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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뉴앤디 홍기림 이사, 송명기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K드라마·영화의 확산으로 한국제품 전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른바 'K굿즈'를 구매하려는 열기도 뜨겁다. 그러나 해외 소비자가 한국 쇼핑몰을 둘러보다 보면 막상 '결제' 단계에서 발길을 돌리는 순간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해외카드 결제가 막혀 있거나 한국식 본인인증이 요구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서다.
뉴앤디는 이런 장벽을 '링크 한 줄'로 우회하는 방식을 내놔 주목을 끌고 있다. 해외 고객이 한국 쇼핑몰 상품의 URL(링크)이나 이미지를 뉴앤디가 구축한 플랫폼 '비즐리'에 입력하면 비즐리는 소비자 요청부터 결제생성, 구매대행(매입), 해외판매, 배송트레킹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원스톱으로 연결한다. 공동창업자인 송명기 대표와 홍기림 CTO(최고기술책임자)는 "국가와 결제환경이 달라도 글로벌 소비자가 한국인처럼 자연스럽게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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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수요와 구매 장벽 사이, 공백 파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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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대표가 역직구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게 된 계기는 한류 현장이었다. 그는 CJ ENM 재직 시절 마마(MAMA), 케이콘(KCON) 등 K팝 공연과 컨벤션을 홍콩·일본·대만·로스앤젤레스(LA) 등지에서 운영하며 팬덤의 열기가 콘텐츠 소비에 그치지 않고 굿즈·패션·뷰티 등 실물상품 구매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장면을 봐 왔다. 중국에서 오래 거주한 개인적 경험도 문제의식을 키웠다. 최근 들어 중국 지인들로부터 "한국 물건을 사서 보내달라"는 요청을 잇따라 받으면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이를 제대로 연결해주는 통로가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한다. 해외에서 한국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하는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송 대표는 "현지 플랫폼이 소매 셀러(판매자) 중심 구조이다 보니 셀러가 직접 상품을 들여오지 않으면 그 상품은 아예 시장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특히 인증이나 통관절차가 복잡하고 재고 부담이 큰 상품은 잘 팔린다는 확신이 없으면 셀러들이 아예 수입을 시도하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 사이에 생긴 공백이 뉴앤디가 역직구 플랫폼 '비즐리'를 기획하게 된 출발점이다.
비즐리 앱 소개자료/자료=뉴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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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즉시구매·데이터 선순환으로 만든 글로벌 커머스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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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즐리는 대량구매나 공동구매가 아닌 개인 소비자의 즉시구매에 초점을 맞췄다. 한두 개만 구매하더라도 별도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해외 소비자에게도 한국 소비자와 동일한 쇼핑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강점이다. 뉴앤디에 따르면 지난해 비즐리의 1회 평균 구매금액은 19만7000원, 분기 재구매율은 34%를 기록했다. 정품과 배송에 대한 신뢰도 강점이다. 단순 중개 방식이 아니라 비즐리가 직접 상품을 매입해 해외로 판매하는 구조를 택해 소비자는 가품이나 배송사고에 대한 불안을 덜 수 있다.
무엇보다 고객의 요청 자체가 데이터로 축적되는 구조라는 점이 특징이다. 사용자가 요청한 상품의 구매 비중이 높아지면 해당 상품은 메인페이지에 자동노출되고 다른 소비자들도 즉시 구매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된다. 홍 CTO는 이를 두고 "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위한 일종의 상품기획·운영자(MD) 역할을 수행하는 선순환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요청이 지속적으로 축적되면 어떤 한국제품이 해외시장에서 통하는지, 또 어느 국가에서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송 대표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 해외진출 전략은 물론 다음에 개발할 제품의 방향까지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앤디가 서울시와 씨엔티테크가 운영하는 '캠퍼스타운 기업성장센터' 보육기업에 선정된 것도 이러한 구조가 지닌 잠재적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은 결과다.
대만최대스타트업행사 'Meet taipei'에서 비즐리 앱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뉴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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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집중, '첫 성공 사례'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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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앤디는 여러 국가를 동시에 공략하기보다는 먼저 대만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더 큰 중국 시장이 있음에도 왜 대만이었을까. 송 대표는 "중국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주요 마케팅 채널이 차단돼 있고, 운영 측면에서도 현지 기반이 없으면 사업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초기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에는 변수와 리스크가 큰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류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관련 소비에 적극적인 대만을 첫 타깃 시장으로 삼았다.
뉴앤디는 대만에서 제품-시장 적합성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먼저 공고히 한 뒤 이를 발판으로 다른 국가로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현재 회사 전체 매출의 95% 이상이 대만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판매 상위 품목은 패션과 아이돌 관련 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뷰티 카테고리가 잇고 있다.
송 대표는 "대만 시장만 놓고 봐도 연 5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더 나아가 2030년까지 연 거래액 1000억원을 내부 목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엔터테인먼트사들과의 협업을 확대해 대만을 넘어 다른 국가에서도 통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차근차근 쌓아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