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 넘어 탁월한 기업으로"…KST의 '그레이트 2030' 구상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12.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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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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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이사/사진=KST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이사/사진=KST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 좋은 기업을 넘어 '탁월한 기업'으로 도약해야 할 전환점이 바로 내년입니다."

지난 23일 열린 한국과학기술지주(KST) 워크숍에서 최치호 대표가 던진 화두다. '굿 투 그레이트'는 미국 경영학자 짐 콜린스의 저서 제목으로, 최 대표는 이 개념을 KST의 2026년 전략 방향으로 끌어왔다.

최 대표가 말하는 '탁월한 기업'은 단순히 몸집이 큰 회사를 뜻하지 않는다. 국가전략기술을 실제 기업으로 구현하고, 그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며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단계까지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 성과를 축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시장과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기업을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맥락 아래 최 대표가 새롭게 제시한 경영 비전이 '그레이트 KST 2030'이다. 그는 "2030년까지 100~150개의 국가 전략자산급 딥테크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산업 지형을 재편할 수 있는 임계 규모에 도달할 수 있다"며 "이 목표를 기준점으로 KST의 전략을 설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KST는 우선 '벤처 스튜디오'로서의 기능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처음부터 어떤 시장 문제를 해결할 기업이 필요한지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후 필요한 기술을 조합하고, 경우에 따라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해 팀을 구성하는 등 '기획형 창업'을 통해 기업을 만들어낸다.

이 같은 방향 전환은 이미 최 대표 임기 초반부터 시도돼 왔고,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 대표는 "현재 KST의 사업 구조는 기획형 창업의 비중이 40%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공공기술 사업화의 중심축을 민간 협업형 기획창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와의 협업을 통해 생태계를 더욱 단단히 구축했고, 그 결과 '도전 K-스타트업 왕중왕전' 대상 기업을 2년 연속 배출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총리 표창 등을 받는 등 공공기술 사업화 허브로서의 역할을 인정받았다.

최 대표는 "내년부터는 이 모델을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로 확장해 스케일업과 엑시트(투자금 회수)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사업화를 총괄하는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KST는 이달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함께 '과학혁신 양자펀드'도 결성했다. 양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함께 국가전략기술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분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양자 스케일업 밸리'라는 전용 클러스터 조성에 나섰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주관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기술개발, 인재양성을 담당한다. 여기에 핵심인 투자와 사업화 기능은 KST와 블루포인트 등 민간 파트너가 함께 협력해 책임지는 구조다. 최 대표는 "양자 생태계는 연구성과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연구·인력·기업·투자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가 내세운 2026년 경영 비전에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대한 위기인식이 깔려 있다. 그는 "중국은 국가 단위 초고속 첨단기술 사업화 체계를 갖추며 기술 상용화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실현하는 국가가 됐으며, 미국은 2030년까지 과학기술 상용화 속도를 10배 가속시켜 생산성과 영향력을 두 배로 늘리는 속도 전쟁을 선포했다"면서 "기술 패권의 본질이 더 이상 기술력 자체가 아니라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KST는 그간 이른바 '신속사업화 백본 프로세스'를 구축해 왔다. 공공기술 기반 창업을 아이디어 단계부터 글로벌 진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전주기 구조다. 그 과정을 들여다 보면 먼저 '창업탐색 프로그램'으로 창업 아이디어가 실제 시장에서 필요한지를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연구자의 직관이 아니라 고객 검증에서 출발하도록 설계된 점이 핵심이다.

시장 검증을 거친 아이디어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정부출연연구기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딥테크 기획 창업 챌린지'로 이어진다. 약 6개월간 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화 계획을 구체화하고, 이후에 KST와 민간이 조성한 전용 펀드, 팁스(TIPS), 스케일업 팁스 등이 단계적으로 연결된다. 여기에 민간 협력 네트워크를 더해 기업당 50억~100억원, 경우에 따라 150억원까지 성장 자금을 뒷받침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글로벌 진출 역시 미국·유럽 트랙으로 나뉘어 현지 실증(PoC)과 투자 연계를 통해 확장을 꾀한다.

이 체계를 통한 성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KST에 따르면 신규 투자 재원은 지난 2년간 400억원으로 두배 확대됐고, 최근 3년간 후속 투자유치 규모도 약 397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4년간 100억이상 투자받은 기업이 44개, 기업가치가 3배 이상 성장한 출자회사 수도 50%로 증가했다. 대·중견기업에 인수된 기업도 2건 있었다.

글로벌 확장과 관련해서는 30개 기업이 해외 투자유치, 법인설립 등을 달성했다. 최 대표는 "이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출연연은 기술을 창출하는 연구공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장의 변화 속도를 끌어올리는 성장 엔진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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