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질도 광고도 셀럽도 없다…'SNS=인생낭비' 말 뒤집은 소셜앱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5.06.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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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네이션 샤프 론팜랩스 대표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네이션 샤프 론팜랩스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네이션 샤프 론팜랩스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지금의 SNS(소셜미디어)는 '비교'와 '자기 연출'의 장이 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상을 기록하기보다는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연출하고,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은 물론 다른 누군가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이용자들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SNS는 본래 '사람을 잇는 공간'으로 탄생했으나 현재 SNS에서는 관계의 연결보다는 자랑질과 광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난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했던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말이 오늘날 SNS를 정확히 묘사하는 듯하다.

이 같은 문제 인식 속에서 SNS의 본래 취지를 되살리려는 새로운 SNS가 등장해 주목된다. 인플루언서와 광고, 알고리즘에 의한 콘텐츠가 전혀 없고 친구·가족 간 진정한 소통을 중시하는 소셜 플랫폼인 '레트로'(Retro)다.

레트로는 미국의 스타트업 론팜랩스(Lone Palm Labs)가 운영하는 SNS다. 론팜랩스는 메타(옛 페이스북) 출신의 네이선 샤프(Nathan Sharp)와 라이언 올슨(Ryan Olson)이 2022년 공동 설립했다.

네이선 샤프 론팜랩스 대표는 "지금의 주요 SNS는 친구들과 소통 공간이 아니라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소비 공간으로 전락했다. 우리는 친구 사이의 친밀한 연결을 복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개발 주역, 지나친 상업화에 메타 나와 창업


/그래픽=김다나
/그래픽=김다나
샤프 대표는 메타에서 제품 디렉터(Director of Product)로 일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그가 만든 가장 대중적인 서비스 중 하나다. 동시에 그가 메타를 그만두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샤프 대표가 스토리를 개발한 것은 남의 시선 때문에 업로드를 주저하는 사용자가 많다는 점을 발견한데서 비롯됐다. 게시물이 24시간 뒤면 사라지게 함으로써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스토리는 금세 성공을 거뒀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스토리가 점점 상업화됐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스토리의 트래픽과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점점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여주기 시작했고, 인플루언서와 기업의 광고성 게시물이 늘었다.

이로 인해 친구와 가족 간의 소통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샤프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메타를 나와 레트로를 개발한 이유다.

샤프 대표는 "이용자의 시간과 관심을 계속 빼앗아야만 유지되는 광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은 한계가 있다. 시간을 뺏는 것이 목표가 되면 진정한 관계 중심 앱을 만들기 어렵다"며 "사람들이 서로 아는 친구들과만 사진을 공유하는 형태의 SNS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간 포토저널' 콘셉트의 레트로


레트로 앱 화면
레트로 앱 화면
레트로는 친구들끼리만 게시물을 볼 수 있는 폐쇄형 SNS다. 주간 단위로 사진을 공유하며 한 주를 돌아보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피드에는 내가 선택한 친구들의 최근 4주치 사진이 시간 순서대로 보이며, 인플루언서나 광고가 전혀 없고 알고리즘 추천 피드도 없다.

이용자는 좋아요 수나 팔로워 수 압박이 없어 편하게 사진을 올릴 수 있다. 필터·스티커 등 사진 꾸미기 기능도 없애 원본 그대로의 삶을 나누도록 유도한다. 가입 후 과거 시간대의 사진을 채워 넣을 수 있는 '백필'(Backfill) 기능도 있다.

샤프 대표의 경우 딸들이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을 레트로에 기록한다고 한다. 그는 "부모로서 아이의 미묘한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지루하지 않다. 아이들의 미술 작품도 레트로에 저장한다"고 말했다.

레트로는 유튜브나 스포티파이 같은 프리미엄 구독 모델을 채택했다. 프리미엄 구독자는 새로운 아이콘과 함께 백필 기능 무제한, 동영상 무제한 업로드, 무제한 키(4주 이전의 모든 기록을 보기 위한 권한) 제공 등의 기능을 누릴 수 있다.

앱을 통해 친구에게 자신의 사진을 활용한 실물 엽서를 보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상대방의 주소를 몰라도 각 이용자가 가입 당시 입력한 주소를 기반으로 보내기 때문에 개인정보 노출 없이 특별한 의미를 담은 실물 카드를 주고받을 수 있다.

샤프 대표는 "레트로의 핵심은 사용자가 카메라로 직접 찍고 직접 친구들과 공유하는 인간 중심의 경험"이라며 "특히 엽서 보내기는 아날로그 감성을 더해 친구와의 친밀함을 키우는 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구독 모델로 수익성 입증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
레트로는 현재까지 1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누적 게시물은 2억개를 돌파했다. 일일 방문자(DAU)의 약 49%가 게시물을 업로드한다. 샤프 대표는 "일반적인 SNS에서는 이 숫자가 20%만 돼도 성공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레트로 이용자를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실리콘밸리 임원이나 유명인 등 가족사진을 공유하되 대중에게 공개는 꺼리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사람 △앱 자체의 디자인이나 단순함을 좋아하는 사람 △꾸밈없이 소통하고 진솔하게 기록하고 싶은 젊은 세대 등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인지도 확보'다. 그는 "지난 10년간 너무 많은 사진 공유 앱들이 나왔기 때문에 새로운 사진 공유 앱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어렵다. 기존 앱들의 소음 속에서 레트로가 얼마나 다른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용자들이 '이 앱이 영원히 존재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다. 레트로에 자신의 추억을 맡길 때 앱이 성공적이지 않거나 인수돼 서비스가 종료될까 봐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샤프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좋은 제품이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좋은 제품'이라는 인상을 줘야 한다"며 "앱이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신뢰할 수 있도록 이른 단계부터 구독 모델을 출시해 수익성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가까운 사람과 진짜 연결되는 공간' 목표


네이션 샤프 론팜랩스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네이션 샤프 론팜랩스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샤프 대표는 레트로를 통해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진짜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목표다. 그는 "레트로가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하고 매주 어떤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존 SNS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도파민 중독' 성향이 강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주요 SNS는 광고 수익 증대를 위해 이용자를 더 오래 붙잡아 두려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더 재미있고 더 중독성이 강한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의 대항마가 될 생각은 없다. 각자 역할이 다르다는 판단이다. 그는 "레트로는 이용자가 필요한 만큼만 머물고 편하게 떠날 수 있는 공간이다. 자연스러운 일상 공유를 가능하게 해 기존 SNS에서 비롯된 피로감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트로가 폐쇄형 SNS지만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나 소식을 알고 싶은 친구가 몇 명쯤은 있기 마련이다. 전세계 최소 10억명의 사람이 진짜 친구와 더 가까워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레트로가 사람들의 주간 습관이 되어 매주 소중한 순간을 돌아보고 기록하게 하며, 삶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장기 기억에 남기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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