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16일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5 기술이전·사업화 컨퍼런스'에서는 '자회사 주식 팔아 밑천 마련하기'를 주제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사진=류준영 기자 "기술지주 자회사 매각, 제도적 수술이 필요하다."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매각 문제를 두고 창업 현장의 실무진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선 단순한 투자금 회수 차원을 넘어, 기술이전·사업화 전주기 전략의 일환으로 '구주 매각'에 대한 제도 개선과 정책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5 기술이전·사업화 컨퍼런스'에서는 '자회사 주식 팔아 밑천 마련하기'를 주제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김훈배 연세대 기술지주 기술사업화실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이찬희 전 전남대학교 기술지주 전무이사, 이상영 가톨릭대 기술지주 변호사, 손희영 고려대학교 기술지주 인큐베이팅본부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김훈배 실장에 따르면 과거에는 대학이 보유한 연구성과와 특허를 산학협력단(TLO, Technology Licensing Office)을 통해 외부 기업에 기술이전 하는 방식으로 사업화가 진행됐다. 이후 관련 법 개정으로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직접 자회사를 창업함으로써 특허 기반의 '직접적 사업화'가 가능해졌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약 14년이 지나면서 최근에는 기술지주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는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자리에선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설립과 투자, 그리고 이후의 지분 회수(엑싯)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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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처럼 시작된 자회사, 이별까지 설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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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찬희 전무이사는 "그동안 약 40여 개 자회사를 설립했고, 펀드를 통한 투자는 80~100건에 달한다"며 "특히 자회사는 사랑처럼 시작되지만, 결국은 이별의 순간까지 준비해야 한다"며 기술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관계를 결혼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전무는 "기술지주회사는 투자 회수, 커리어 기회, 대학과의 관계 유지 등을 고려하지만, 자회사는 자금조달과 대학 인프라 활용, 후속 지원에 초점을 둔다"며 "초기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출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기술이전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무 "과거에는 기술 가치평가를 통해 자본금을 맞추고, 지분 20% 확보를 목표로 했지만, 지금은 기술 가치보다는 후속 투자와 성장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다"며 핵심 특허 일부만을 출자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아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식 매각에 있어 '대표이사에게 매도되는 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도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엑싯 구조가 IPO(기업공개)나 M&A(인수·합병) 외엔 거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경영자에게 매각하는 MBO(내부경영자인수)를 택할 수밖에 없다"며 "5년이 넘은 자회사들의 경우, 투자금 회수 자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6배 수익을 올린 사례도 있지만, 출자금이 적기 때문에 실질 수익은 제한적이었다"며 "자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엑싯 전략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자회사 대표들이 기술지주회사의 지분 보유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후속 투자자들도 지분 정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에 따라 지주회사의 지분율도 과거 20%에서 10% 이하로 점차 낮춰가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조력자가 될 것인지, 간섭하는 '시어머니'가 될 것인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며 "이제는 자회사와의 관계 설정, 투자 회수 전략, 그리고 시장과의 연결 구조까지 총체적으로 재정립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상영 카톨릭대 기술지주 변호사는 자회사 주식의 유통 기반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기술이전처럼 자회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산학협력단이나 기술지주회사가 보유한 교원창업기업 지분을 정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제도가 부족하다"며 "기술이전은 수요-공급 연결 기반의 장터와 행사가 활성화돼 있지만, 자회사 주식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유통 구조가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팁스(TIPS) 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현실적인 엑싯 성공 가능성의 낮음을 지적했다. 그는 "팁스 선정 1000개 기업 중 시리즈 C 단계까지 도달한 뒤 실제 IPO 또는 M&A에 성공한 사례는 2%에 불과하다"며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는 기술특례기업도 연간 20여 개 안팎에 그치는 등 기대에 비해 현실은 냉혹하다"고 말했다.
