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안재민 비링커 대표 /사진=김진현 기자반도체 산업에는 공장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가 존재한다. 쇳물을 녹이고 철을 깎는 전통 제조업에서도 팹리스 모델이 가능할까.
제조업 위탁생산과 AI(인공지능) 기반 도면관리 솔루션을 운영하는 비링커 안재민 대표는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안 대표는 대학 시절 아버지의 금형 공장 일을 돕다가 창업의 실마리를 찾았다. 제조 현장은 여전히 종이 도면을 사용하거나 이메일로 작업 내용을 주고받아 업무 파편화와 보안 취약성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IT 기술로 도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발주사와 제조사를 한 곳에 모아 연결하면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세대학교 재학 시절 이 아이디어로 예비창업패키지의 지원을 받아 창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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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매칭·AI 도면 관리 '투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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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링커의 사업 모델은 크게 두 축이다. 위탁생산 솔루션인 '비링커 매뉴팩처링'과 AI 기반 도면관리 솔루션 '비링커 클라우드'다.
비링커는 직접적인 생산 설비를 보유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사가 도면을 의뢰하면 자체 보유한 제조사 네트워크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공장을 매칭해 제품을 생산한다. 대기업의 제조 수요와 중소 공장의 생산 역량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안 대표는 비링커의 핵심 경쟁력을 품질 관리로 꼽았다. 비링커는 충남 천안에 1300평 규모의 품질관리센터(Hub)를 구축했다. 이곳에서 모든 위탁 생산품의 품질을 검수(QC)한 뒤 출고해 '팹리스 제조'의 약점인 품질 신뢰도를 보완했다. 안 대표는 초기에 직접 전국의 공장을 돌며 네트워크를 확보했고, 제조업 전문인력을 영입해 검수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또 다른 축인 '비링커 클라우드'는 제조 현장의 디지털전환(DX)을 돕는다. AI 기반 OCR(광학문자인식) 기술을 탑재해 도면 내 치수, 소재, 공정 정보 등을 자동으로 추출해 데이터베이스화한다. 숙련된 작업자가 퇴사하면 노하우가 사라지거나 종이 도면이 유실되는 등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모바일 CAD 뷰어, IP(지식재산권) 접근 제한 기능 등을 통해 보안성도 높였다.
제조업계의 DX를 이끌어낸 비링커의 기술력은 투자사의 투자로 이어졌다.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GVA자산운용, 스트롱벤처스, 신용보증기금 등이 비링커의 기술력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비링커 개요/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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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배 성장…3월 美 법인설립 '글로벌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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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링커 클라우드 도면관리 솔루션/사진제공=비링커비링커는 설립 첫해인 2023년 매출 2억4000만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13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약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년 만에 10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이같은 성장의 비결은 대·중견기업 고객사를 빠르게 확보한 덕이다. 특히 세아그룹 계열사 브이엔티지(VNTG)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빠른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세아그룹은 비링커 솔루션을 통해 기존 벤더 대비 원가절감 효과를 확인하고 세아제강(119,200원 ▼1,600 -1.32%), 세아창원특수강, 세아베스틸 등 핵심 계열사로 도입을 확대했다.
복잡한 공장 관리와 협상 과정을 대행해주는 편의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앤컴퍼니(26,200원 ▲150 +0.58%)(한국타이어) 계열사를 비롯해 삼영전자공업, 유니크(4,235원 ▼10 -0.24%) 등 중견기업까지 파트너로 확보했다.
비링커는 올해 3월 미국 법인 설립하고 북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시카고에 법인을 설립하고 안 대표가 직접 상주하며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미국은 제조업 수요는 높지만 인건비와 가공비가 한국 대비 최대 6배까지 비싸다는 점에 착안해 미국 진출을 계획했다. 미국 기업과 국내 제조업체를 연결해 저렴한 단가로 제품을 제조해 공급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한국은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제조 품질과 지리적 강점을 가진 나라"라며 "한국에서 고품질 부품을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모두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링커의 목표는 한국의 제조 뿌리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국내 제조 경쟁력은 높지만 해외 진출 여력이 없는 중소 공장들이 많다"며 "비링커가 이들의 해외 영업부서이자 물류팀이 되어 한국 제조업의 부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