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십일리터 김광현 대표/사진=십일리터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만 보내면 3초 만에 반려견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스타트업 십일리터의 김광현 대표는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하는 보호자들의 후회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십일리터가 개발·운영하는 '라이펫'은 반려견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AI(인공지능)가 주요 진행성 질환의 가능성을 분석해 주는 홈케어 서비스다. 슬개골 탈구, 치주 질환, 비만, 백내장·핵경화증에 이어 내년 1분기엔 피부 질환까지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 누적 분석 건수는 17만건, 회원 수는 8만명을 넘어섰다.
라이펫 앱 작동 장면/사진=십일리터
━
사진만 찍어도 '정상-위험' 판단
━
십일리터의 AI 건강체크는 반려견이 많이 앓는 질환이면서 한 번 진행되면 수술·마취 등 큰 비용이 드는 병을 우선으로 했다. 김 대표는 "호발률이 높은 질환, 그리고 한 번 걸리면 보호자 의료비 부담이 큰 질환,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분석 질환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건강체크 방식은 단순하다. 보호자가 앱을 열고 강아지 뒷다리, 치아, 안구 사진 등을 가이드에 맞춰 찍으면 수초 내 '정상·주의·위험' 등급과 함께 상세 리포트가 나온다. 김 대표는 "진행성 질환의 경우 초기 단계에서는 육안으로 증상을 식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제때 내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진만으로 질환의 '진행 정도'를 수치화하는 기술이 십일리터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십일리터의 솔루션은 슬개골 탈구 진단보조 분야에서 국내 1호 동물용 의료기기(3등급) 품목허가를 받았다. 십일리터가 제출한 임상시험보고서를 보면, 총 4500건 이상의 사례를 바탕으로 검증이 이뤄졌고,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용의료기기 임상시험 실시기관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민감도·특이도 97%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올해에는 치주 질환에서도 2405마리를 대상으로 96% 이상의 정확도를 검증했다. 김 대표는 "현재 건국대 수의과대학과 함께 원발성 피부질환 AI 분석을 거의 마무리해 가는 단계"라며 "내년 1분기 안에 서비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스마트폰·가전·보험까지…API로 협업 확대
━
십일리터의 또다른 사업모델은 이 같은 AI 건강체크 기능을 별도 앱이나 기기 등에 붙일 수 있도록 모듈화한 API 서비스다. 다른 기업들이 자체 서비스에 쉽게 탑재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스마트폰 제조사, 가전사, 보험사, 통신사 등 다양한 산업군의 회사들이 십일리터의 API를 활용 중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모든 보호자에게 도달할 수는 없으니 아예 처음부터 B2B(기업 간 거래) 파트너들과 손을 잡자는 전략을 세웠다"며 "각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파트너들의 플랫폼에 우리 기술을 심어놓으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고객군을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십일리터에 관심을 나타내는 곳은 보험사다. '펫보험'과의 결합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를테면 AI 건강체크 결과를 보험 언더라이팅(인수심사)에 활용해 '건강할수록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지난 4월 십일리터는 DB손해보험과 공동으로 '라이펫 펫보험'을 출시했다. 김 대표는 "AI를 통해 평가한 건강 상태를 보험료에 직접 반영한 국내 첫 시도"라며 "AI 분석 기술을 통해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더 정교하게 평가함으로써 보험사는 손해율을 관리하고, 반려동물의 건강을 잘 관리한 보호자는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십일리터는 향후 3년 안에 전체 매출에서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5%에서 35~4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펫보험 시장 전체를 보면 아직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금융당국 통계 기준으로 연평균 30~40%라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십일리터 김광현 대표/사진=십일리터
김 대표는 내년 펫 시장은 코로나 특수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겠지만 건강 관련한 소비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시기에 집중적으로 입양된 반려동물들이 이제 중년기에 접어들면서 건강 관리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그는 "시장 둔화와 무관하게 펫헬스케어와 펫보험 분야는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한편, 십일리터는 2020년 예비창업패키지 선정을 시작으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캠퍼스타운 기업성장센터' 보육기업 선정까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혜택을 받아왔다. 김 대표는 "캠퍼스타운을 통해 후속 투자 유치부터 회사·서비스 소개 발표자료 리디자인 지원까지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그 덕분에 덕분에 기술 역량 강화와 서비스 고도화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