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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모 퓨처커넥트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학사, 서울대 산업공학 석박사를 거쳐 삼성전자(139,000원 ▲1,400 +1.02%) 전략마케팅실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마케팅을 담당했던 공학도(工學徒)가 삼성맨이라는 타이틀을 과감히 버리고 '도심형 스마트팜'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식량안보' 같은 거창한 사명감이 계기였을 것 같지만 그가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 출발점은 뜻밖에도 '운동'이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AI(인공지능) 기반 클라우드 농장 플랫폼을 통해 도시 공간을 농업 생산 거점으로 전환하고 있는 강길모 퓨처커넥트 대표다.
강길모 대표는 2019년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식단 관리에 철저했다. 그는 닭가슴살보다 비싸고 구하기 번거로운 '신선 채소'에 주목해 2020년 본격 창업했다.
강 대표는 "신선 채소는 유통 라인에서 3일 안에 못 팔면 40%를 버려야 하니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과거 할머니 집 뒷마당 텃밭처럼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만큼 바로 따 먹는 구조를 도심에서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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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인근서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는 '수요 견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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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다나기존 스마트팜 기술은 시외 대형 농장에 대규모 설비를 투자해 대량생산하는 '공급자 중심' 구조다. 강 대표는 이것이 높은 물류비와 폐기 리스크를 낳는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규모 시설을 먼저 깔고 대량으로 생산하면 결국 받아주는 쪽이 제시하는 가격에 맞춰야 한다"며 "생산 유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퓨처커넥트는 도심 수요처 인근에서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는 '수요 견인형' 방식으로 바꿨다. 강 대표는 "서울은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로 도심 농장 네트워크를 시험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퓨처커넥트의 사업모델은 △스마트팜 솔루션 판매 △B2B 원물 납품 △B2C 가공식품 판매 등 크게 3가지다. 강 대표는 "현재 시장에는 여러 스마트팜 기업이 있지만 퓨처커넥트는 생산부터 B2B 공급, B2C 매장 브랜드 '리브팜'을 통한 최종 판매까지 수직 통합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문이 들어오면 수확하는 온디맨드 방식으로 도심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물류 과정도 간소화돼 신선도가 압도적으로 좋다"며 "유통 과정의 탄소 배출도 줄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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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인력 40%↓…채소 폐기율 5% 미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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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커넥트의 도심형 스마트팜 /사진=퓨처커넥트퓨처커넥트의 기술적 경쟁력은 스마트팜 구축·운영을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모듈형 하드웨어 '나노팜' △AI 기반 운영 시스템 '리브OS' △생육환경 자동제어 시스템 '리브튠' 등에 있다.
여러 개의 나노팜 유닛을 연결해 하나의 농장처럼 운영하는 방식으로, 기존 농장에서 사용하던 설비 구조가 아닌 도심 환경에서도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급수·배수 방식부터 새로 설계했다.
강 대표는 "리브OS는 수요 데이터를 분석해 5주 후의 생산량을 예측하고 작업자에게 실시간 업무 지시를 내린다"며 "이 시스템 덕분에 생육 기간은 7주에서 5주로 단축됐고 운용 인력은 40% 감축됐다"고 설명했다.
도심에 가까울수록 건물 임대료 등이 비싸 생산비는 상승할 수밖에 없지만 강 대표는 이 같은 비용 증가보다 폐기 감소가 만들어내는 구조적 이익이 더 크다고 봤다. 퓨처커넥트는 채소 폐기율을 5% 미만으로 낮췄다.
그는 "수요에 맞춰 생산하면 재고와 폐기 비용이 최소화되고 결과적으로 전체 수익구조는 오히려 안정될 수 있다"며 "마진 관점에서는 단가보다 폐기를 줄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퓨처커넥트는 직접 도심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방식 외에도 건물주·은퇴자 등 '도농'을 희망하는 파트너에게 솔루션을 판매하고, 여기서 재배한 원물을 전량 수매하는 'FaaS(Farming as a Service) 구독 모델'을 통해 생산 공간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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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장 진출…"도시속 지속가능 자족가능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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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C 사업인 '리브팜' 매장 /사진=퓨처커넥트현재 퓨처커넥트는 강남 뱅뱅사거리, 신촌, 청라지구에서 플랜트 허브를 운영 중이다. 또 교대역, 방배역, 압구정역, 계양구, 인천국제공항 등에서는 4개의 도심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 생산량은 총 124톤, 농장 면적은 총 5585㎡(약 1700평)다.
특히 인천공항 입점은 글로벌 진출의 촉매가 됐다. 강 대표는 "인천공항 내 도심형 스마트팜과 리브팜 매장은 하루 수만 명의 이용객에게 노출되며 도심 농장 모델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
퓨처커넥트는 미국 뉴욕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푸드 바자(Food Bazaar)' 37곳과 협업해 매장 내 도심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도 대규모 생산을 전제로 한 기존 구조 대신 생산을 잘게 나눠 운영하는 방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에서는 한식 쌈밥 브랜드와의 협업도 준비 중이다. 매장 안에 농장을 구축하고 즉석에서 수확한 채소를 활용해 쌈 문화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강 대표는 "농장만 수출하면 결국 설비 사업에 머문다"며 "채소를 어떻게 먹는지까지 보여줘야 비로소 모델이 완성된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멋진 스마트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40%씩 버려지는 채소 쓰레기를 제로에 가깝게 줄이고, 도심 유휴 공간을 생산의 가치로 바꾸는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시민들이 옆 건물 지하에서 오늘 아침 수확한 살아있는 채소를 매일 먹는 풍경을 만들겠다"며 "최종 목표는 도시 속의 지속 가능한 자급자족이다. 적은 에너지와 자원으로 세상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 궁극적인 비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