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인도 자영업자 랄리타 고얄씨가 밸런스히어로의 인도 소액금융 서비스 '트루밸런스'에서 소액대출 신청을 조회하고 있다./사진=남미래 기자 # 랄리타 고얄(51)씨는 인도 뉴델리에서 6년째 과일배달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겨울,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경영 위기가 닥쳤다. 급히 자금을 마련해야 했지만, 지역 금융기관의 높은 대출 문턱 탓에 포기하고 말았다. 발을 동동 구르던 그때, 그는 소액금융서비스 '트루밸런스'를 알게 됐다. 반신반의하며 스마트폰을 조작한 랄리타 씨는 몇 분 만에 대출 승인을 받았고, 덕분에 급했던 점포 월세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랄리타 씨처럼 인도에는 전통 금융시장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중저신용자가 약 10억명에 달한다. 이 중 신용점수도 없는 이른바 '신용 블랭크' 인구가 4억5000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특히 인도 전통 금융시장은 대출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려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파이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랄리타씨에게 신속하게 소액대출을 제공한 트루밸런스는 한국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인 밸런스히어로가 운영하고 있다. 인도 중저신용자를 타깃으로 한 트루밸런스는 2016년 출시돼 지금까지 누적 다운로드 수 1억건을 돌파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인도의 신흥IT(정보기술) 중심지 구르가온에 둥지를 튼 밸런스히어로 사무실에서 주요 임원진을 만나 성장전략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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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97% 지역 진출…'디지털 인디아' 올라탄 트루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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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밸런스히어로의 수파르노 바시 최고운영책임자(COO), 아누팜 바스다니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얀탄 고시 최고리스크책임자(CRO)/사진제공=밸런스히어로
인도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은 밸런스히어로에게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생체인증 기반의 신원 확인 플랫폼 '아다르(Aadhar)'와 통합결제시스템(UPI) 등 디지털 인프라가 구축되며 금융 접근성이 대폭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신용점수가 없는 국민은 여전히 전통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있었다. 밸런스히어로는 이 틈새시장에 주목했다. 신원 인증부터 심사, 송금 등 전 과정을 모바일 기반 비대면으로 처리해, 소액대출 신청 후 단 몇 초 만에 자금이 송금된다. 대출금은 1000~20만 루피(약 1만6000원~300만원) 범위에서 가능하다.
수파르노 바시 밸런스히어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400만 명에 달하며, 하루 평균 1만~1만2000건의 대출이 실행된다"며 "경쟁 플랫폼의 하루 평균 대출 건수인 6500건을 크게 웃돈다"고 말했다.
현재 트루밸런스는 인도 전역(우편번호 기준) 97% 지역에서 제공된다. 이용자 80%는 중소도시와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다언어 국가라는 인도 특성을 반영해 7개 언어를 지원하고, 맞춤형 마케팅과 고객 응대를 통해 빠르게 전국으로 확장 중이다.
소액대출은 단기 자금 수요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트루밸런스를 통한 대출 경험은 신용도 향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랄리타 씨는 4077루피(6만5000원)를 조기 상환한 뒤 신용점수가 697점에서 751점으로 상승했다. 한국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신용도 관리 수단이 되는 것처럼, 인도의 중저신용자들은 트루밸런스를 통해 금융 신용을 쌓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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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용평가로 낮은 연체율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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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히어로 연간 신규 취급액 추이/그래픽=이지혜
이처럼 고속 성장의 밑바탕엔 밸런스히어로가 자체 개발한 AI(인공지능) 기반 대안신용평가모델(ACS)이 있다. 트루밸런스의 ACS는 고객의 앱(애플리케이션) 사용 이력, 위치 정보, 문자메시지 등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개인 신용도를 산정한다. 사얀탄 고시 최고리스크책임자(CRO)는 "인도에서는 대부분의 금융 거래 내역이 문자메시지로 전달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사용자의 실제 신용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CS를 도입한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소액대출 실행 규모는 2배로 늘었지만, 연체율은 기존 12%에서 5~6%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도 내 경쟁 소액대출 플랫폼의 연체율이 8~1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낮은 수치다. 트루밸런스의 지난해말 기준 누적 소액대출 규모는 1조6423억원에 이른다.
ACS는 연체율 관리뿐만 아니라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아누팜 바스다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CS 도입 이후 마케팅과 광고비 등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며 "그 결과 2022년부터 3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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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전환 가속…결제·보험까지 아우르는 '원테크'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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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밸런스는 이제 단순한 대출 앱이 아니다. 밸런스히어로는 이를 금융상품 유통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현재 10여 개 금융사가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용자가 트루밸런스에서 소액대출을 신청하면 ACS(대안신용평가) 기반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신용도를 분석, 최적의 상품을 자동 추천하는 구조다. 이처럼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관련 매출은 전체의 30%에 달하고 있다.
밸런스히어로는 인도 내에서 전자결제사업자(PPI)와 비은행 금융사(NBFC) 두 가지 라이선스를 모두 보유한 6개 기업 중 하나로, 해외 기업 가운데는 유일하게 해당 라이선스를 모두 취득했다. 현재는 보험 라이선스 취득도 추진 중이다. 수파르노 밸런스히어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우리는 단순한 대출 서비스를 넘어 결제, 보험,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아우르는 '원테크(OneTech)' 플랫폼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인도 금융시장의 빈틈을 메우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