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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왜 이래?" 부처 간 장벽에 갇혀 아직도 연대책임 '덜덜'

고석용 기자, 김진현 기자 기사 입력 2025.08.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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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창업자 연대책임 굴레(下)

[편집자주] 죽을 둥 살 둥 매달렸던 스타트업이 망했다. 폐업 절차를 밟는다고 끝이 아니다. 자산이 많아 '내돈 내사업'한 창업자가 아니라면 투자사로부터 막대한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 벤처 창업자를 옥죄는 연대책임 제도가 사라진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연대 책임의 굴레는 2025년에도 여전하다.


'중기부-금융위' 부처간 장벽이 만든 반쪽짜리 연대책임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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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줄 알았던 스타트업 창업자에 대한 연대책임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에는 부처 간 장벽이 있다. /이미지=챗GPT
사라진 줄 알았던 스타트업 창업자에 대한 연대책임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에는 부처 간 장벽이 있다. /이미지=챗GPT
사라진 줄 알았던 스타트업 창업자에 대한 연대책임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에는 부처 간 장벽이 있다. 벤처 투자사를 나눠서 관리하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가 제각각 통일되지 않은 제도를 운영하면서 현장 혼란이 가중됐다.

국내 벤처투자사는 중기부 벤처투자촉진법(벤촉법)에 따른 벤처투자회사(벤투사)와 금융위 여신전문금융법(여전법)에 따른 신기술금융회사(신기사)로 나뉜다. 스타트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벤처캐피탈(VC)'이란 사업모델은 동일하지만 등록요건, 융자허용 여부 등 세부 조건은 차이가 있다. 투자사들은 추구하는 경영전략에 따라 벤투사와 신기사 중 유리한 라이선스를 선택해 취득한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가 벤처투자시장을 관리·감독하는 행정상 허점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창업자 연대책임 금지 제도가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기부는 2022년 벤촉법 시행령을 개정해 모든 벤처펀드가 투자계약을 할 때 창업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연대책임을 부과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신기사들의 투자계약을 규제하는 여전법을 개정하지 않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중기부는 벤촉법 시행령 개정 당시 금융위와 제대로 된 협의조차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 소관인 신기사가 현재도 벤처 창업자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투자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선제적인 정책이 나오면 관계 부처도 따라올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국내 벤처캐피탈(VC)의 종류/그래픽=김다나
국내 벤처캐피탈(VC)의 종류/그래픽=김다나
기준이 제각각인 정책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힘 없는 스타트업이다. 벤투사냐, 신기사냐에 따라 연대책임 유무 등 투자계약 조건이 달라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벤투사와 신기사 비중이 거의 비슷해 한 곳만 선택하기도 어렵다.

업계에선 벤투사와 신기사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벤투사, 신기사 모두 똑같은 VC"라며 "해외에서도 VC를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끝나지 않는 부처 간 밥그릇 싸움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는 없는 VC 구조가 형성됐다"며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고 스타트업의 혼란을 막으려면 제도부터 통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벤투사와 신기사의 역할이 달라 VC 통합 관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신기사는 원래 융자 부문 역할이 큰 투자회사"라며 "최근 벤처투자 비중이 적지 않지만 벤투사와는 설립 취지 자체가 달라 관리 기관 일원화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름뿐인 '표준계약서'...클럽딜도 계약은 제각각, 법적 분쟁 불씨




/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국내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탈(VC, 벤처투자회사·신기술사업금융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투자사별로 상이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관행이 법적 분쟁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여러 VC가 한 회사에 공동 투자하는 '클럽딜'에서도 각 투자자와 개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방식은 투자사별 요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 유치가 거듭될수록 주주·계약서 수가 늘어나 조항 간 충돌 가능성도 커진다. 이로 인해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개별 투자자 전원의 사전 동의를 받는 과정도 복잡해진다. 투자사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의사결정이 무산되거나 장기간 지연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실리콘밸리에서는 투자 라운드별로 하나의 통합 계약서(term-sheet)를 작성해 모든 투자자가 서명한다. 과반수 또는 일정 비율 이상 찬성 시 의사결정이 진행되도록 규정해 소수 반대로 경영이 마비되는 일을 막는다. 모든 투자사가 동일 조건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분쟁 소지가 낮고 의사결정도 신속, 투명하다.

최근 이슈가 된 신한캐피탈-어반베이스 간 소송도 다른 투자사와 달리 창업자 개인의 연대책임 조항을 넣으면서 법정 다툼으로 번진 사례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이원화된 감독 체계다. 벤처투자회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관리를 받으며 2023년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 개정 이후 연대책임 조항을 계약서에서 제외하고 있다. 반면 신한캐피탈과 같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는 금융위원회의 관리를 받으며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을 받아 연대책임 조항을 넣을 수 있었다.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은 "벤처투자회사와 신기사가 모두 VC로 불리지만 감독 부처가 달라 연대책임 해석이 다르다"며 "정부가 창업자의 과도한 책임을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타트업의 법적 위험 완화와 창업 촉진을 위해 투자자 간 이해관계를 사전에 조율하고 다수결 원칙을 적용하는 '통합 계약'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개선을 시도했지만 현장에서는 투자사가 각사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조항을 추가하거나 삭제하면서 사실상 '표준'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투자 단계가 같아도 계약서 세부 내용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고 투자사 간 조항이 상충하기도 한다"며 "현재로선 계약 체결 시 조항을 면밀히 검토하는 수밖에 없어 법률 검토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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