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창업'이 가장 빛나는 스펙이 될 수 있을까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기사 입력 2026.01.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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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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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사진=머니투데이DB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사진=머니투데이DB
2026년,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중요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정부가 선언한 '스타트업 열풍'은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경제에 혁신의 에너지를 불어넣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번듯한 창업보육센터를 짓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혁신의 파도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기술과 자본보다 먼저 준비돼야 할 것은 '사람', 그리고 그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다. 결국 스타트업 공화국의 성패는 창업가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그들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어떤 자산으로 남는지에 달려 있다.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창업 경험을 하나의 독보적인 커리어로 인정하는 사회적 합의다. 혁신의 성지라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Ex-founder'라는 타이틀은 그 어떤 명문대 졸업장이나 대기업 경력보다 강력한 신호로 작동한다. 사업의 성패와 무관하게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고 자본을 조달하며, 팀을 이끌고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견뎌낸 인재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실패한 창업가에게까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창업 과정에서 체득한 문제 해결 능력과 회복 탄력성이 조직의 관료화를 막는 가장 강력한 해독제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역시 마찬가지다. 실패한 창업가는 낙오자가 아니라 '시도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한 번의 실패는 오히려 다음 창업과 취업에서 신뢰의 근거가 된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연쇄 창업가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작은 엑싯을 경험한 창업가들이 엔젤투자자와 멘토로 돌아오며 생태계는 더욱 단단해진다. 실패가 숨겨야 할 흠이 아니라 공유되고 축적되는 사회적 자산이 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청년에게 창업은 여전히 '인생을 건 도박'이며, 실패는 곧 '경력 단절'로 이어진다. 창업에 도전했다가 다시 취업 시장으로 돌아온 이들에게는 "왜 조직에 적응하지 못했느냐"는 의심이 따라붙는다. 이런 환경에서 어느 부모가 자녀의 창업을 응원하고, 어느 인재가 안정적인 커리어를 내려놓겠는가.

대통령이 말한 스타트업 열풍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와 민간은 창업 경험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창업 경력 인증,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서의 명확한 경력 인정과 우대는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필수 과제다. 창업이 인생의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가장 빛나는 스펙이 되는 사회로 가야 한다.

이와 함께 반드시 짚어야 할 또 하나의 축은 '작은 성공', 즉 스몰 엑싯의 일상화다. 우리는 그동안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 탄생에 지나치게 집착해 왔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의 생태계를 지탱하는 것은 수많은 소규모 M&A다. 100억, 200억원 규모의 엑싯이 반복되며 창업가에게는 재도전의 자본을, 투자자에게는 회수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는 '도전하면 보상받는다'는 신호를 준다.

한국에서 M&A는 여전히 부정적인 프레임에 갇혀 있다. 대기업의 기술 탈취나 문어발 확장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 이제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는 혁신을 외부에서 수혈하는 전략이며, 창업가에게는 명예로운 출구다. 정부는 스타트업 M&A를 가로막는 규제와 절차를 정비하고, 인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 엑싯의 통로를 넓혀야 한다. 엑싯을 경험한 창업가들이 다시 투자자와 멘토로 돌아오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때, 생태계는 비로소 자생력을 갖는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분명하다. 창업가가 존중받는 사회다. 창업가는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라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기술과 실행으로 해법을 만들어내는 실천적 사상가다. 혁신은 강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보상이 분명하고 실패가 용인되며, 도전이 존중받는 토양에서만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창업이 인생의 가장 빛나는 경력이 되는 사회, 그것이 진짜 스타트업 열풍이며 대한민국이 도달해야 할 다음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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