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창업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야 일자리가 생기고, 혁신이 일어나고, 경제가 순환한다. 인터넷·스마트폰·전기차·AI 등 세상을 바꾼 이 모든 것들도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2026년 대한민국에서 창업을 꿈꾸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창업생태계의 선순환이 시작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머니투데이가 오프라인 창간 25주년을 맞아 국민들에게 창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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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동욱 비스캣 대표·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 대표·강민승 티냅스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창업자의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과감하게 도전한 기업이 규제에 막히지 않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이 집중됐으면 좋겠다."
"누가 창업했는지를 기준으로 하는 쿼터(비율 할당) 제도가 오히려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나 지역 같은 기준 때문에 지원의 문이 오히려 좁아지는 측면이 있어 아쉽다. 정책의 취지와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일부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공유오피스에 강민승 티냅스 대표, 고동욱 비스캣 대표, 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가 모였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창업에 나선 이들이다. 머니투데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간의 벤처·스타트업 정책이 초기 스타트업에 어떻게 체감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정부 출범과 같은 해 법인을 설립한 스타트업 3곳을 선정해 좌담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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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년을 맞았다. 각 사의 지난 1년을 하나의 키워드로 꼽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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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욱 비스캣 대표='기반 구축'이다. 로봇 자율운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올해 팁스(TIPS)와 창업중심대학 과제에 선정됐다. 특허 출원부터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초기 투자 유치 등 앞으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하나씩 쌓아온 시간이었다.
▲강민승 티냅스 대표='신뢰'라는 단어로 말하고 싶다. '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일하는 시대가 오면 기계를 믿고 맡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사업으로 풀었다. 지난해 8월 창업 후 올해 4월 카카오벤처스 등에서 시드 투자로 45억원을 유치해 누적 49억원을 확보했다. 주요 시중은행과 실증사업(PoC)을 마치고 시장 수요를 확인했다.
▲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뉴타입의 1년은 '글로벌'이라는 단어로 이야기 하겠다. 자사의 국방 소프트웨어 제품이 우크라이나 실전에 배치돼 테스트를 거쳤고, 유럽 국가들의 차세대 지휘결심 체계에 반영하기 위해 준비 하고 있다. 국군과도 연내 실증시험을 앞두고 있다.
창업 1년차 스타트업 3곳/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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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사가 속한 산업의 최근 환경 변화와 정부 정책은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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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승 티냅스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강민승 티냅스 대표=금융기관의 망분리 규제 완화는 규제 샌드박스가 성공적으로 제도화된 모범 사례라고 생각한다. 은행이 외부 AI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쉽게 도입하게 되면서 이를 안전하게 지키려는 보안 솔루션 시장도 함께 열렸다. 올해 시행된 AI 기본법 역시 고영향 AI에 대한 실시간 위험 관리와 책무를 요구하기 때문에 업계에선 기회가 될 것이라 본다.
▲고동욱 비스캣 대표=정부의 로봇 산업 육성과 스마트 팩토리 실증 사업이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공장 자동화 등 과제당 20억원 규모의 PoC 사업이 수십개씩 나오는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여러 과제 사업이 예산 확정 이후 몰리는 경향이 있고 해당 시기를 놓치면 다시 지원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이 필요할 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율공모형 정책 과제'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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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 체감되거나 도움이 된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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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욱 비스캣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고동욱 비스캣 대표=팁스 지원 규모가 8억원까지 확대된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이전 창업 때도 팁스 지원을 받았지만, 당시 5억원은 10명 안팎의 기술 스타트업이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기에 충분한 규모는 아니었다. 기술 스타트업은 사업화까지 긴 시간과 많은 자금이 필요한 만큼 지원 확대가 성장의 발판이 됐다. 제조 현장의 자율형 공장 실증사업 확대 역시 기술 검증과 시장 진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강민승 티냅스 대표=딥테크에 특화된 초기 지원 프로그램이다. 팁스나 초기창업패키지 딥테크 트랙은 인력을 모으고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기술 난도가 높은 딥테크 기업을 따로 분류해 길게 기다려주는 구조가 생존에 큰 도움이 됐다.
▲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방위산업 분야는 아직 정책 체감도가 낮다. 방산 스타트업의 성패는 PoC 이후 실제 군 납품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금액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수의계약 등을 통해 기술이 곧바로 전력화와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시범사업 중심의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가 확대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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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펀드 확대 등 자금 공급 상황은 체감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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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승 티냅스 대표(왼쪽), 고동욱 비스캣 대표(가운데), 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가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스타트업 좌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송정현 기자▲강민승 티냅스 대표=AI와 딥테크 분야는 확실히 투자가 활발하다는 게 느껴진다. 다만 수백억원 규모의 대형 펀드 자금이 소버린 AI 등 특정 분야에만 쏠리는 현상이 있는 점은 아쉽다.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었지만 시리즈B 이상의 기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하거나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는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느낀다.
