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연구실 문앞에 멈춘 신기술, 이제는 시장으로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12.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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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김성근 부산대기술지주 실장이 올해 사업성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김성근 부산대기술지주 실장이 올해 사업성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총 41개. 부산대기술지주가 2010년 출범 후 최근까지 설립한 자회사 수다. 지난 11일 열린 '2025 PNU 비즈 파트너스데이'에서 공개된 성적표를 보면 현재 7개 조합을 통해 총 359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며 수도권 17곳, 지역 88곳 등 총 105개 창업기업에 투자했다. 이들 기업이 만들어낸 성과도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고용창출 인원은 1106명, 지난해 12월 기준 후속투자 유치 규모는 1826억원에 달한다.

지방 국립대가 이처럼 수도권에서도 주목받을 만한 실적을 거뒀다는 점은 의미가 적지 않다. 비결을 묻자 김성근 부산대기술지주 실장은 실험실 단계 기술 개발·검증·실증을 이어가기 위한 인프라와 자본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온 점을 꼽았다. 여기에 딥테크 기업 성장을 뒷받침할 특화 펀드를 조성하고, 회사 설립부터 스케일업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는 방식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최근 과학기술계에선 '과학기술 상용화 속도전'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비영리 연구지원조직 ASAP(American Science Acceleration Project)를 꼽을 수 있다. 공공연구성과는 많은데 임상과 산업으로 이어지는 전환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조직은 기초연구에서 실용화까지 10년 이상 걸리던 주기를 수개월, 수주 단위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활동하고 있다. 이는 기술패권 경쟁의 본질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경쟁의 핵심은 원천 IP(지적재산권)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확보한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활용하고, 시장에 안착시키느냐가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R&D(연구개발) 투자가 다시 확대 국면에 들어섰다. 2026년도 정부 총 R&D 예산은 35조5000억원으로, 2025년(29조6000억원)보다 19.9% 늘었다. 하지만 예산 확대가 곧바로 성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내년 정부 R&D 예산은 기초연구보다는 AI·반도체, 에너지·탄소중립 등 응용연구 분야에 주로 배정됐다. 이 R&D 과제들은 연구결과가 빠르게 제품·공정·서비스로 연결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어렵다. 특히 AI·반도체·에너지 분야의 연구성과가 산업 현장에 안착하려면 '실증→파일럿→표준화→초기 수요 창출'로 이어지는 단계를 신속하게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공공 R&D 체계는 기술 개발 이후 이 같은 후속 구간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의 몫으로 남아 있다.

실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이전 수입은 2482억원에 그쳤다. 국가 R&D 우수성과 100선 가운데 30~40%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차지하고 있음에도, 실제 기술이전·사업화로 이어지는 비율은 15~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우리는 기술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 연구실 문 앞에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시장의 문턱까지 함께 갈 것인가. 지금까지의 선택은 전자였지만 이젠 후자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술패권 경쟁은 더 이상 '누가 먼저 개발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먼저 시장에 안착했는가'를 가르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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