또 상장 전 단계(Pre-IPO)에서 일부 구주 매각 기회를 활용한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주관사와 기술평가가 끝나 상장 예비심사를 앞둔 시점에 외부 투자자가 유입되면서, 소량의 구주를 할인가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며 "비록 매각 비율은 낮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략적으로 회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지금은 다양한 정부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자회사가 빠르게 육성되고 있다"며 "자회사 주식 거래도 기술이전처럼 제도화할 수 있는 시점이 왔다. 거래 플랫폼이든, 정기 네트워킹 행사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유통 구조를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자회사 주식 매각은 단순히 회계적 정리를 넘어서, 기술사업화의 다음 단계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며 "대학과 산학협력단, 기술지주회사 간 협력을 통해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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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지분 규제부터 감사 리스크까지…기술지주 실무진의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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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영 고려대 기술지주 인큐베이팅본부장은 "자회사 지분 매각은 단순한 투자 회수가 아니라, 실무자의 책임과 법적 리스크까지 동반되는 복합적인 과제"라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손 본부장은 "매각을 위한 제도적 기반과 실질적 유통망이 부재한 상태에서 실무자들은 감사, 과세, 지분율 규제 등 삼중고에 직면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가 실질적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 기술지주의 지분 매각 전략을 먼저 소개했다. 손 본부장은 "저희는 후속 투자 유치로 기업가치가 3~5배 이상 상승하면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을 매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두고 실행한다"며 "단기 이익을 놓쳤다는 비판보다 확실한 투자금 회수와 리스크 해소가 우선이라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IPO나 M&A 성공 사례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신생 VC(벤처캐피탈)나 세컨더리 펀드를 통한 구주 매각으로 회수된다고 했다. 그러나 "초기 단계의 기술지주 자회사는 VC의 주요 투자 타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비율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VC 입장에선 업력이 부족하고 산업 트렌드와 맞지 않으면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IR을 아무리 해도 매칭이 안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토로했다.
손 본부장은 세컨더리 펀드시장이 커지고 있음에도 기술지주의 초기 기업은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 회수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딥테크(첨단기술) 기반 초기기업의 경우, 회수 수단이 제한돼 있다"며 "결국 정책이 도와주지 않으면 지주회사 차원에서 구주 인수를 위한 자체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논의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손 본부장은 기술지주회사의 지분 보유 규제 문제를 실무자의 가장 큰 고충으로 꼽았다. 그는 "기술지주 설립 초기엔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해야 했고, 이후 지분 희석에 따라 5년 유예기간이 부여됐지만, 이 유예 규정이 바뀌기 전 지분이 희석된 경우에는 과세 문제가 발생했다"며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지 못한 경우 증여세가 부과되며, 이는 결국 산학협력단에 패널티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사례를 언급하며 "1억원으로 가치 평가받은 특허를 출자한 경우, 과세 대상은 단순하게 그 금액의 10%인 1000만원으로 책정된다"며 "이처럼 단순한 계산 방식이 실무자에게는 막대한 부담"이라고 밝혔다.
또 자회사 설립 시 반드시 10%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현행 제도에 대해서도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손 본부장은 "액셀러레이터의 초기 투자가 활발해진 지금, 기술지주의 의무 지분율은 외부 투자자 유입에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지주가 자회사에 직접 투자해 엑셀러레이팅하며 키워가는 구조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현행 제도 아래선 오히려 '빨리 팔아야만 하는 구조'가 되어 실질적인 수익성 확보보다는 법적 리스크 회피에 급급해지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펀드 만기 도래 시점에 회수를 못한 자회사 지분은 기술지주가 자체적으로 인수할 수도 없다"며 "현실에 맞는 지분 회수 전략 수립과 함께, 구주 매각 관련 감사·과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손 본부장은 "지금은 기술지주회사 간 협력, 정책 개선, 세컨더리 시장 조성 등 복합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자회사 매각과 회수는 단순히 재무적 거래가 아닌, 제도 설계의 숙제이자 창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일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