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조용준 로봇웨어AI 대표
AI가 닭 기침 소리·행동 패턴으로 질병 조기 감지…말레이시아·인도까지 글로벌 확장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로봇웨어AI "2017년 이후 수많은 AI(인공지능) 프로젝트가 농장 데이터를 학습해 모델을 만들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로봇웨어AI 조용준 대표는 현재 시중에 나온 '축산업용 AI'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조 대표는 "데이터를 모으는 데만 집중했고 모델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다 보니 농장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도메인 지식이 부족한 채 개발된 AI가 대부분"이라며 "당연히 실제 환경에서는 성능이 나오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코엑스에서 만난 조 대표는 흔히 말하는 'AI 개발자' 범주에만 머무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공주와 논산에서 두 개의 농장을 직접 운영하는 2세대 축산인으로, 산란계·종계를 합쳐 약 12만수를 키우는 실전형 전문가다. AI 기술과 축산 현장을 모두 아우르는 이력이 로봇웨어AI 기술의 기반이 됐다.
로봇웨어AI 조용준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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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끊자 산란율이 올라갔다…현장에서 태어난 축산 AI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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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과거 아버지의 농장에서 일하면서 항생제가 양계장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목격했다. 월 1회 항생제를 투여하면 산란율, 부화율이 저하돼 전반적인 생산성이 감소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조 대표는 "항생제를 쓰면 당장은 질병 예방이 되지만 유익균까지 함께 사멸하면서 오히려 면역력이 약해진다"며 "그래서 농장을 동물복지 방식으로 전환하고 항생제를 전면 중단했더니 생산성이 오히려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생제를 쓰지 않기 위해서는 질병을 최대한 빨리 발견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로봇웨어AI가 축산 AI 모델에서 집중한 영역은 닭의 행동패턴 분석을 통한 질병 조기 감지다. 조 대표는 "닭은 병이 나면 '앉아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특유의 정형 행동을 보인다"며 "AI는 축사 전체의 움직임 변화와 군집 이동 패턴을 정밀하게 추적해 질병 가능성을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기침 소리 분석' 기술도 개발했다. 닭은 호흡기 질환이 발생하면 사람처럼 가래를 배출하지 못해 특유의 기침을 지속적으로 내뱉는다. 그는 "농장 내부의 방대한 소리 중에서 '기침 소리'만을 추출해 이미지 데이터처럼 분석하고 있다"며 "기침이 어느 구역에서 얼마나 발생하는지 파악하면 질병이 어디서 시작됐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웨어AI는 현재의 AI 기반 질병 감지를 넘어 미래형 스마트 축사, 즉 AI와 로봇이 결합한 '완전 자율형 축사'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폐사체 수거와 바닥 관리 등 사람 손이 많이 드는 물리적 작업은 로봇이 대신 수행하고, 축사 전체 환경은 AI가 자동 조절하는 구조다. 회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과 협력해 그리퍼·애니플레이터 등 축산 전용 로봇 모듈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로봇웨어AI가 개발중인 미래 축사 상상도/사진=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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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서 더 환영받은 예상 밖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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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웨어AI는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GDIN)가 운영하는 'AI·디지털전환 혁신기업 해외실증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말레이시아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 말레이시아 정부기관인 MDEC(말레이시아디지털경제공사), SDEC(사라왁디지털경제 공사)와 협력해 현지 농장에 시스템을 설치하고 실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말레이시아가 국내보다 로봇웨어AI의 기술 도입에 더 적극적인 이유는 예상 밖이었다. 조 대표는 "말레이시아 농장 기업들은 과거 사료·닭고기 빼돌림 사례가 많아 관리자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았다"며 "이 때문에 영상 기반 검증, 마릿수 자동 체크 등 AI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축산업이 수십~수백개 농장을 보유한 기업형 구조라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한국처럼 개별 농가를 일일이 설득할 필요 없이 한 기업의 결정을 통해 대규모 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로봇웨어AI는 말레이시아 내 실증 농장 2곳에 시스템 설치를 완료했으며, 현지 대형 기업이 운영하는 약 50개 농장의 시스템 교체를 협의 중이다.
인도 대형 농장과의 PoC(기술 검증) 협의도 진행중이다. 인도는 세계 3위 닭고기 소비국으로 이른바 '슈퍼 시장'으로 불린다. 조 대표는 "말레이시아 실증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인도 시장 진입은 시간 문제"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 대표는 GDIN의 글로벌 실증 지원이 해외 진출의 결정적 발판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이 말레이시아 정부 기관과 직접 연결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과기정통부와 GDIN의 신뢰성과 공적 검증이 없었다면 MDEC, SDEC와 협력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PoC 위해 SDEC에 방문한 모습/사진=로봇웨어AI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