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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동산 조각투자시장 개척자로 불리던 루센트블록이 토큰증권발행(STO) 장외거래소 인가에서 최종 탈락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맨땅에서 시장을 일궈낸 스타트업이 정작 제도화 단계에서 거대자본과 공공기관에 힘없이 밀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신기술·신산업 육성을 위해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면제하는 규제샌드박스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NXT), 한국거래소 컨소시엄(KDX) 등 2곳에 대한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 예비인가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쟁사 기술탈취, 금융위 불공정 심사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루센트블록은 이번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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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빛났던 스타트업, 제도권 문턱서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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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센트블록 STO 유통플랫폼 인가 관련 타임라인/그래픽=윤선정2018년 설립된 루센트블록은 '소액으로 누구나 건물주 될 수 있다'는 콘셉트로 부동산 조각투자 사업을 해왔다. 2021년 4월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대상 기업으로 지정되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고, 2022년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 서비스를 본격 출시해 운영해왔다.
2022년~2023년 시리즈A·B 라운드를 통해 하나금융그룹(하나증권·하나은행·하나벤처스)을 비롯해 산업은행,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캡스톤파트너스, 서울대기술지주 등 다수의 투자사로부터 총 300억원 넘는 투자금도 유치했다. '월세처럼 입금되는 배당금',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얻는 매각차익' 등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워 소유 플랫폼 가입 고객 약 50만명을 확보한 상태다.
순항하던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운 건 지난해부터다. 금융위가 '발행 스몰라이선스' 제도를 신설하면서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는 원칙'을 한시적으로 면제해줬던 규제샌드박스 대상 기업에도 적용했기 때문이다. 루센트블록은 발행이 아닌 유통 사업자로 방향을 잡았는데 대형 컨소시엄과 경쟁에서 밀려 결국 인가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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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가점 줬다는데"…왜 떨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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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금융위는 이날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을 통해 이번 STO 장외거래소 인가 심사 과정이 얼마나 공정했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부연했다. 결과 발표 전부터 공공기관과 스타트업 간 경쟁을 놓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국내에 조각투자의 개념조차 없던 7년 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 시장성을 입증했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며 수차례 위기감을 표한 바 있다.
금융위는 규제샌드박스 사업자의 혁신 노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벤처펀드 투자금 자기자본 인정 △가점 50점 부여 △기존 스타트업 법인 인정 등 3가지 우대 기준을 적용했는데도 루센트블록의 점수가 653점으로 가장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1위인 NXT 컨소시엄과 97점, 2위인 KDX와 72점 차이다.
루센트블록이 장외거래소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핵심 배경에는 금융사 수준의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와 수익모델의 불확실성이 있다. 규제샌드박스라는 특례 울타리에서 벗어나 정식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진입하기에는 자본시장법이 요구하는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금융위는 평가했다.
이해상충 방지 체계에 대한 기준도 발목을 잡았다. 금융위는 루센트블록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1%로 실질적인 컨소시엄 형태가 아니라 대주주 개인회사의 성격이라고 봤다. 반복되는 적자 구조 속에서 투자자를 보호할 만한 재정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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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 넘어 참담"…투자사들도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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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9일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한 글 일부루센트블록은 조각투자 유통사업을 포기하고 발행사업자로 인가를 받아 사업을 유지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이나 재정 구조가 빈약한 스타트업이 발행 업무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신청을 위해 유통 인프라 구축 등에 이미 상당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한 만큼 손실도 클 수밖에 없다. 주요 수익모델이 거래수수료에 기반한 만큼 단기간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투자자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 루센트블록에 투자한 목승환 서울대학교기술지주 대표는 "금융위의 이번 결정에 깊은 유감을 넘어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며 "규제샌드박스의 혁신 실험이 무위로 돌아간 것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퇴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도 실망감을 표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는 "오랜 기간 사업을 선도해 온 업체를 배제한 이번 결정은 국내 스타트업에 금융사업을 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며 "가뜩이나 핀테크 스타트업이 나오지 않는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기대하기 더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