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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려스러운 '믿었던 도끼'의 배신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5.08.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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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투자사들이 잇따라 스타트업 창업자에 대한 연대책임 소송을 제기하면서 업계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벤처 투자사들이 잇따라 스타트업 창업자에 대한 연대책임 소송을 제기하면서 업계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가 연이은 악재로 휘청이고 있다. 정부가 스타트업 창업자의 벤처투자 연대책임 금지제도 보완에 나섰음에도, 헬스바이옴, 켐코 등 여러 스타트업에서 유사한 분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여기에 '미담의 주인공'으로 포장되었던 스타트업 창업자의 횡령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업계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AI(인공지능) 기반 점자 번역 기술로 주목받았던 센시의 창업자는 가족의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진솔한 스토리를 내세우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회사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 임팩트' 기업의 성공 사례로 꼽혔고, 벤처캐피탈(VC)은 물론 SK텔레콤, 카카오 등 대기업의 투자까지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 창업자는 회사의 투자금 일부를 유통한 뒤 잠적했다.'믿었던 도끼'의 배신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상처를 남겼고, 투자자들은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건은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의 신뢰에 깊은 금을 내고 있다. 특히 경영 실패로 인해 이미 연대책임 소송을 겪고 있는 창업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횡령과 같은 극단적인 사례와 경영상 판단 착오를 동일시하는 시선이 나타나면서, 연대책임 분쟁을 겪고 있는 성실 실패 창업자들에게 엉뚱한 비난의 불똥이 튀고 있다.

물론, 회생을 신청하며 투자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았거나, 기술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창업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극단적인 배임, 횡령 사례와 비교하며 매도하는 것은 가혹하다. 이러한 무분별한 추측은 개인 파산의 위기에 놓인 창업자들에게 가혹한 정신적 고통을 더할 수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스타트업 생태계가 공들여 쌓아온 신뢰의 탑이 무너지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연대책임 제도를 개선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성실 실패 창업자'들이 재기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자칫 센시 사건이 이들 창업자들마저 색안경을 끼게 보게 만들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믿었던 도끼의 배신'이 제도 개선의 노력을 헛되게 만들지 않도록, 지금이야말로 냉정한 성찰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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