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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 CEO만 32명...'파란피' 삼성맨들 벤처투자 전성시대

송지유 기자, 김진현 기자 기사 입력 2025.09.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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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업계 삼성 출신 CEO만 32명
"심사역까지 확장하면 200여명 될 듯"
반도체·소부장 전문 투자시장 개척도

국내 벤처투자 업계에 유독 삼성 출신 경영진들이 대거 포진해 눈길을 끈다. /사진=제미나이 생성형 이미지
국내 벤처투자 업계에 유독 삼성 출신 경영진들이 대거 포진해 눈길을 끈다. /사진=제미나이 생성형 이미지

국내 벤처투자 업계에 삼성 출신 경영진과 심사역이 점점 늘어나며 크고 촘촘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금융·컨설팅 전문가들이 주름잡았던 자리를 국내 대표 기업 출신들이 꿰차며 시장을 뒤흔드는 막강한 투자 인맥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원사 경영진을 전수조사한 결과 삼성 출신 대표·사장 등 CEO(최고경영자)만 32명에 달했다. 삼성전자 출신이 17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생명·삼성물산·삼성증권 출신은 각각 3명으로 집계됐다. 삼성SDI·삼성SDS·삼성디스플레이·삼성카드·삼성벤처투자 등에 몸 담았던 인사들도 있다.

이를 'C레벨' 임원 전체로 확장하면 그 수는 60~70명까지 늘어난다. 삼성전자에 재직했던 한 VC 대표는 "최첨단 기술 소싱이나 연구를 했던 전문가들이 벤처투자 업계에 유입돼 주류를 형성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임원뿐 아니라 일선 심사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삼성 출신만 200여명은 족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 쥐락펴락 '블루파워'


VC 업계를 대표하는 삼성 출신 인사로는 정일부 IMM 대표, 남기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주성진·장동식 L&S벤처캐피탈 공동대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송혁진 프리미어파트너스 공동대표, 하태훈 위벤처스 대표, 맹두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사장, 김진호·김정현 케이런벤처스 공동대표, 윤영민 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있다. 이들은 2000년 전후 벤처투자 업계에 입문해 20년 이상 펀드 결성·운용 등을 총괄해 온 베테랑 경영진으로 통한다.

안재광 SBI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제욱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부사장, 강준규 지앤텍벤처투자 공동대표 등은 1세대 삼성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의 뒤를 잇는 주자들로 평가받는다.

삼성에서의 인연이 투자 업계까지 이어져 서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클럽딜' 등 공동 투자가 이뤄지기도 한다. 정일부 대표와 송혁진 대표는 삼성 재직 당시 친분을 VC 업계에서도 이어가는 절친 선후배 사이로 알려져 있다. 송은강 대표와 남기문 대표는 삼성 퇴사 후 MVP창업투자 초기 멤버로 함께 한 끈끈한 사이다.

사내 핵심인력 모두가 삼성 출신인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1년 선후배 사이인 주성진·장동식 대표가 이끄는 L&S벤처캐피탈이 대표적이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위벤처스 등에도 삼성 출신 임원들이 많다. 케이런벤처스도 삼성전자 선후배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운용사다.

삼성전자 출신 국내 주요 벤처캐피탈리스트/그래픽=윤선정
삼성전자 출신 국내 주요 벤처캐피탈리스트/그래픽=윤선정


삼성에선 '5년컷'…차세대 주자 더 늘듯


투자 업계 발을 들인 주요 인사들의 삼성 재직 기간은 5년 안팎으로 길지 않았다. 주요 VC 중에선 주성진 대표가 유일하게 10년 이상 삼성전자에 재직했다.

좁은 취업문을 뚫고 국내 대표 기업에 입사한 인재들이 오래지 않아 VC 업계로 전향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등 글로벌 최고 기술을 접했으면서 관련 제조 네트워크까지 보유한 '삼성맨'은 투자 업계의 영입 1순위다. 반도체·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기술 기반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려면 핵심기술을 꿰뚫고 있는 전문인력 확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VC 업계로 전향한 전직 삼성맨들은 반도체·소부장 전문 운용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다.

'관리의 삼성'으로 요약되는 폐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가 VC 업계의 삼성 네트워크를 만든 요인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VC 대표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갖춰야 할 핵심 자질은 창의적인 사고력과 신속한 결정력"이라며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조직문화에 한계를 느껴 벤처업계에 입문한 이들이 벤처투자 업계 삼성 전성시대를 만든 것"이라고 봤다.

앞으로 VC 업계 삼성 네트워크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 다른 VC의 대표는 "투자업계 키워드가 AI(인공지능)·로봇 등 딥테크인 만큼 삼성 등 기술기업 등 재직자들을 영입하려는 시도가 많다"며 "한 두명만 거치면 서로 아는 산업계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늘면 투자 지형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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