작업 대상을 파악하고 원하는 로봇손을 선택해 사용하는 '툴체인저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로봇팔에 부착하는 소형카메라로 작업 대상을 파악하고 그리퍼가 아닌 용접기, 그라인더 등 필요한 로봇손을 선택해 결합하는 솔루션이다. 해당 솔루션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하 대표는 "일반적인 딥러닝 기반의 AI(인공지능)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보여줄 수 있다"며 "앞으로 가파르게 커질 피지컬 AI 시장에서 꼭 필요한 부품·솔루션 개발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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