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업무 AI에 대체될 것" 직감한 이 사람, 'AI 심사역' 만든 이유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6.06.0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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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황성현 더벤처스 테크리드(심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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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현 더벤처스 테크리드 /사진=최태범 기자
황성현 더벤처스 테크리드 /사진=최태범 기자
국내 독립계 벤처캐피탈(VC) 더벤처스가 벤처투자에 'AI(인공지능) 심사역'을 적극 활용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더벤처스의 'AI 심사역' 개발을 주도한 것은 황성현 테크리드(심사역)다.

마이데이터 기반 금융 및 건강관리 플랫폼 기업 '뱅크샐러드'의 공동 창업자이자 초대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낸 그는 지난해 초 더벤처스에 합류한 후 3개월 만에 AI 심사역 '비키'의 첫 버전을 선보였다.

비키라는 이름은 더벤처스 창업자인 호창성·문지원 부부가 일본 라쿠텐에 매각한 글로벌 영상 서비스 '비키'에서 따왔다. '다음의 비키(잘 성장해 엑싯까지 갈 수 있는 스타트업)를 찾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창업 경험에서 답을 찾은 'AI 심사역'


비키는 황 테크리드가 자신의 창업 시절 겪었던 경험에 착안했다. VC와 창업자를 빠르게 잇는 연결고리 구축이 우선이라고 보고 AI 에이전트 개발에 착수했다. 그는 "VC에게 메일을 보낸 뒤 실제 응답을 받고 만나기까지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가타부타 말이 없다가 한참 뒤에야 '대표님이 한번 뵙자고 하시는데요'라는 연락이 온다"며 "창업자 입장에서 이 경험 자체가 정말 별로다. 이것을 극적으로 빨리 할 수 있으면 거기에서부터 선순환 구조가 굴러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황 리드는 "창업자에게 가장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VC가 좋은 창업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 비키는 이런 취지에서 탄생했다.


투자 검토 기간 30일→3일, 행정업무 80% 절감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비키 도입 결과는 극적이었다. 30~40일 걸리던 투자검토 기간이 2주로 짧아졌고 지금은 더욱 고도화돼 3일 이내로 줄었다. 투심보고서 작성 등 행정업무 시간은 약 80% 절감됐다.

황 테크리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스타트업으로부터 투자검토 요청을 받으면 AI가 사전조사를 수행하고 투자 판단을 내린다"며 "이후 심사역들이 정해진 주기 안에 검토해 스타트업에 응답하는 일련의 흐름이 모두 비키 위에서 돌아간다"고 말했다.

지금 비키의 역할은 단순히 투자심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포트폴리오사 업데이트 수집과 정리, LP(출자자) 대상 분기 펀드 리포트 초안 작성 등 펀드 운용 전반의 백오피스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커버한다.

인간 심사역과 비키의 투자 판단 일치율은 90% 수준이다. 황 테크리드는 나머지 10%의 불일치가 오히려 의미 있는 신호라고 본다. 인간은 편향이 있지만 비키는 어떠한 편향도 없다는 점에서다.

그는 "대표적인 영역이 창업자 프로필"이라며 "인간은 아무래도 창업자의 백그라운드를 볼 수밖에 없어 학벌 등이 안 좋으면 검토를 대충 할 수 있다. 비키는 우리가 정한 투자 철학대로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시장 특성은 어떤지'만 본다"고 말했다.

비키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에 투자를 진행하기도 한다. 황 테크리드는 "스타트업이 입력한 내용과 실제 사업이 다르면 AI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수 있다"며 "인간과 AI의 판단이 100% 일치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차이가 좋은 투자 기회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이어 "비키가 오히려 더 도전적인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며 "인간이 편견 때문에 '이게 어떻게 되겠어' 싶은 영역에서 오히려 AI가 확률적으로 1%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AI에 잡무 넘기고 사람은 '미친 생각' 집중해야"


/사진=챗GPT 생성
/사진=챗GPT 생성
황 테크리드는 비키와 같은 AI 에이전트 도입이 VC 업계의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감하면서도, VC라는 업(業)을 확장하는 새로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AI 시대에 기존만큼 VC 인력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VC가 AI를 도입하는 본질은 '사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력으로 더 큰 펀드를 운용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테크리드는 AI 시대에 VC 인력이 집중해야 할 역할로 '미친 생각'과 '관계 맺기'를 꼽았다. 그는 "시드투자는 남들이 미쳤다고 하는 건에서 좋은 투자가 이뤄질 수 있고, 창업자·출자자와 관계를 유지하고 서포트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VC들도 비키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수많은 VC가 비키를 보러 더벤처스 사무실을 다녀갔다고 한다. 다만 황 테크리드는 비키의 '솔루션화' 계획에 대해선 "누군가 돈을 내고 쓸 만큼 좋은 솔루션이라면 그걸 독점해 더벤처스가 1등 VC가 되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더벤처스는 비키와 함께 'AI 네이티브 VC'로 진화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까지 비키가 주로 투심 역할로만 비춰졌다. 그건 비키가 하는 활동의 일부일 뿐"이라며 "AI가 VC를 처음부터 끝까지 운영하고 AI가 못하는 영역에서만 인간을 호출하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VC는 결국 혁신과 자본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며 "양쪽 고객인 출자자와 창업자 모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면 플랫폼으로 성공한다고 본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도 가장 잘하는 AI 네이티브 VC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더벤처스 
  • 투자업종ICT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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