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한 때 서울 영등포구의 차고지에 타다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사진=김휘선 기자국회가 이재명 정부 들어 첫 번째 정기국회를 열고 입법 논의를 시작하자 스타트업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약품 도매업, 공유형 전동킥보드, 중소형 이커머스 등 스타트업들의 신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법안들이 논의되면서다. 업계에서는 '제2의 타다금지법'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부터 현재까지 시범사업 형태로만 운영돼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아직 법제화를 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었다.
그러나 정작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제도화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번 개정안이 비대면 진료 전용 병원을 막기 위해 병원당 비대면 진료 비율을 제한시켜서다. 구체적 비율은 시행령 등으로 마련될 예정이지만 30% 이하가 거론된다.
이와 관련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30% 비율은 현장의 비대면 진료 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숫자"라며 "정작 환자들이 필요할 때 비대면 진료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수요 전반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정안에 포함된 초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 '지역 제한'이 비율 제한과 겹치면 비수도권의 비대면 진료는 더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개정안은 초진 비대면 진료를 거주지역 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원산협 관계자는 "비수도권의 의원급 병원은 진료량이 적어 비대면 진료도 적게 보게 된다"며 "비수도권의 수요 위축은 물론 수도권과의 의료 접근성 격차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계가 우려하는 신산업 규제들/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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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등장한 '○○기업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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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서울 시내 한 약국/사진=뉴스1같은 날 복지위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해당 법안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닥터나우 방지법'으로도 불린다.
닥터나우가 지난해 의약품 도매업 자회사 비진약품을 설립(현재는 모회사에 흡수)하고 납품 정보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의약품 조제 가능성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관련 법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국회는 닥터나우가 자사를 통해 약을 매입한 약국에 처방을 유인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해당 법을 발의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제휴한 약국에는 '조제가 확실하다'는 표시를 달아주고 우선 노출해 더 많은 처방전을 받을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했다"며 "약사법상 금지되는 환자 유인, 알선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닥터나우는 해당 서비스가 비대면 진료 특성상 병원과 약국이 원거리에 있어 환자들이 처방받은 의약품을 보유한 약국을 찾기 어려웠던 걸 보완해주는 서비스일 뿐이라고 반발한다.
또 리베이트를 받고 환자를 유인·알선하는 등 약사법 위반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복지부는 해당 서비스의 법 위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제재나 처분의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스타트업의 시도를 무조건 불법·불공정 행위로 낙인찍는 것"이라며 "합법적으로 영위 중인 사업을 사후적으로 불법화하는 것은 '타다금지법'과 동일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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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이커머스 업계도 긴장…업계 "李 정부 국정 기조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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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전동킥보드가 서있다. /사진=뉴스1공유형 전동킥보드, 중소형 이커머스 업계도 규제 신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20일 당정 협의를 통해 전동킥보드 대여 사업자에게 번호판을 부착하거나 전용 면허를 발급하는 등 규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마이데이터 시행 범위를 넓히도록 '본인전송요구권'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중소형 이커머스 업계는 이 정책이 데이터 수집의 대기업 쏠림이나 영업비밀 데이터의 노출 등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는 스타트업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마음껏 신산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네거티브 규제 체계를 강조했다"며 "새로운 규제 입법화 시도는 새 정부의 국정 기조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타다의 사례처럼 직역 단체의 반발을 이유로 스타트업의 도전을 좌절시키는 사례가 반복될 경우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