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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공공의 덫'에 빠진 창업생태계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5.08.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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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민간 AC(액셀러레이터) 업계가 힘든 상황인데 공공 AC인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이 정부 예산을 바탕으로 직접 투자까지 한다. 이는 민간 AC의 고유한 업무인 초기 스타트업 투자·육성 역할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AC 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AC 등록·말소 건수가 증가하고 신규 진입도 감소하는 등 AC 업계의 지속 가능성이 악화하고 있는데,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민간 영역 침범이 이 같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창업생태계에서 공공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흐름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나친 개입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앞서 언급된 창조경제혁신센터 건도 업계에서 지적하는 하나의 사례다.

이외에도 어떤 지방자치단체는 벤처진흥 관련 컨트롤타워를 설립했다거나 어떤 곳은 몇백 억대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했다거나, 어디 지역은 특정 산업에 특화된 단지를 만들었다는 등 공공의 역할 확대를 자랑하는 소식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공공 영역에서 추진한 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는 얼마를 집행했다거나 몇 개 기업을 육성했다는 등 '지표 맞추기'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겉으로는 활발해 보여도 실질적인 스타트업 육성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도 실효성 있는 지원보단 관료적·행정편의적으로 운영되는 경직된 형태로 인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 대비 체감 효용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같은 지원 사업에 매몰돼 기술성·시장성이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보조금만 얻어가는 '보조금 헌터'나 정부 과제로 연명하는 '좀비 스타트업'이 양산된다는 문제도 있다. 지금처럼 공공의 지원이 난립하면 결국 남는 건 서류를 잘 쓰는 기업뿐일지 모른다.

국가 재정으로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그저 낭비에 불과하다. 혁신을 육성하기 위한 공공의 역할 확대가, 역설적이게도 스타트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스타트업 성장의 본질은 민간 자본을 바탕으로 시장에서의 실험을 통해 자생력 갖추는 것이다. 공공은 스타트업의 '자생적 혁신'을 위해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고 실패가 용인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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