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비 0원' 컴퍼니빌더 "초기 창업 리스크, 벙커샷처럼 함께 날리죠"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12.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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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벙커샷파트너스 민복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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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샷파트너스 민복기 대표/사진=벙커샷파트너스
벙커샷파트너스 민복기 대표/사진=벙커샷파트너스

"저희는 보육비를 단 한 푼도 받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보육'엔 대개 비용이 따라붙는다. 교육 프로그램 참가비, 멘토링 패키지, 컨설팅 비용 등 명목도 다양하다. 그러나 민복기 벙커샷파트너스 대표는 "처음부터 돈을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조건이 있다. 9~12개월, 길게는 16개월 동안 함께 뛰며 약속한 마일스톤을 달성했을 때만 창업팀 지분 3%를 받는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다.

벙커샷파트너스는 스스로를 '프리시드 벤처 스튜디오'이자 '컴퍼니 빌더'라고 소개한다. 회사명에 골프의 은유가 담겼다. 깊은 벙커에 빠진 공을 꺼내 그린 위에 올리듯, 초기 창업 기업들이 맞닥뜨리는 '첫 번째 벙커'를 함께 탈출하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민 대표는 "국내 전체 창업기업 가운데 실제로 시드 투자를 받는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며 "그렇다고 나머지 98%가 아이템이 나쁘거나 대표 역량이 부족해서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험이 부족한 초기 단계에서 누군가 빈틈을 함께 메워준다면 성공 확률은 분명히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현재 벙커샷파트너스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캠퍼스타운 기업성장센터와 씨엔티테크의 지원을 받으며, 다양한 초기 창업팀을 만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컴퍼니 빌딩을 중심에 둔 다층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해 왔다.

벙커샷파트너스의 사업은 △B2B 엑셀러레이팅 △시드 라운드 투자 연계 △창업가 네트워킹·멘토링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구조다. B2B 엑셀러레이팅에서는 대학, 공공기관, 대기업과 협력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설계·운영한다. 여기에 일정 수준의 검증을 마친 팀을 대상으로 시드 및 프리A 단계 투자를 연계하며, 성장 자금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마련한다. 선배 창업가와 참여팀을 잇는 멘토링·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과 인적 자원이 순환되는 구조도 갖췄다.


민 대표가 꼽은 벙커샷파트너스의 핵심 차별점은 '리스크 공유 모델'이다.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9~12개월, 경우에 따라 최대 16개월까지 이어지며 이 기간 동안 창업팀이 부담해야 할 참가비는 없다. 벙커샷은 어떠한 대가도 선불로 받지 않는다. 보상은 성과로만 결정된다. 사업 기획 고도화, 제품·서비스 구현, 시장 검증, 핵심 지표(KPI) 확보, 시드 투자 유치 등 다섯 가지 마일스톤을 모두 달성했을 때에만 지분 3%를 확보한다. 그는 "중도 이탈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벙커샷은 지분을 포함해 어떠한 보상도 가져가지 않는다"며 "성과에 대한 리스크를 컴퍼니빌더가 함께 부담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제품·서비스 개발에 앞서 사업성 검증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획을 다듬은 뒤 서비스가 있는 것처럼 구성한 랜딩 페이지를 만들고, 소규모 광고비를 집행해 유입·체류·전환 지표를 확인한다. 이후 '아직 서비스 준비 중'임을 알리고 관심 고객을 수집한다. 그는 "완벽한 검증은 아니지만, 이런 방식만으로도 시장 반응을 가늠하기에 충분하다"며 "이 데이터는 정부 지원사업이나 투자 유치 과정에서 매우 강력한 설득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관련 사례로 '픽홈'이 있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던 시기, 청년층을 대상으로 '이 집의 위험도를 분석해주는 서비스'로 기획됐다. 정식 출시 전 랜딩 페이지 테스트만으로 약 600명의 사전 관심자가 몰렸다. 민 대표는 "서비스도 없는 데 상담 전화가 오고, 사무실을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며 "600명이란 숫자는 곧 사회적 불안과 문제의 크기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 코칭 역시 철저히 현실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많은 창업자들이 IR덱(투자자용 발표자료)을 설명서처럼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첫 관문은 대표 파트너가 아니라 투자사 내 주니어 심사역이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IR덱을 검토하는 이들에게 복잡한 자료는 오히려 불리하다는 게 민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벙커샷은 초기 컨택용 IR일수록 간결하고 직관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며 "발표 코칭은 6시간 이상 반복 리허설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MVP(고객 반응을 빠르게 검증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담아 만든 최소 기능 제품) 개발 과정에는 CTO(최고기술책임자)급 파트너가 참여해 개발 및 제조 계약서의 불리한 조항과 추가 비용 발생 요인을 사전에 차단한다. 민 대표는 "견적 검토와 3자 협상 등을 통해 개발 비용을 약 46% 절감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 대표가 최근 강조하는 키워드는 '지방 창업'이다. 그는 "지방은 창업 열정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지만, 동시에 경쟁률 측면에선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며 "정부 지원사업과 투자 유치 모두 수도권보다 경쟁 밀도가 낮아, 일정 수준의 지원만 더해지면 빠르게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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