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맞춘다고?…배터리부터 날씨까지 '예측의 벽' 넘은 AI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6.02.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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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제작한 '각 과기원이 개발한 AI 모델'
AI로 제작한 '각 과기원이 개발한 AI 모델'

인공지능(AI)이 배터리 소재 설계와 안전 진단, 차세대 반도체 신소재 탐색, 장기 기상예측까지 과학기술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4대 과학기술원(KAIST·UNIST·DGIST·GIST)이 최근 서로 다른 연구분야에서 AI를 활용해 기존 한계를 넘어선 성과를 잇달아 발표했다.

반복 실험에 의존하던 배터리 개발은 데이터로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배터리 안전진단은 연결 구조 변화의 제약을 뛰어넘었다. 또 복잡해 파악하기 어려웠던 화학 반응의 흐름이 시각적으로 드러났고, 기후 변화 대응의 핵심인 장기 기상예측 정확도도 크게 향상됐다. 이들 연구성과는 데이터 부족과 복잡성, 낮은 예측 정확도라는 과학기술의 오랜 난제를 AI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끝없는 배터리 실험 줄인다...성능 예측 AI 개발


전기차 주행 거리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좌우하는 핵심은 배터리 소재, 그중에서도 양극재다. KAIST 연구진이 실험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양극재 입자 크기와 예측 신뢰도를 함께 제시하는 AI 프레임워크를 개발, 차세대 배터리 소재 설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KAIST 홍승범·조은애 교수팀은 누락된 실험 데이터를 보완하는 기술과 예측 불확실성을 계산하는 확률적 머신러닝 모델을 결합해 불완전한 데이터 환경에서도 양극재 입자 크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AI 모델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소결 온도·시간·재료 조성 등을 바꿔가며 반복 실험을 수행해야 했지만 이번 기술은 예측값과 신뢰도를 동시에 제시해 실제 합성 조건 선택의 기준을 제공한다.

AI 모델의 예측 정확도는 약 86.6%에 달했으며, 새롭게 제작한 NCM811 양극재 시료 실험에서도 예측값이 실제 측정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오차는 대부분 0.13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예측 신뢰성 역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불필요한 실험을 줄이고 배터리 소재 개발 속도와 비용 구조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승범 교수는 "예측값뿐 아니라 신뢰도까지 함께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차세대 배터리 설계를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잔존 수명·폭발 위험, AI로 진단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배터리 연결 방식과 관계없이 건강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산으로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팩이 등장하고 있지만 기존 AI는 연결 구조가 바뀔 때마다 데이터를 다시 수집해 재학습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UNIST 김동혁·최윤석 교수팀은 별도의 재학습 없이도 다양한 배터리 구조에 적용 가능한 건강 진단 AI 모델을 개발했다. 배터리의 잔존 수명과 폭발 위험을 나타내는 '건강 상태(State of Health)'를 전압·전류·온도 등 운용 데이터만으로 분석한다. 충·방전 데이터에서 추출한 수십 개 패턴 중 연결 방식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수명 예측에 민감한 핵심 지표 5가지를 스스로 선별하는 것도 특징이다.

연구팀 실험 결과, 단일 셀 데이터로 학습한 AI가 여러 셀이 병렬 연결된 모듈의 수명까지 정확히 예측했다. 예측 오차도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배터리 구조 변화로 인한 내부 저항과 전압 불균형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한 성과다. 연구팀은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과 대규모 ESS,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평가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밝힌 '보이지 않던 화학 반응 지도'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화학물리학과 강준구 교수팀이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정소희 교수팀과 공동으로 AI를 활용해 반도체 나노결정(콜로이드 양자점) 소재의 합성 반응 경로를 시각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실험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화학 반응 흐름을 AI가 분석해 '지하철 노선도'처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센서 소재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콜로이드 양자점은 크기에 따라 빛의 흡수와 발광 특성이 정밀하게 조절되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고색재현 디스플레이와 적외선 센서 분야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생성 과정의 반응 경로를 규명하기 어려워 기존에는 제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에 의존해야 했다.

연구팀은 트랜스포머 기반 AI와 위상수학적 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불완전한 데이터를 보완하고 반응 흐름의 구조적 연결 관계를 재구성해 복잡한 합성 과정을 하나의 '지도'처럼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InAs 나노결정 합성에 적용한 결과, 성장 경로가 여러 갈래로 나뉘며 첨가물질이 반응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임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사람이 관찰하기 어려운 화학 반응의 숨은 경로를 찾아내는 '보이지 않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며 다양한 신소재 개발 현장의 연구 효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대기를 3D로 읽는 AI 기술…한달 뒤 예보까지 정확도 향상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에너지공학과 윤진호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이 대기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기상예보 정확도를 크게 높이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복잡한 산악·해안·내륙 지형이 얽힌 미국 서부 지역에서 성능을 검증했다. 최대 한 달 뒤까지 더 세밀하고 정밀한 예측이 가능해 기후위기 시대 고해상도 예보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 수치예보 모델은 약 120km 간격의 넓은 구역 단위 정보를 제공해 지역별 미세한 기상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시간·공간·지형 정보를 함께 학습하는 3차원 U-Net 기반 AI 후처리 모델을 개발, 예보 해상도를 약 23km 수준으로 세분화하고, 구조적 오차까지 보정하도록 했다.

성능 평가 결과 온도와 강수 예측 오차가 각각 최대 31%, 22% 감소했으며, 산악 지형의 미세한 온도 변화나 해안 강수 집중 구역 등 기존 모델이 포착하기 어려웠던 패턴까지 정밀하게 재현했다. 다만 강수량 규모를 다소 낮게 예측하는 한계는 확인돼 향후 개선 과제로 남았다.

연구팀은 "앙상블 평균 등 핵심 정보만으로도 높은 예측 성능을 구현해 계산 자원 부담을 줄였으며, 추가 학습을 통해 전 세계 다양한 지역으로 확장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번 기술이 수치예보의 한계를 보완하고 산불·홍수·가뭄 등 기후 재난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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