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은 특허전쟁에 좌우…IP 중심 기술정책 대전환 필요"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6.01.1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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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환 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KARIT)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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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바이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은 더 이상 '누가 먼저 기술을 개발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글로벌 경쟁의 무게중심은 이미 연구실을 넘어 특허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 즉 'IP(지식재산) 전쟁'으로 이동했습니다."

임환 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KARIT) 회장은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패권 경쟁의 본질을 이렇게 짚었다. 임 회장은 IP전략연구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며, 기술 개발과 특허 전략, 사업화를 잇는 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온 인물이다.

그는 "이제는 기술 자체보다 특허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확보했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며 IP 우위를 공고히 하고 있고, 중국은 AI·반도체·바이오 분야 핵심 특허를 빠르게 확보하며 거센 추격에 나섰다. 유럽연합(EU) 역시 2023년 1회 출원·등록만으로 25개 비준국에서 특허권을 취득·유지하는 단일특허제도(UP)를 출범시켜 유럽 전체를 하나의 IP 시장으로 묶었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R&D(연구개발) 투자를 이어오고 있지만 그 성과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강력한 특허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구자는 논문 실적 중심으로 평가받고, 연구기관은 특허 건수와 같은 양적 지표에 매달린다. 그 결과 '연구개발 →특허 전략→기술사업화'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각각 따로 움직이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분석이다.

임 회장은 "최근 특허청이 지식재산처로 확대 개편되며 국가 차원의 IP 조정 기능이 강화된 점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라면서 "이제는 기술 정책 전반을 IP 중심 구조로 재설계하는 정책적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D 기획 단계부터 IP 전략 심어야…'스케일업 IP 생태계' 필요


임 회장이 가장 먼저 강조한 해법은 R&D 기획 단계에서부터 IP 전략을 내재화하는 것이다. 현재 공공 R&D 현장에서는 선행 특허 조사나 IP 분쟁 회피 전략 등이 여전히 형식적인 절차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구자 입장에서 특허 전략은 불확실성이 큰 추가 비용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특허 경쟁력은 연구가 끝난 뒤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과제를 설계하는 순간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된다"며 "국가전략기술 과제만이라도 연구비의 일정 비율을 IP 확보와 기술사업화에 의무적으로 투입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허 전략을 연구자의 선택이 아니라 연구의 기본 구조로 편입해야 연구성과가 논문에 머무르지 않고 시장 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과제로는 '스케일업 IP 생태계' 구축을 꼽았다. 임 회장은 "오늘날 전략기술 분야의 경쟁력은 단일 특허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핵심 특허를 중심으로 후속 특허, 표준 특허, 경쟁사를 견제하는 장벽 특허가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돼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초기 기술기업 대부분은 이러한 후속 특허 전략에 충분히 투자할 여력이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IP-R&D 지원과 민간 기술금융이 결합된 새로운 투자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임 회장은 IP 담보대출과 보증제도 확대, 전략기술 특화 IP 펀드 조성, 출연연·대학 원천특허를 기반으로 한 스핀오프 창업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특허를 비용이 아닌 투자자산으로 인식하는 생태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R&D 평가방식의 변화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지목했다. 그는 "선행 특허 확보 수준, 특허 포트폴리오의 질, 상용화 가능성 등 IP 기반 지표가 평가의 전면에 배치될 때 연구의 방향도 자연스럽게 세계 시장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임 회장은 IP 가치평가시스템의 고도화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가치평가 기준은 첨단기술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기업이 보유한 특허를 금융권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성과 시장성뿐 아니라 법적 안정성, 포트폴리오 간 연계성, 전략적 가치까지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치평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수록 IP 기반 투자가 늘고, 이는 다시 기업 성장과 기술사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공 TLO(기술이전조직)의 역할도 짚었다. 그는 "국가전략특허의 상당 부분이 출연연과 대학에서 나오지만 현장의 TLO는 조직 위상과 권한, 인력과 예산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며 "단기 성과 중심 운영으로는 전략특허의 기획과 관리, 사업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TLO를 단순 지원 조직이 아닌 기관 내 전략 조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안정적인 전문인력 확보와 예산 확대, 운영 자율성 보장이 필요하고 기관 간 공동 IP 분석을 통해 공공 IP의 집단적 장벽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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