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거북선은 딥테크 스타트업이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기사 입력 2026.01.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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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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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드론 1억대가 우리나라를 향해 날아온다면 막을 수 있을까.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최근 국방 전문가들과 나눈 대화에서 나온 우려였다. 핵무기보다 두렵다는 고백도 들었다. 핵은 여러 제재와 방어 수단이 있지만, 값싼 드론과 로봇이 날고 기어서 오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군은 민간 화물 트럭에 숨긴 수백만원짜리 소형 드론으로 러시아 전략 폭격기를 파괴하며 약 9조원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수천억원짜리 첨단 무기가 저렴한 드론 앞에 무력화되는 순간이었다.

국력에서 절대 열세인 우크라이나의 선전 비결은 속도에 있었다. 2023년 우크라이나 정부가 만든 '브레이브1'(Brave1) 플랫폼에는 현재 수천개에 이르는 민간 기술 기업과 개발팀이 참여하고 있다. 최전선 병사와 개발자가 메신저로 직접 소통하며, 수주 단위로 시험하고 개선하는 '애자일'(Agile) 방식이다. 매일 전선에서 피드백이 오고, 그것이 즉시 제품에 반영된다.

민간이 빠른 이유는 명확하다. 정부 주도 R&D(연구·개발)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민간은 생존이라는 절박함으로 움직인다. 핵융합과 소형원자로(SMR) 분야의 경우 국가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가 안전성과 검증을 이유로 장기 일정에 묶여 있는 사이 민간 스타트업들은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바탕으로 보다 공격적인 기술 개발과 실증에 나서고 있다.

미국 방위산업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미 육군은 세계 최대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와 협력을 통해 스타트업 육성 방식을 접목한 '퓨즈'(Fuze)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군 경험이 전혀 없는 초기 스타트업 CEO들이 무기 체계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군 장성 앞에서 직접 시연하고, 90일 안팎의 짧은 주기로 실험과 후속 조치 여부가 결정된다. 대형 전통사업 대비 적은 예산을 가지고도 보수적인 방위산업을 혁신적인 실험의 장으로 만든 것이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지난해 말 국내에서 열린 방위산업 포럼에서 현역과 예비역 장성들을 만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현재 획득 체계로는 급변하는 기술, 특히 드론과 AI를 빠르게 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국방 전문가들에 따르면 무기 체계 하나를 전력화하는 데 평균 14년이 소요된다. 개발이 끝나는 순간 이미 구식 기술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문제는 속도만이 아니다. 국방부가 정책을 수립하지만 획득과 기술 개발 권한은 방위사업청이 갖고 있어 의사결정이 분산된다. 야전의 긴박한 요구사항이 정책에 신속히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투명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다 보니 혁신을 위한 유연성은 부족하다.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제조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를 국방 혁신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면적인 체계 개편이 아니더라도, 기존 대형 사업과 병행하는 실험 트랙은 충분히 가능하다.

국방예산의 1% 수준으로 시작하는 신속 프로그램을 상상해보자. 3군 총장에게 각각 수천억원 규모의 독자적 예산을 주고 90일 이내 실험·검증·배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든다면 어떨까. 야전 지휘관은 현장의 문제를 정의하고 스타트업은 빠르게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우리는 혁신과 신속으로 나라를 지켜낸 선례를 익히 알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에 맞서 이순신 장군이 선보인 거북선은 세계 최초의 철갑선으로 그야말로 당대 딥테크의 정수였다. 철은 물에 뜨지 못한다는 통념을 깨고 해전의 판도를 바꿨다. 오늘날 방위산업도 이 같은 '뉴타입'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미래의 잠재 적국들은 이미 AI와 드론 기술로 치고 나가고 있고, 여러 전선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평화는 결코 안주하는 이들에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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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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