▲고동욱 비스캣 대표=피지컬AI 분야에도 자본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시장에 자금이 많이 풀렸지만 벤처캐피탈(VC)의 투자 심사는 오히려 더욱 까다로워졌다. 기술력은 물론 매출과 실증 사례, 흑자전환 가능성까지 면밀히 검토하면서 투자 유치 난이도가 높아진 것은 체감이 된다.
▲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자금 공급 확대는 체감되지만 운용 방식에는 아쉬움이 있다. 방위산업은 초기 매출 창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반 산업의 투자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유럽은 국가 단위 펀드를 통해 자국 방산 스타트업의 소프트웨어와 드론을 실제 전장에서 실증하며 레퍼런스를 쌓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스타트업이 기술 검증과 매출 확보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산 특화 펀드와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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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혁신이나 제도 운영에서 아쉬운 점을 꼽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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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에 바란다/그래픽=윤선정▲강민승 티냅스 대표= 비용 산정 기준과 연구개발비 정산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GPU(그래픽처리장치)는 직접 구매하는 편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행정 절차상 클라우드 사용이 사실상 권장되는 측면이 있다. 물리적 자산은 사업 목적임을 별도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용 노트북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개인 용도가 아니라는 점을 소명해야 하는 현실은 아쉬운 부분이다. 사업마다 인건비 계상률과 정산 기준이 제각각인 점 역시 스타트업의 행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정부는 지원금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감사를 요구하고 있는데, 스타트업 역시 비용을 들여 회계법인의 검증을 받으며 자금의 방만한 사용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종 위원회 대응과 행정 시스템 등록 등 유사한 절차를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해 부담이 크다. 전담 인력을 둘 정도로 행정 비용이 늘어나면서 정부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지원금의 상당 부분이 회계 수수료와 관리 인건비로 소모되는 경우가 있다. 방산 지원 사업에서 대기업과의 협업 이력을 요구하거나 가점을 부여해 사실상 하청 구조가 만들어지는 구조도 스타트업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고동욱 비스캣 대표=청년, 여성, 지방 기업 비중을 일률적으로 맞추는 기계적 쿼터제 방식은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0대 대표가 있는 서울 소재 기업은 지원 사업에서 경쟁이 더 치열하고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다.
▲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동의한다. 지역 할당 기준을 채우기 위해 1~2인이 근무하는 소규모 지역 사무소를 개소하거나 경력 단절 여성, 장애인 등을 채용해 기준을 채우는 경우도 존재한다.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인센티브나 세제 혜택 등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좀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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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실무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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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욱 비스캣 대표=정부 지원의 무게중심이 생존을 위한 보조금에서 투자 연계와 스케일업으로 옮겨간 것은 분명한 개선이다. 다만 정권이나 주관 부처가 바뀔 때마다 잘 굴러가던 사업의 이름이 바뀌고 트랙이 통폐합되며 연속성이 끊기는 점은 늘 아쉽다.
▲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방산 스타트업에겐 규제샌드박스를 적용받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소요 제기를 담당하는 군 실무자들도 규제를 이유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줄 때도 많다. 방산의 특성에 맞는 지원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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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창업 활성화를 위해 대국민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 '모두의 창업'을 열었다. 현장의 시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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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욱 비스캣 대표=창업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메시지는 의미가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창업 적합성을 검증하고 사업 모델을 검증할 수 있는 '예비창업패키지' 예산이 축소된 점은 아쉽다. 예비창업패키지는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스스로 역량을 검증하고 멘토링을 받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무조건 창업 수를 늘리기보다 시제품 제작과 초기 고객 연결로 이어져 준비된 창업자가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구조가 중요하다.
▲강민승 티냅스 대표=창업 저변을 넓히고 공공이 초기 고객 역할을 자처한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오디션과 이벤트 형식이 창업의 본질을 가릴 수 있고, 활동비를 지급하는 방식이 창업 도전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문턱을 낮춘 만큼 살아남을 수 있도록 받쳐주는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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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창업 정책을 평가하고, 남은 임기동안 바라는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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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조성원 뉴타입인더스트리즈 대표=방산 분야 현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의 육성 의지가 실무 부처의 실행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영세한 스타트업이 지식재산권(IP)을 보호받으며 1년 이내에 전력화까지 직행하는 실질적인 시스템 정착 사례가 나오기를 희망한다.
▲강민승 티냅스 대표=자금 공급과 전략 산업 집중은 훌륭하나 규제 명확성이나 디테일이 아쉽다. 향후 공공기관이 신기술을 도입할 때 요구하는 기존 실적이나 인증 요건을 완화하는 패스트트랙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고동욱 비스캣 대표=기술창업 지원 방향성은 좋지만 유행하는 특정 키워드에 예산이 쏠리지 않고 다양한 기업이 함께 누릴 수 있게 문턱이 낮아졌으면 한다. PoC와 레퍼런스 확보를 지원해 첫 고객을 만들 수 있는 확실한 사다리를 놔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