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무덤' 일본 건설시장 뚫은 K-건축 솔루션..."JV가 열쇠"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12.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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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종은 창소프트아이앤아이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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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은 부대표(앞줄 오른쪽)를 비롯한 창소프트아이앤아이 관계자들과 일본 BSI 관계자들이 JV 설립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창소프트아이앤아이
박종은 부대표(앞줄 오른쪽)를 비롯한 창소프트아이앤아이 관계자들과 일본 BSI 관계자들이 JV 설립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창소프트아이앤아이
"일본의 건설 산업은 구조와 언어, 기술 기준, 산업 네트워크까지 모두 폐쇄적으로 얽혀 있어 외국 기업이 단독으로 진입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시장이었다."

박종은 창소프트아이앤아이 부대표 겸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 2년 간 일본 시장을 직접 발로 뛰며 이러한 장벽을 하나씩 확인하고, 동시에 이를 넘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해 왔다. 그가 일본을 오가며 쌓은 해외 진출 기록은, 한국 B2B(기업 간 거래) 소프트웨어(SW) 기업이 어떻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2008년 설립된 창소프트아이앤아이는 건축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전문기업이다. BIM은 3차원(3D) 모델에 설계·시공·유지관리 정보를 결합해 건설 전 과정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생산·관리·활용하는 기술을 뜻한다.

창소프트아이앤아이의 솔루션은 평면 건축 도면을 인식해 3D 구조 골조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배근 상세는 물론 철근 이음과 정착 로직까지 반영해 철근·콘크리트·거푸집 물량을 정밀하게 산출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상위 30대 종합건설사 가운데 약 70%가 해당 솔루션을 도입하며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했다. 다만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로 성장 속도는 점차 둔화됐다. 국내 건설사 수는 많지만 고도화된 건축 SW를 실제로 도입할 수 있는 수요는 대형사 중심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이에 박종은 부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첫 개척지로 도심재생사업이 한창인 일본을 택했고, 현지 기업과 조인트벤처(JV·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박종은 창소프트아이앤아이 부대표/사진=창소프트아이앤아이
박종은 창소프트아이앤아이 부대표/사진=창소프트아이앤아이


일본 건설산업의 높은 진입 장벽


박 부대표는 2023년 1월부터 약 6개월간 틈 날 때마다 일본을 오가며 현지 시장을 직접 탐색했다. 건설사와 설계사, 엔지니어링 회사 등 10여곳을 찾아가 기술을 소개하고 시장 반응을 꼼꼼히 살폈다. 일본은 장인정신과 함께 무결점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해 기존 업무 방식을 대체하는 외국산 SW가 뿌리내리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 그럼에도 박 부대표의 집요한 접근과 현장 중심 소통으로 조금씩 문이 열렸다.

그 과정에서 도쿄공업대학에서 창업한 벤처기업 BSI를 알게 됐고 2023년 6월 지분 5대 5의 조인트벤처(JV) 'BnB솔루션'을 설립했다. JV 설립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GDIN)가 공동 추진하는 'D.N.A. 융합 제품·서비스 해외진출 지원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 해당 사업은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JV 설립에 필요한 법률·특허(IP)·회계·세무 자문은 물론 현지 마케팅과 활동비까지 패키지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대로 가져가선 안 됐다"… 일본 기준에 맞춘 1년의 재개발


그런데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창소프트아이앤아이의 기술을 일본에서 쓸 수 없었다. 박 부대표는 "한국과 일본은 건축 기준은 겉으로 봐선 유사하나 구조 설계 방식, 용어, 관행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며 "한국 건설 기준에 맞춰 개발한 솔루션이었기에 일본에 그대로 가져갈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에 솔루션을 10단계로 나눠 하나씩 수정해 나갔다. 구조 기준, 표현 방식, 출력 형식까지 세세한 부분을 조정하는 작업이 1년 가까이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일본 현지 시장에 맞춘 솔루션이 완성됐다.

특히 일본 현장에서는 구조 설계 이후 철근 배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철근 간섭' 문제가 대표적인 비효율로 꼽혔다. 설계도대로 시공해도 철근이 서로 충돌하거나 돌출되는 사례가 빈번해 이를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수정해야 했다.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는 구조적 한계가 현장의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창소프트아이앤아이는 이러한 문제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철근 간섭을 자동으로 검출하고 문제 지점을 시각적으로 표시하는 기능을 새롭게 추가하자 일본 현지 기업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박 부대표는 "간섭 발생 위치, 층수를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직 찾아보기 힘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박종은 창소프트아이앤아이 부대표가 베트남에서 JV설립을 체결하는 모습/자료사진=창소프트아이앤아이
박종은 창소프트아이앤아이 부대표가 베트남에서 JV설립을 체결하는 모습/자료사진=창소프트아이앤아이


내년 3월까지 12곳 일본 고객사 확보 기대…글로벌 확장


창소프트아이앤아이는 이미 일본 기업 2곳에서 솔루션 구매 요청을 받은 상태다. 내년 3월까지 약 10개 건설사를 고객사로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일본시장에서만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박 부대표는 "만약 우리가 직접 마케팅과 영업을 맡았다면 현지 네트워크와 시장의 중심부까지는 들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JV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JV 전략을 통해 본격적인 매출 성과를 내기 시작한 창소프트아이앤아이는 최근 베트남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내년부터는 스페인을 거점으로 유럽과 중남미 지역까지 JV 설립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전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한국의 대표 건축 소프트웨어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창소프트아이앤아이  
  • 사업분야건설∙부동산, IT∙정보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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