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최동열 스톤브릿지벤처스 투자부문대표/사진=스톤브릿지벤처스"기술이 좋다고 다 되는 게 아닙니다. 3~4년 앞서 투자하되 너무 빠르면 안 되고 너무 늦으면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높습니다. 그 미묘한 타이밍을 잡는 게 벤처캐피탈(VC)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동열 스톤브릿지벤처스 투자부문대표(CIO·최고투자책임자)는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만나 벤처투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를 거쳐 삼성벤처투자,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2015년 스톤브릿지벤처스에 합류해 지난해 투자부문대표에 올랐다. 11년차 심사역인 그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차세대 의료기기 등 기술 기업 중심으로 투자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초기 투자의 '숨은 힘'…돈보다 '관계'에 베팅
━
다수의 VC가 비교적 회수 가능성이 높은 중·후기 투자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초기 단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기 전인 시리즈 A·B 단계 투자에 집중한다.
최 CIO가 초기 투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히 수익률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시리즈 D·E 단계에서는 이미 기업가치가 높아져 투자사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초기에 진입해야 지분 확보는 물론 창업자와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해 경영에 실질적인 조언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를 통해 신뢰와 성과를 모두 잡은 대표적 사례가 수아랩이다. 2014~2015년 국내 벤처업계가 클라우드와 빅데이터에 몰두할 때, 그는 미국에서 AI 딥러닝 분야가 활발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에서도 곧 관련 기업이 등장할 것이라 확신하고 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수아랩을 발굴할 수 있었다.
수아랩은 제조 현장의 불량 검사에 AI 기술을 도입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2019년 나스닥 상장사 코그넥스에 국내 기술기업 M&A(인수합병) 역사상 최대 규모인 2300억원가량에 인수됐다. 코그넥스 인수 딜이 진행될 당시 최 CIO는 송기영 당시 수아랩 대표와 긴밀히 소통하며 최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협상 전략을 함께 고민했다. 딜이 성사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창업자의 편에서 난관을 함께 돌파하는 든든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최근 상장한 AI 경량화 기업 노타 역시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IPO(기업공개)까지 완주해낸 사례다. 2019년 첫 인연을 맺은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이후 네 차례나 후속 투자를 단행하며 성장을 지원했다. 최 CIO는 "기술력도 훌륭했지만 팀의 실행력을 믿었기에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며 "생성형 AI 붐과 함께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올 때까지 서로 믿고 준비해온 덕분에 가치를 입증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초 회수가 완료되면 펀드 성과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그래픽=이지혜
━
몸값보다 '내실'… 韓 강점 살린 '산업 특화 AI' 뜬다
━
올해 기대주는 이달 코스닥 상장을 앞둔 리브스메드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이 복강경 수술 기구 제조사에 총 5개 펀드를 통해 투자했고, 현재 지분율 약 14%로 2대 주주다.
리브스메드 역시 초기 단계부터 투자해 상장 직전까지 긴 호흡을 함께한 사례다. 최 CIO는 이처럼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가 있어야만 투자자가 창업가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창업가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조언은 '보수적인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다.
그는 "회사가 잘될 때 몸값을 너무 높이면 시장이 어려워졌을 때 다음 투자가 막힌다"며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의 70~80%는 과도한 밸류에이션 탓에 자금난에 빠진 경우"라고 말했다.
기업의 내실을 중시하는 그의 투자철학은 차기 투자처를 찾을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밸류에이션이 치솟는 분야보다는 한국의 산업 구조와 결합해 확실한 실적을 낼 수 있는 분야에 주목한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범용 AI보다 '산업 특화 AI'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차세대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조선, 철강, 반도체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업 현장에 AI를 성공적으로 접목하는 기업이 2~3년 뒤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기기 분야 역시 유망한 분야로 꼽았다. 그는 "의료기기는 인허가와 매출 발생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시장에 안착하면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린다"며 "압도적 기술로 환자와 병원에 실질적 효용을 주는 기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