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마스오토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탑재한 대형트럭 3대가 군산 새만금 지역을 주행하고 있다 /사진=마스오토"대형트럭 자율주행은 15톤 이상의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시속 80~90킬로미터(㎞) 이상으로 주행하는 상황이 일반적입니다. 차체가 무겁고 바퀴가 많기 때문에 먼 거리의 물체를 빠르고 정밀하게 인식해 충분한 제동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제어적 특성이 승용차와 달라 기술적 난도가 있는 시장입니다."
노제경 마스오토 부대표는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만나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고속도로 무인화 기술 완성을 목표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스오토는 자율주행 기술로 글로벌 대형트럭 자율주행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스타트업이다. 국내 여러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승용 분야에 집중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한 대형트럭 자율주행을 택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15톤 이상 트럭을 대형트럭으로 분류한다. 대형트럭 자율주행 시장은 기술적 난이도와 사업 리스크가 높아 글로벌 완성차 업체나 빅테크 기업도 도전을 철회했거나 제휴 형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로보택시 시장을 선점한 구글 웨이모는 2023년 대형 트럭 자율주행사업 '웨이모비아(WaymoVia)'를 접었다. 테슬라도 2017년 공개한 자율주행 대형트럭 '테슬라 세미(Telsa Semi)'의 출시 일자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한 상태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트럭 자율주행에 도전하는 오로라(Aurora)와 코디악(Kodiak) 등 기업들도 스타트업이다. 대략 15개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기업이 대부분이며 한국 기업으로는 마스오토가 사실상 유일하다. 노 부대표는 "글로벌 자율주행 산업의 규모를 보면 미국이 대략 80%를 차지하고 있다"며 "가장 경쟁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을 제외하면 자동차 산업국 가운데서는 한국이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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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운송비↓…효율로 입증한 기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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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제경 마스오토 부대표 /사진제공=마스오토 국내에서는 마스오토가 화물 자율주행 제도 개척자로 불린다.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획득하며 유인 자율주행 트럭 기반 화물 간선 운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CJ대한통운(92,900원 ▲1,800 +1.98%), 이마트(76,900원 ▲2,200 +2.95%), 롯데글로벌로지스, 현대모비스(298,500원 ▼2,000 -0.67%), 우체국 등과 협력해 5대의 자율주행 대형트럭으로 유상 운송을 진행 중이다. 곧 운행 대수를 10대로 늘릴 계획이다. 그는 "트럭 자율주행은 제도적 기반이 전무한 시장이라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했다"며 "아쉽다기보단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24년부터는 고속도로 자율주행 시범운행 지구가 지정되며 4개 고속도로 구간에서 운행이 가능해졌고, 올해 3월에는 전국 44개 고속도로로 확대됐다. 마스오토가 실증 성과를 바탕으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면서 얻어낸 제도적 성과다.
마스오토가 고속도로 비중이 평균 97%에 달하는 노선에서 트럭당 평균 510㎞를 주행하며 실증한 결과, 연비가 12% 개선되고 운송비가 5%가량 절감되는 효과를 얻었다. 노 부대표는 "운행 대수가 늘어나면 유인 운송보다 더 높은 효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오토의 핵심 경쟁력은 카메라 기반 비전(vision) 시스템이다. 7대의 카메라가 수집한 이미지를 3D로 재구성해 주행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회사에 따르면 대형트럭 한 대당 약 25만달러(약 3억6000만원)가 드는 라이다 기반 시스템 대신 카메라 솔루션은 1만달러(약 1500만원) 미만으로 구축할 수 있다.
그는 "테슬라처럼 사람이 주행하는 패턴을 AI에 학습시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방식"이라며 "비전 기반 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오토는 사람이 운전하는 대형트럭에 데이터 수집 장치를 부착해 약 1000만㎞의 주행 데이터를 확보했다. 완전 자율주행을 위해 필요한 1억㎞ 이상의 데이터를 목표로 국내 주요 물류사들과 협력해 데이터 확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마스오토 개요 수정/그래픽=임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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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5억, 미국은 5억"... 텍사스로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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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오토가 대형트럭 자율주행에 주목한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트럭 운전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제도로운송연맹(IRU)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화물 운송 운전자가 약 300만명 부족하며, 2028년까지 700만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미국 상업용 트럭 운송 시장의 자율주행 차량이 2만5000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스오토는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베이스캠프를 설립하고 현지 운행을 시작했다. 미국 진출 이유는 명확하다. 시장 규모와 수익성 때문이다. 노 부대표는 "한국에서 트럭 한 대를 연간 운행해 얻을 수 있는 운송료는 약 1억5000만 원 수준이지만, 미국에서는 한 대당 5억 원 이상 가능하다"며 "장거리 운송 특성상 운송료가 높아 비용 대비 매출 격차가 3배 이상 난다"고 설명했다.
텍사스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자율주행 규제가 거의 없고 관련 기업이 8개 이상 모여 있어 테스트 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마스오토는 텍사스에서 플로리다까지 고속도로 구간을 오가며 실증 운행 중이다. 전체 임직원 100여명 중 절반이 미국 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노 부대표는 "주 당국자에게 허가 여부를 묻자 '그냥 하면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을만큼 제도적으로 허들이 낮았다"고 말했다.
대형트럭 분야에선 운전자가 없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전환 거점(Transfer Hub)' 모델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딜로이트와 맥킨지 등 주요 컨설팅사들도 전환 거점 모델이 가장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환 거점 모델은 고속도로 구간을 무인 자율주행 트럭이 주행하고, 거점에서 사람이 운전하는 트럭이 화물을 인수해 복잡한 시내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방식이다. 전체 운행 구간의 97~99%가 고속도로로 구성돼 있어 현실적인 모델로 평가된다.
미국에서는 여러 대형트럭 자율주행 기업이 상업 운행을 하고 있어 연방 고속도로망 기반의 허브 네트워크가 표준화 단계에 진입했다. 반면 국내는 전환 거점 모델이 연구용역 단계에 머물러 있어 표준화까지 3~5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스오토는 제도적 문턱이 낮고 실증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미국 시장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노 부대표는 "미국은 화물 운전자 부족 문제에 대해 위기감을 가장 크게 느끼고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이라며 "하원에서 자율주행 트럭 관련 법안도 발의돼 있고 관련 지원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