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릉은 '한국형 켄들스퀘어'…지역특구 협력하며 바이오 생태계 확장"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6.07.09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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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임환 서울홍릉강소특구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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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환 서울홍릉강소특구사업단장/사진=김창현 기자
임환 서울홍릉강소특구사업단장/사진=김창현 기자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미국 보스턴은 핵심 거점인 켄들스퀘어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인근 워터타운·월섬·우번 등으로 기업과 연구시설이 확산되는 '허브-스포크(Hub-and-Spoke)' 구조로 성장하고 있다. 켄들스퀘어가 위치한 케임브리지 외 지역으로 유입된 벤처캐피털(VC) 투자비중도 2022년 약 54%에서 2023년 약 60%로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보스턴 일대에는 모더나, 바이오젠, 버텍스 등 1200개가 넘는 바이오 기업이 모여 있으며, 평균 연봉이 약 20만달러(약 3억원)에 이르는 생명과학 분야 일자리도 14만개 이상 창출됐다.

1.36㎢ 도심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경희대, 고려대, 서울바이오허브 등이 밀집한 서울홍릉강소연구개발특구(이하 홍릉강소특구)는 이 같은 보스턴 모델에서 미래 성장 전략을 찾고 있다. 홍릉은 2020년 7월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 3년여 만에 창업기업 75개, 투자유치 2067억원, 기업가치 2조9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한 2025년도 강소특구 연차평가에서 2년 연속 최고 등급인 '우수'를 획득했으며, 보스턴과 싱가포르에 견줄 도심형 바이오·의료 클러스터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홍릉강소특구의 임환 사업단장을 만나 특구의 경쟁력과 성장 방안, 지역 특구와의 협력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좁은 앵커가 넓은 배후지 키운다


임환 단장은 켄들스퀘어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바이오 기업들이 워터타운, 월섬, 우번 등 인접 지역으로 확산됐지만, 이는 자연발생적인 분산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임 단장은 "켄들스퀘어가 혼잡해지고 실험실 임대료가 치솟자 바이오 기업들이 인접 도시로 퍼져 나갔지만, 이 확산은 무질서하지 않았다"며 "현지 매사추세츠 바이오협회가 도시별 기업 수용 역량을 평가하는 '바이오레디 커뮤니티'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며 지역별 역할을 체계적으로 나눈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앵커인 켄들스퀘어의 가치는 줄어드는 게 아닐까. 이 질문에 임 단장은 "오히려 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생산과 스케일업 기능은 외곽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사람과 아이디어가 우연히 부딪히며 협업이 태어나는 이른바 '범프 팩터(bump factor)'는 고밀도 앵커에서만 나온다"며 "앵커의 집적도는 대체할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보스턴의 신흥 바이오 거점인 시포트(Seaport)는 건물이 분산돼 있어 이런 범프 팩터 효과는 켄들스퀘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관점에서 임 단장은 홍릉이 KIST와 경희대, 고려대, 서울바이오허브 등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 기능이 1.36㎢ 안에 집약돼 있어 국내에서 가장 '한국형 켄들스퀘어'에 가까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과 병원, 연구소가 좁은 공간에 밀집해 있어 자연스럽게 범프 팩터가 만들어진다"며 "의사 창업과 임상 기반 딥테크 창업이 활발한 점은 보스턴과 닮았고, 국내 다른 클러스터에서 찾기 어려운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도심이라는 입지 때문에 생산시설을 확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홍릉의 성장 동력"이라고 말했다. 임 단장은 "홍릉은 공간이 좁기 때문에 인접 지역이나 지방 특구로 생산기능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며 "그 과정에서 지방에 투자와 일자리, 생산시설이 생겨나고 결국 전국 바이오 생태계가 함께 성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좁은 앵커가 넓은 배후지를 키우는 구조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 구조는 국내에서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게 임 단장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KIST의 천연물 가공기술을 이전받아 서울바이오허브에 본사를 둔 네오켄바이오는 경북 안동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에 총사업비 130억원 규모의 GMP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2027년 완공되면 재배부터 성분 추출, 원료의약품 생산, 수출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산업 생태계가 안동에 구축된다.

임 단장은 이를 미국 바이오젠의 성장 경로와 닮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젠은 켄들스퀘어에 본사와 연구개발 기능을 유지하면서 약 1300㎞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1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젠도 지금의 성과를 만들기까지 30년이 걸렸다"며 "네오켄바이오나 홍릉 역시 이제 첫 단추를 끼운 단계인 만큼 단기 성과보다 올바른 성장 경로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햐 한다"고 덧붙였다.

임환 서울홍릉강소특구사업단장/사진=김창현 기자
임환 서울홍릉강소특구사업단장/사진=김창현 기자


"기업 내보내는 게 아니라 기능 나누는 것"


임 단장은 이런 사례를 다른 지역 특구로 확장하기 위한 협력 모델도 제안했다. 첫째는 지역별 강점을 연결하는 '전주기 가치사슬'이다. 홍릉에서 바이오 기술을 개발하고 창업한 기업이 임상시험은 오송, 첨단 의료기기 개발은 대구, 의료기기 양산은 원주, 헴프 기반 원료의약품 생산은 안동과 협력하는 방식이다. 그는 "모든 기능을 한곳에 모으기보다 지역마다 잘하는 분야를 맡으면 홍릉에서 성장한 스타트업이 지방의 생산시설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특구별 전문 분야를 명확히 하는 '기능 분담'이다. 미국 보스턴이 '바이오레디(BioReady)' 제도를 통해 도시별 역할을 나눈 것처럼, 국내도 특구마다 강점을 살려 중복 투자와 과잉 경쟁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홍릉은 디지털헬스케어와 AI 진단, 바이오마커 등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다른 지역은 신약 임상이나 의료기기 생산 등 각자의 강점을 맡는 방식이다.

셋째는 연구는 서울에서, 생산은 지방에서 하는 역할 분담 모델이다. 기업은 연구개발과 창업은 홍릉에서 이어가고, 대량 생산 단계에서는 지방 특구와 협력하는 구조다. 임 단장은 "기업을 지방으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나누는 것"이라며 "연구개발은 홍릉이, 생산은 지방이 맡아야 한국 바이오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기업이 본사와 연구개발 기능은 홍릉에 두고 생산시설은 지방에 구축할 경우 세제와 입지 지원을 제공하고, 홍릉에서 출발한 기업이 지방에서 창출한 생산과 고용 성과를 별도로 관리하는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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